또 물먹은 손학규 반전카드

2016.11.07 11:45:10 호수 0호

존재감 제로 “나 어떡해∼”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계 복귀를 선언하자마자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그가 내세운 개헌론과 새판짜기가 주춤한 모양새다. 최근에는 거국내각총리 수락의지를 밝히면서 반전을 도모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20일,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정계 복귀를 공식 발표했다. 지난 2014년 7·30 수원 보궐선거 패배 이후 정계를 은퇴한 지 2년2개월만이다. 그는 정계 복귀 발표 직후 더민주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또 묻혔다

같은 날 그는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와 경제의 새판짜기에 저의 모든 걸 바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국회의원, 장관, 도지사, 당 대표를 하면서 얻은 모든 기득권을 버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87년 헌법 체제가 만든 제6공화국은 그 명운을 다했다”며 “이제 제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고 말해 정계복귀 명분으로 개헌론을 제시했다. 손 전 고문이 정계에 복귀하면서 새판짜기를 언급한 만큼 제3지대론이 힘을 받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달 24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로 개헌론을 들고 나왔기 때문에 앞서 개헌론을 강조한 손 전 고문도 여론의 집중을 받았다. 하지만 채 일주일도 못가 최순실씨가 대통령 문건을 수시로 열람하고 수정했다는 정황이 드러났고 대통령이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여론서 멀어졌다. ‘최순실 게이트’는 마치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잠식했다.


당초 정치권은 개헌론을 꺼내든 손 전 고문이 대표적 개헌론자인 김종인 전 더민주 대표와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과 함께 제3지대를 중심으로 정계 개편을 이룰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나 더민주는 ‘최순실 게이트’가 끝난 후 개헌 논의를 하자고 제안했고, 국민의당도 안철수 전 대표가 “개헌 논의 종료를 선언한다”고 말해 개헌론이 힘을 잃었다.

이 같은 정국에 대해 손 전 고문 측 관계자는 “논의가 잠시 중단됐지만 개헌이 정부주도로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 이번 사건으로 확실해졌다”며 아쉬움을 달랬다. 타이밍이 맞지 않은 셈이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손 전 고문이 이번 복귀 때처럼 중요한 정치적 결정을 내릴 때마다 대형 이슈가 터져 손 전 고문이 곤란함을 겪었다는 점이다.

2년2개월 만에 정계 복귀
개헌·새판짜기 화두 던져

우선 2006년 손 전 고문은 당시 이명박, 박근혜 두 유력 대선후보의 경쟁 속에서 대권 경쟁에 합류했다. 손 전 고문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100일 민심 대장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100여일간 이어진 민심대장정을 마치고 서울역에 도착한 2006년 10월9일 오전 북한이 제1차 핵실험을 단행하면서 손 전 고문의 이슈는 자연스레 묻히고 말았다.

그는 최근 펴낸 저서 <강진일기>서 당시 상황에 대해 “청천벽력이었다. 하늘의 계시로 받아들였다”고 회고했다.

이듬해인 2007년 1월16에는 미래 국가 생존전략으로 ‘21세기 광개토전략’을 공개했다. 당시 18대 대선을 앞두고 정책 이슈를 던지면서 승부수를 던진 셈이었다. 하지만 같은 날 당시 범여권 대선주자 중 지지도가 가장 높았던 고건 전 총리가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해 손 전 고문의 이슈는 사라졌다.

두 달 후인 3월, 손 전 고문은 대선후보 경선에 반발해 한나라당을 탈당한다. 개인적으로도 일생일대의 결단이었을 뿐 아니라 대권 판도를 뒤흔들 중대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때 역시 세간의 관심은 당시 막바지 협상에 한창이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쏠려 있었고, 결국 보름도 안 돼 한미FTA가 최종 타결되면서 손 전 고문의 탈당 소식은 빛이 바랬다.

민주당 대표시절인 2011년 11월에는 ‘대포폰·민간인 사찰’에 대한 특검 및 국정조사를 요구해 서울광장에서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하지만 다음 날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하면서 농성을 중단하고 여의도로 복귀해 또 다시 손 전 고문 이슈는 묻히고 말았다.

‘최순실 게이트’로 박 대통령이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나는 거국중립내각이 정치권에 회자됐다. 이에 새누리당은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제안하면서 총리로 손 전 고문과 김 전 더민주 대표,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거론했다.

손 전 고문은 지난 1일 거국중립내각 총리 후보로 거론된 데 대해 “과도 정부의 중립 내각이라면 어느 누구도 총리 제안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며 사실상 수락 의사를 미리 밝히기도 했다. 이어 “국회와 여야가 합의해서 총리를 임명하는 과도정부 체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물 건너간 책임총리의 꿈
등판 때마다 이슈에 묻혀

하지만 박 대통령이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신임 총리 내정자로 발표하면서 손 전 고문의 입장이 난감해졌다. ‘최순실 게이트’에 정계 복귀 이슈가 묻히자 총리직 수용을 암시하며 반전기회를 노렸지만 불발에 그친 셈이다.

일각에선 김 총리 후보자가 끝내 국회 인준을 받지 못할 경우 손 전 고문에게 다시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의 총리 인선을 두고 손 전 고문은 “대통령은 오늘의 시국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명에서 “오늘의 상황은 4·19혁명, 6월항쟁과 같은 초비상사태”라며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놓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어 “대통령은 과도정부를 구성한다는 자세로 거국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며 “여야 합의로 국무총리를 임명하고 그에게 모든 권한을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돌파구 있나

지난달 26일, 한 라디오에 출연한 손 전 고문은 이슈가 묻힌 부분에 대해 혼란스러운 심경을 표했다.

“블록버스터(최순실 사태)가 떠서 어떻게 하느냐”는 패널의 질문에 손 전 고문은 “〈강진일기〉도 좀 많이 팔려야 하는데, 최순실 정국의 여파 속에서 내가 뭘 하겠나”라며 “정국이 최순실 정국으로 가고 있으면 그걸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순실 게이트가 우리에게는 재앙이지만,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정치적인 새판 짜기와 7공화국을 오히려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 앞으로 내가 할 일은 많이 있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손학규의 <강진일기> 내용은?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고문은 정계은퇴를 선언한지 2년2개월만인 지난달 21일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그는 정계복귀 자리에서 자신의 강진 토굴 생활을 정리한 <강진일기>를 소개했다.

<강진일기>는 손 전 고문의 정치역경, 회상과 성찰, 사색의 기록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내용 중에는 지난 총선에서 더민주의 지원 요청, 유력 정치인들과의 대담 내용도 있다.

이 책에서 손 전 고문은 “술을 전혀 못하는 걸로 알았던 안철수 의원이 만남에서 막걸리 한잔을 마신 뒤 국민의당으로 오라면서 새로운 당명을 포함해 모든 당 운영에 대해 나한테 열겠다는 말을 했다”는 말을 전했다.

손 전 대표는 이에 “진정성이 느껴져 나도 진심을 얘기했다”고 밝혔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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