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방향 튼’ 롯데 수사 막전막후

2016.10.19 14:06:19 호수 0호

회장님 놓치고 별당마님 잡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용두사미가 됐다. 검찰이 호기롭게 시작한 롯데 수사는 결국 본전도 못 뽑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서 기각되고 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가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서미경씨를 불구속 기소한 것. 꿩 대신 닭이라도 잡겠다는 심산일까.



서울중앙지법은 175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지난달 29일, 기각 처리했다. 재판부는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내용과 경과,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 등을 고려할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마무리 수순
이대로 끝나나

검찰은 지난해부터 롯데그룹 비자금 사건을 내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지난 6월10일 롯데그룹 6개 계열사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당시 압수수색에는 서울중앙지검 전체 인력(600여명)의 3분의 1 이상이 참여했으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집과 사무실 등이 대상에 포함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 첨단범죄수사1부, 방위사업수사부 등 3개 부서의 검사 20명가량이 수사에 투입됐다. 최근 몇 년 새 보기 드문 대규모 수사팀이었다. 

법조계에선 오랜 시간 롯데 비자금 사건을 내사해 온 만큼 수사 속도가 늦춰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그 동안 롯데 수사는 주요 관계자들의 구속영장이 기각과 핵심 임원의 자살로 순탄치 못했다. 


먼저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이사가 롯데홈쇼핑 재승인 로비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7월19일 기각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강 대표에게 방송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증거인멸 교사 등의 혐의를 적용해 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를 기각했다. 

성 부장판사는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와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 정도,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춰볼 때 현 단계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또 롯데건설의 박모 상무와 최모 상무보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박사랑 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수재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상무와 최 상무보에 대한 구속영장을 8월9일 기각했다. 

박 판사는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등에 의한 주요범죄혐의 소명 정도 및 이에 대한 다툼의 여지, 피의자의 주거 가족 등 사회적 유대관계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용두사미’
신동빈 회장 불구속 상태로 재판

이처럼 검찰의 영장이 계속 기각되면서 수사가 난항에 빠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검찰이 이렇다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자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사실상 전 계열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초강수를 둘만큼 고강도 수사를 진행해왔던 검찰이 잇따른 제동으로 당혹스러운 입장에 처하게 됐다. 
 

롯데그룹 2인자였던 이인원 정책본부장이 소환을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롯데 일가의 비자금 규모와 용처를 파악할 길이 요원해졌다. 이는 신 회장의 구속영장 범죄사실에 비자금 부분이 빠지는 결정적 단서로 작용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수사가 진행된 지 석 달이 지난 지금. 검찰의 롯데 수사는 결국 용두사미로 끝날 판이다. 신동빈 회장의 구속영장도 기각되면서 사실상 '실패한 수사'로 끝났다. 

강력한 의지를 갖고 밀어붙인 구속영장 신청이 기각되자 검찰은 난처한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특수4부의 조재빈 부장검사를 비롯해 수사검사 4명을 동원하는 등 검찰도 나름대로 배수진을 쳤지만 헛수고였다. 결과적으로 롯데 수사는 신 회장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면서 ‘부실 수사’라는 오명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오래한 수사
성과가 없다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10여 일이 넘었지만, 검찰은 영장 재청구 여부에 대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자 이해할 수 없다며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검찰은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새로운 혐의가 드러나지 않는 이상 불구속 기소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꿩 대신 닭이라도 잡을 심산일까. 검찰은 신 회장의 세 번째 부인 서씨를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서미경씨를 불구속기소했다고 지난 달 27일 밝혔다.

검찰이 롯데 총수 일가를 재판에 넘긴 것은 앞서 8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이후 두 번째다. 

서씨는 신동빈 회장으로부터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을 증여받고서 6000억원의 증여세를 탈루한 의혹을 받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3.2%를 서씨와 막내 딸 유미씨에게, 3%는 신영자 이사장에게 각각 증여했으나 증여세는 한 푼도 내지 않은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바 있다. 검찰은 서씨의 탈세 범죄액 가운데 공소시효(10년) 만료가 임박한 297억원만 따로 떼어내 먼저 기소했다고 밝혔다. 

서씨 모녀가 100% 지분을 소유한 유원실업을 통해 롯데그룹의 각종 일감을 몰아받아 그룹에 780억원의 손해를 입힌 의혹도 있다. 서씨는 그간 롯데백화점, 롯데시네마 등 롯데그룹 계열사 내에 음식점을 운영하는 회사 여러 개와 거액의 부동산을 보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또한 현재 일감 몰아주기 및 탈세 혐의에 직면한 상태다. 

