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멈춘 자이로드롭> 롯데월드 사고일지

2016.09.26 11:22:05 호수 0호

놀이기구 탔다 세상 하직할 뻔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롯데월드의 간판 놀이기구인 자이로드롭이 멈추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 이후 롯데월드 측이 기계 결함 사실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롯데월드 자이로드롭은 이미 고장 사례가 두 번이나 있어 사람들의 신뢰도는 바닥을 쳤다. 이번 일이 논란이 되자 여태까지 있었던 롯데월드의 놀이기구 고장 사례들이 하나둘씩 수면위로 떠올랐다. 아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이 되고 어른들에게는 추억의 장소가 됐던 롯데월드. 아찔했던 사고 사례에 대해 알아본다.



언제서부터인지 네티즌들은 롯데월드를 ‘데스월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안전 문제로 인한 사망 및 부상사고의 발생빈도가 다른 놀이공원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롯데월드 사고’라는 키워드로 인터넷 검색을 해 보면 수많은 자료가 쏟아져 나올 정도로 롯데월드는 개장 이래 20년동안 다양한 안전사고들이 발생했다.

잠실 데스월드?

2000년대 초중반에는 심각한 안전사고들이 발생, 롯데월드의 이미지 악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결국 롯데월드는 2007년 초 시설 전면 보수를 위해 6개월 전면 휴장이라는 극단의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당시 롯데월드 관계자는 “안정성을 보다 강화했다. 독일의 종합안정 승인기관인 TUV를 통해 놀이시설 운행관련 1000여 안전항목을 테스트받았다”고 했다.

테스트에 소요된 예산만 650억원, 10만명 이상의 인력이 투입됐다. 재개장한 후로는 예전과 같은 안전문제로 인한 사망 및 부상사고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지만 시설 고장으로 인한 사고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이용객들의 불안을 사고 있다.

1992년 8월16일에는 롯데월드를 관람하던 조선족 이모(39)씨가 롤러코스터 후렌치 레볼루션의 540도 뱅킹 수평회전 구간 근처에서 사람 허리춤 높이의 안전펜스를 넘어서 트랙구간에 무단출입해 레일 위로 목을 내밀고 사진촬영을 하려다 시속 80km로 달리는 열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후 사고 지점의 안전펜스는 사람 키 높이만큼 높아졌다.


1995년 3월23일에는 민속관 저잣거리 부근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롯데월드 방재실에서 1분 만에 상황을 파악했음에도 사고를 숨기려는 목적으로 신고하지 않다가 30분 정도 지나서야 신고하는 바람에 소방서 출동이 늦어졌다.

스프링쿨러도 작동 기준 온도 미달로 가동되지 않아 초기 진화에도 실패했다. 화재 발생 8시간 뒤 민속관 내부 시설이 잿더미로 변하고 나서야 진압이 됐다.

1999년 4월16일 롯데월드를 방문한 모 여고 2학년 박모(17)양이 '신밧드의 모험' 탑승 중 스릴을 느끼고 싶다며 자리서 일어났다가 천장에 얼굴을 강타당하고 추락한 사고가 있었다. 박양은 이 사고로 얼굴 등에 64바늘을 꿰매는 중상을 입었다. 실제 신밧드의 모험 차량에는 안전바 장치가 없었다.

그래서 운행 중에도 탑승자가 일어서는 것이 가능했다. 특히 이 당시에 신밧드의 모험을 서서 타는 게 청소년들 사이에서 무용담 같이 퍼졌었다. 이후 신밧드의 모험의 탑승 차량에는 절대 일어서지 말라는 문구가 부착됐다.

그런데 이 부상 사고가 당시에 PC통신과 인터넷을 통해 이상하게 퍼지면서 어느 여성이 남자친구와 자이로드롭에 탑승했다가 바람에 흩날리던 긴 생머리가 타워 꼭대기에 고정된 기계에 끼인 채 하강하는 바람에 두피를 비롯, 얼굴 가죽이 모두 벗겨져 사망했다는 괴담으로 번졌다.

게다가 당시 사망자의 사진이라며 얼굴 가죽이 벗겨진 시신 사진이 함께 나도는 등 끔찍한 루머가 돌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이 괴담을 믿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당시 나돌던 시신 사진은 외국 고어 사이트에서 가져 온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괴담이 너무 심각하게 퍼졌던 탓에 당시 경찰은 언론을 통해 직접 사실을 조사 및 해명까지 했을 정도다.

60m 상공서 39명 벌벌…툭하면 고장
사고 발생빈도 다른 곳에 비해 높아

이용객이 아닌 직원들 사고도 있었다.

