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명고 야구부 김경섭 감독

2016.10.05 17:30:43 호수 0호

“감독이 욕심을 내면 선수들이 희생됩니다”

배명고 야구부의 전통을 되살리고 있는 김경섭 감독은 부임 당시 표출됐던 중압감서 벗어나 확신에 찬 표정이었다. 올 시즌 고교야구의 일정이 거의 마무리된 가운데, 3학년 선수들의 대학 진학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 김 감독을 만나봤다.



-부임 당시의 느낌과 소감은?

20년 이상 재직했던 배명중 야구부의 감독을 그만두었을 때 당시 배명고의 상황도 그리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걱정 반 기대 반이랄까, 지도자의 인생에서 갈림길 비슷한 느낌이었다.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것과 도전해보고 싶은 그런 생각들이 계속 번갈아 겹쳐지곤 했었다.

-부임 후 취했던 조치들은?

작년 11월 서울시 고교야구 추계리그를 목전에 두고 부임했다. 가장 먼저 한 것은 코칭스탭진 구성이었다. 팀 내부의 불화를 사전 방지하고 화합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우선 조치였다. 그리고 선수들과의 개별 혹은 단체 면담에 들어갔다. 나는 우리 선수들의 기량 자체가 여타 다른 학교 팀들의 모든 선수들과 비교해 떨어지거나 뒤진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모두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이고, 문제가 있다면 멘탈, 즉 정신적인 측면에 있다고 봤다.

-정신적인 문제라면?


현재의 입시제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근래에 들어 대학입시제도가 많이 바뀌고 그것에 따라 선수들이 본인 자신의 개인 기록에 상당히 민감하게 됐다. 사실 야구는 개인의 성적이 기록되는 단체경기다. 선수 개인과 단체로의 팀으로 두 가지 양면성을 보여주는 스포츠다.

그런데 내 경험상 팀 성적을 우선시한 경기를 치르다 보면 선수 개인의 집중력과 선수들간의 응집력이 계속 늘어나고 이것이 팀의 성적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본다. 그리고 팀의 성적이 향상되면 반드시 선수 개인의 성적 또한 향상되도록 돼 있다.

중요한 또 한 가지는 감독이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감독이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 선수 또한 반드시 희생이 따른다. 감독으로서의 실적보다는 매 경기 한 경기씩을 이기도록 노력해 보는 것이다. 1승이 쌓여 가면 팀의 성적이 향상되고 그러는 가운데 선수 개인의 성적도 향상이 된다. 이런 내 생각을 선수들과 면담하며 공유하고 싶었다.

-훈련 프로그램에서도 변화가 있었나?

지난 1월 포항에 갔었다. 올 시즌은 나를 비롯한 코칭스탭진과 선수들의 부담감을 제거하는 것에 우선적인 목표를 두고 대화를 계속하면서 시간 때우기식의 훈련을 고치려 했다. 낮 동안의 4시간에 걸친 단체훈련이 끝나면 야간 훈련은 자율적으로 진행케 했다. 야간단체훈련은 금지했다. 그리고 선수들의 포지션에 대한 평가와 재배치 등을 시도했다. 지도자는 선수들과 수시로 대화하며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공유해야 한다.

-경기력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 청룡기 4강 상황은?

나는 평소에도 선수들에게 자유스러운 상황을 자주 부여하는 편이다. 그러나 그러한 가운데에서도 지켜야 할 규칙과 서로 간의 약속은 또한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명중 감독 시절 전국대회인 대통령배 중학교 야구대회서 우승을 했었는데 당시 결승전 상대였던 포철중과 우연히 같은 숙소에서 체류했었다. 결승전 전날 나는 선수들에게 휴식과 자유시간을 부여했는데 상대방은 우리와 정반대로 야간훈련까지 강행했었다.

