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주현-경남기업 무슨 일이…

2016.10.24 10:37:46 호수 0호

성완종은 반기문을 믿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조카 반주현씨와 경남기업 간 벌어졌던 지루한 법정공방이 이대로 끝이 날 모양새다. 반씨는 경남기업과의 민사소송서 패소하면서 59만달러(한화 약 6억 5000만원)를 배상하게 될 상황에 처했다. 재판부는 반씨가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경영하던 경남기업에 조작된 서류를 제출하는 등 불법행위를 한 혐의를 인정했다. 현재 반씨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로 판결은 항소 없이 곧 확정될 전망이다.



경남기업 측은 지난해 7월2일 반주현씨(미국명 데니스 반)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경남기업 측은 “반씨가 랜드마크72 매각을 도와주기로 해 콜리어스인터내셔널 뉴욕지점(이하 콜리어스)과 계약을 체결하고 60만달러를 예치했으나, 반씨는 카타르투자청과 교섭하지 않았고 허위 계약서를 줬다”며 서울북부지법에 소장을 접수했다.

국제 사기

종합편성채널 JTBC는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 소식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해 5월14일, 반씨의 국제 사기 의혹을 보도했다. 핵심은 반씨가 베트남의 랜드마크72 빌딩 매각을 맡은 후 위조한 카타르투자청 측 공문을 경남기업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랜드마크72는 경남기업의 핵심 자산이다.

경남기업이 랜드마크72 매각을 공식화한 것은 지난해 1월15일. 영국계 부동산 투자자문사인 콜리어스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면서부터다. 이때 반씨는 콜리어스의 랜드마크72 담당 임원으로 해당 계약을 전담하게 됐다.

지난해 3월, 경남기업은 카타르투자청이 랜드마크72 매입 의향을 표시했다고 공식 문서를 자신의 채권단에게 제출했다. 문서에는 투자청 이사진 승인까지 떨어졌으며, 대표의 최종 서명만을 남겨둔 상태라고 나와 있었다.


그러나 곧 해당 문서가 위조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카타르투자청 측 또한 문서가 위조된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투자청 측은 경남기업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본다는 반응을 보였다. 랜드마크72 빌딩에 대한 매수 의사가 전혀 없다고도 전했다.

당시 언론의 의혹보도에 경남기업 측은 “반씨를 통해서만 카타르투자청과 매각 협상 작업을 진행해왔고 투자청 관계자들을 직접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미 경남기업 측은 인수의향서를 받는 조건으로 콜리어스 측에 6억여원의 수수료를 선지급한 후였다.

랜드마크72 매각은 경남기업의 명운이 걸린 사업이었다. 경남기업은 지난 2009년 5월,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등 자금난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비록 2011년 5월, 2년 만에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했지만, 지난 2013년 10월 두 번째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등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회사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던 성 전 회장은 베트남의 랜드마크72 프로젝트에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 2011년 11월8일부터 국내에 국빈 방문 중인 쯔엉 떤 상 베트남 국가주석과 만나 상호 경제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등 공을 들였다.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베트남 투자사업 중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국내 언론에 홍보했다.
 

그러나 프로젝트는 경남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난항을 겪었다. 경남기업을 살리기 위해 성 전 회장이 경영권을 포기하는 등 강수를 뒀지만, 결국 채권단의 자금지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후 경남기업은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덩달아 랜드마크72 입주가 부진해지자 매각을 결정하게 된다. 성 전 회장은 지난해 4월9일 자원외교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미국 랜드마크72 매각 도우미 자청
허위 계약서 들통 “6억 배상하라”

자살 하루 전인 지난해 4월8일, 성 전 회장은 기자회견서 랜드마크72 매각을 언급하며 구사일생을 노렸다. 그는 “3월23∼25일쯤 카타르투자청에 랜드마크72 빌딩을 매각하기로 일정이 잡혀 있었다”며 “계약금액이 워낙 크니까 상장폐지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당초 성 전 회장은 1조원에 달하는 랜드마크72 건물을 팔아 경남기업의 회생자금으로 조달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해당 발언으로 볼 때 성 전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까지도 반씨의 문서 조작 여부를 모르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후 경남기업의 법정관리를 지휘하는 법원 파산부는 반씨가 전달한 문서가 위조됐는지 여부를 사실확인하도록 지시했다. 감정 결과 문서는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고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경남기업은 지난해 7월, 반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반씨의 허위 문서 때문에 매각이 지연되면서 회사 상황이 나빠졌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한 결과가 지난달 말 나왔다. 소송을 제기한 지 1년3개월만이다. 서울북부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판사 박미리)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려 경남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경남기업이 위와 같은 반씨의 행위를 알았다면 그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 판단했다. 판결문을 보면 ‘채무자회사(경남기업)로서는 이와 같이 피고(반씨)가 계약체결 및 이행의 의사 없이 금원 편취의 목적으로 채무자회사를 기망하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고 나와 있다.

또한 ‘피고가 이 사건 계약서를 위조해 채무자회사의 의사와 전혀 다른 계약이 체결되었거나 이 사건 계약이 처음부터 성립되지 아니할 사정을 알았더라면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은 당연한 결론’이라고 봤다. 결국 재판부는 반씨에 의해 경남기업이 상당한 금전적 손해가 발생했기에 59만달러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행방 묘연

재판부는 해당 판결을 ‘공시 송달’했다. 공시 송달은 판결문을 송달할 수 없을 때 관보에 판결문을 게시하는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제도다. 즉 현재 반씨의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재판이 진행되는 1년3개월 동안 반씨는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으며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았다.

소송이 제기된 당시에도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반씨에게는 소송 관련 서류가 전달되지 않았으며 반씨의 아버지이자 반 총장의 동생인 반기상 전 경남기업 고문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수령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반씨가 항소하지 않는다면 사건은 이대로 마무리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행불’ 반주현 어디에?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이 지난 5일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대한 공세를 펼쳤다. 더민주 송현섭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앞으로 반 총장과 경남기업과의 관계는 계속될 것”이라며 “반 총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명백히 밝혀주기 바란다”고 반주현씨와 경남기업 간 민사소송 건에 대한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당시 랜드마크72 매각 업무를 책임진 반씨가 반 총장을 통해 카타르 국왕과 접촉할 수 있다고 경남기업 측에 의견을 밝힌 사실이 알려져 반 총장 연루설이 불거진 바 있다.


이어 송 최고위원은 “현재 반주현씨은 행방불명이고 경남기업에서는 민사소송을 청구해서 승소했다”며 “이는 명백한 형사고발 사안으로 우리 당에서 형사고발을 요구함과 동시에 검찰 조사가 이루어지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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