핵심 임원들도
영장 계속 기각
 

검찰은 서씨가 일본에 체류하며 출석 요구에 불응하자 여권 무효화 조치에 들어가는 등 자진 입국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2000억∼3000억원대로 추정되는 서미경씨의 국내 보유 부동산·주식 등 재산을 압류 조치한 상태다. 검찰의 압박에도 현재까지 서미경씨의 특별한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 수사 과정서 서씨가 신동빈 회장의 두 아들보다 그룹 지주회사인 롯데 홀딩스 지분을 더 많이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씨와 딸 유미씨는 각 개인 지분과 모녀 소유회사(경유물산) 지분을 더해 6.8%의 롯데홀딩스 지분을 갖고 있다.
 

이 지분은 당초 신 회장의 것이었으나, 검찰은 신동빈 회장이 1997년 이후 모녀에게 양도, 편법 상속을 통해 지분을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신 회장이 1997년 주당 50엔(약 500원)의 액면가로 롯데홀딩스 주식 3.6%를 서씨 모녀에게 양도한 데 이어 2005∼2006년 사이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차명 보유 지분 3.21%를 서씨 모녀에게 추가로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영장 기각…꿩 대신 닭
망신 검찰 서미경 잡나
 

롯데홀딩스 지분의 20.1%를 갖고 있는 5개 관계사 중 경유물산과 클리어 스카이라는 2개 회사가 각각 서씨 모녀와 신동빈 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소유인 것도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실제로 경유물산은 홍콩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 ‘차이나 라이즈’의 100% 자회사다. 차이나 라이즈의 대주주가 서씨 모녀다. 특히 경유물산이란 이름 자체가 서씨 모녀의 가운데(유)와 마지막 이름(경)을 딴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서씨 모녀의 지분이 생각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롯데 경영권 분쟁에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신 회장이 두 아들에게 그룹 경영을 맡기면서도 편법 증여를 통해 서씨 모녀에게 다량의 주식을 넘긴 것은 그룹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은 롯데에 대한 압박수위를 지속적으로 높여나갈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신 회장의 비리 혐의액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1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최근 그룹 정책본부 관계자들을 불러 참고인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신 회장 본인의 혐의에 관해 좀 더 확인할 부분이 있다”며 “수사가 미진한 부분이 있어 몇 가지 혐의사실에 관해 추가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만한 서씨
모녀 잡는다?
 

검찰이 최근 조사하고 있는 내용은 구속영장 청구에서 제외됐던 혐의사실 중 일부에 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초 늦어도 이번주 중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추가 조사 필요성이 생겨 결정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신 회장의 혐의를 추가할지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서미경은 누구?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는 1977년 제1회 미스롯데 출신이다. 10세이던 1969년 영화 <피도 눈물로 없다>에 출연해 본격적인 배우의 길에 접어들었다. 1973년 <방년 18세>, 1974년 <청춘 불시착>, 1975년 <졸업시험> 등에 잇달아 출연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1977년 제1회 미스롯데에 뽑혔고, ‘껌이라면 역시 롯데껌’의 광고 카피를 히트시킨 주인공이 되는 등 당대 최고 스타로 바쁜 스케줄을 소화했다. 1979년 <선데이서울>과의 인터뷰에선 “마음껏 잠 좀 잤으면 좋겠다”고 말했하기도 했다. 

서씨는 1981년 돌연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공식적인 이유는 “유학을 떠나 공부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서씨는 이후 세간의 이목에서 사라졌고, 1983년 신 총괄회장 사이에서 딸 신유미씨를 낳았다. 신유미씨는 1988년 호적에 올라 롯데가에 합류했고, 신 총괄회장은 환갑 넘어 얻은 막내딸을 유독 귀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서씨 모녀가 부동산과 주식 등 1000억원이 넘는 자산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씨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소재 4층짜리 빌라 롯데캐슬 벨베데레, 강남구 삼성동 지하 5층·지상 15층 규모의 유기타워,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지하5층·지상 6층 규모 유니플렉스 공연장,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마을에 있는 5층짜리 빌딩 등 알짜 부동산을 여러 개 소유하고 있다. <창> 
 

[기사 속 기사] 롯데홀딩스 임원들 한국에 왜? 

롯데그룹의 대대적인 검찰 수사와 함께 일본 롯데홀딩스의 움직임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26일 검찰이 신동빈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롯데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자 일본 롯데홀딩스 임원이 구속영장 청구 상황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한국 롯데 본사를 방문했다.  

일본의 경우 경영진에 대한 사법처리가 이뤄질 경우 퇴임 수순을 밟는 게 일반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호텔롯데를 통해 “개인적 사유로 회사에 누를 끼치거나 임직원, 협력업체에 폐가 되지 않도록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 등기이사직을 사임하겠다”고 사의를 밝힌 바 있다.  

롯데는 이같은 점에 주목, 최근 방문한 일본 롯데홀딩스 임원에게 신동빈 회장과 관련해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3심까지 재판을 받아야 유·무죄를 따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동빈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롯데그룹은 한시름 놓은 셈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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