솔직히 당시엔 지도자로서 만약 결승전서 패배할 경우의 비난에 대해서도 많은 우려를 했었는데 다음날의 결승에서 우리가 무난히 우승하게 되었고 그때 나 역시도 깨닫고 배운 바가 있었다. 올시즌을 거쳐 오며 나름대로의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그동안의 지도자 경험을 통해 익혔던 것은, 선수들의 부담을 완화시켜 집중력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코치진들에게도 항상 강조하는 것은 본인들의 선수 시절 우리 선수들의 연령대에서 본인들은 어떻게 야구를 대했고 무엇을 생각했었는지를 먼저 생각하며 선수들을 지도하라고 얘기한다.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노력들이 계속 수반되며 선수단 분위기가 변했고 팀의 컬러와 스타일이 바뀌면서 계속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다. 4강 준결승서 덕수고를 만나 패하긴 했지만, 사실 덕수고가 버거운 상대는 아니었다. 패배 원인은 우리에게 있었고 선수들의 집중력과 멘탈이 많이 풀어진 것이 그 이유였다.


-내년 시즌 목표와 팀의 운영에 관한 계획은?

근래 임의배정 형식으로 입학하는 선수들이 많이 있다. 문제는 임의배정을 통해 입학한 선수들이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마음의 상처를 안고 들어오는 것이다. 야구의 기술적인 훈련에 앞서 이들의 마음을 우선 치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훈련 방식에서 보다 더 효율적인 프로그램을 생각하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과 2학년 선수들을 위한 별도의 저학년 대회나 리그가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 현재의 대회 제도로는 선수들이 3학년이 돼도 시합에 출전할까 말까 하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저학년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게 제도가 뒷받침된다면 이들의 실력과 경기력은 계속 향상될 것이다.

수년 동안 시행되고 있는 주말리그도 경기 일정이 조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시합 정도는 주중에 방과 후 야간경기의 형태로 진행하고 주말 이틀 중 일요일 정도는 예비일로 남겨 선수들과 지도자들에게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내년 시즌 우리의 목표 또한 올해와 다르지 않다. 매 경기마다 한 경기씩을 이기도록 노력할 뿐이다.

-구체적으로 고교야구 주말리그의 문제점들은?

내년에 3학년이 되는 우리 선수들 중 투수는 11명이다. 현재 전국 대부분의 대학입시에 따른 요강을 보면 각 대학에서 요구하는 입학지원자의 최소 자격이 투수의 경우에는 주말리그 전체 경기서 30% 이상을 출전한 선수들이다. 서울 지역의 경우 16개 팀들이 2개의 조로 나뉘어 8팀이 각팀 별로 전반기 7경기 후반기 7경기 총 14경기 정도를 하는데, 11명의 투수들이 모두 이러한 자격을 갖추게 하려면 팀 성적을 생각하기 이전 이들의 기용에 관한 계획을 코칭스태프들은 생각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팀의 성적과 실적을 기대하는 학교와 동문, 선수들의 원활한 대학진학을 기대하는 선수 본인들과 부모님들 사이에서 모든 고등학교 야구부의 지도자들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 같은 문제들을 시급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시제도에서의 자격에 관한 변화와 보완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것이 어려우면 시합의 횟수라도 하루 빨리 늘려야 한다. 서울 지역이 이 정도인데, 고교 팀이 몇 개 정도인 강원도 같은 지역은 경기횟수가 얼마나 되겠는가. 경기횟수에 관한 시급한 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도철학이랄까, 선수들을 지도하는 평소의 생각은?


좋은 성적을 거두고 훌륭한 선수를 육성해내는 지도자들을 명장이라 한다면, 그 명장의 명칭 또한 선수들이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나는 언제나 선수들 개인의 성격과 장·단점 등을 파악하려 노력해 왔고, 선수들의 성향에 맞게 지도하며 자율적인 상황에서 서로 격려하며 즐겁게 야구를 하려고 하고 있다. 나의 가장 근본적인 지도방식은 바로 자율 속의 규율이다.

팀플레이에 어긋나는 선수들의 생각과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 특히 선수들끼리 어떠한 실수나 과오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서로 지적하며 비난하는 행위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지금까지 지도자 생활을 해왔다. 이 같은 원칙 아래서 우리 배명고 야구부의 이미지와 팀 컬러가 밝고 즐겁고 재미있는 야구를 하는 그러한 팀으로 변화하고 발전하기를 바라며 나 또한 그러한 팀과 선수들에게 기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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