2003년 8월4일에는 아르바이트생 김모(19)군이 고장 난 혜성특급 동체를 견인하다가 레일에 끼어 사망한 사고가 있었고 2006년 3월6일에는 롯데월드 매직 아일랜드서 '아틀란티스' 놀이기구에 탑승한 롯데월드 안전과 직원 성모(28)씨가 맨 앞좌석에 앉아 있다가 시속 70km의 속도로 급하게 회전하는 구간에서 기구에 머리를 부딪힌 후 튕겨나가 12m 아래 석촌호수로 추락, 사고발생 25분뒤 구조대에 의해 구조됐으나 익사한 채 발견된 사고도 있었다.
 

특히 사고가 난 어트랙션인 아틀란티스는 지난 2004년 2월에 무면허 업체가 철골 및 구조물 시공을 한 것으로 드러나 관할구청인 송파구청으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전력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특히 일반 이용객이 롯데월드에서 정식 운영 중인 어트랙션에 탑승했다가 시설 안전 문제로 인해 사망한 첫 사고사례로 롯데월드 역사상 최악의 안전사고로 기록될 정도였기에 후폭풍과 파급 효과는 그야말로 엄청났다.

롯데월드 측은 아틀란티스 사망 사고에 대한 대국민사과 차원에서 2006년 3월26일부터 31일까지 무료입장 및 이용 이벤트를 공식 선언했다.

무료입장 첫날인 26일에는 그야말로 전국의 어린이 및 청소년들이 꼭두새벽부터 몰려드는 바람에 걷잡을 수 없이 많은 인파가 출입구를 가득 메웠다. 이날 롯데월드 측은 질서 유지에 나섰으나 확성기를 통한 안전요원의 말이 잘못 전달돼 오히려 혼란이 가중되면서 7명이 넘어져 중경상을 입기도 했다.

안전요원이 입장 대기 중인 관람객들에게 '앉으라'고 한 것을 뒤편에서는 이를 '이제 입장하라'는 뜻으로 오해해 일시에 성급하게 밀어붙이면서 일어난 사고였다. 사고가 난 장소가 워낙 넓은 곳이라서 음성안내 전달이 잘못 전해진 데다가 관람객들의 조급증이 겹쳐진 복합적인 이유였다.

이후 롯데월드 쪽으로 앞다퉈 접근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곳곳서 바닥에 넘어지고 출입구 유리창이 깨져 골절 등 중경상을 입는 환자가 속출해 초등학생 등 35명이 부상을 당했다.

당시 입장객 통제를 했던 롯데월드 직원에 따르면 압사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고 한다. 사고 직후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의경 400여명을 배치, 질서 유지에 나서면서 비로소 사태가 수습됐고 오전 9시30분부터 입장이 시작됐다.

2006년 6월27일에는 최모(10)군이 다크라이드인 ‘환타지 드림’을 타던 도중 갑자기 4m 위 천장서 떨어진 가로 30cm, 세로 30cm 크기의 석고로 만든 캔디마감재에 머리를 맞아 상처를 입는 일도 있었다. 옆에 있던 13살된 최군의 형도 파편 조각에 얼굴을 다쳤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마감재 뒷면엔 드릴로 박은 못이 박혀 있어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었다.

이를 계기로 롯데월드 측에선 외부 기관에 안전 컨설팅을 의뢰했다. 그 결과 몇몇 구조물들에 붕괴 위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컨설팅 내용이 언론에 노출되어 여론의 질타를 받은 롯데월드는 2007년 1월8일 사장의 기자회견과 함께 전격적으로 보수공사에 들어가 6개월 후 재개장했다. 당시 롯데월드 측은 안전에는 문제가 없지만 여론 때문에 휴장한다는 입장이어서 또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2010년 10월7일, 2015년 4월28일과 2016년 9월19일에 자이로드롭이 상공 60m 지점서 멈춰서는 사건이 벌어졌고 2011년 9월15일에는 ‘혜성특급’이 정전 사태로 인해 10분간 멈추는 사고, 2012년 2월12일 롤러코스터 ‘후렌치 레볼루션’이 출발 직후 멈춰서 탑승객 20여명이 비상 대피통로를 통해 긴급 대피했다.


어물쩍 넘어가

2월14일에는 어린이용 관람차의 문이 운행 중 열리는 사고, 8월1일에는 ‘풍선비행’ 기구가 수직 상승기의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아 승객들이 탑승한 풍선 부분이 내려앉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현재까지도 롯데월드의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어 이용객들의 불안은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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