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로 이펙트

2016.09.26 09:26:09 호수 0호

질리언 테트 저 / 어크로스 / 1만5000원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구조적 시각과 접근이 필요하다고 흔히들 이야기한다. 우리는 문제점과 ‘구조개혁’ 같은 정답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한 결과만 남기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대책회의와 조직과 브리핑과 책임자와 협의체가 생기지만 각자의 업무에만 몰두할 뿐, 문제라는 커다란 그림의 변화와 해결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사일로 이펙트>의 저자 질리언 테트가 발견한 우리를 눈멀게 하고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가로막는 주범 ‘사일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점과 점 사이 선을 보지 못하고 모두 칸막이 속에만 갇힌 채 아등바등하고 있는 것이다.
런던의 저널리스트로 일하면서 <파이낸셜 타임스>의 시장 팀을 책임지고 있던 저자는 금융위기와 함께 금융위기가 발생한 원인을 파악하는 데 몰두했다. 저널리스트로 금융위기에 얽힌 이야기를 파헤치면서 저자는 이 재난에 다른 원인이 있다고 확신한다. 현대 금융계 종사자들의 조직 구성 및 의사소통 방식이 놀라울 정도로 분열되어 있었고, 세계관이 완전히 제각각이었던 것이다. 충격적인 사건들은 사일로를 넘어 쉽게 전염되지만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편협한 사일로 안에 여전히 갇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 <사일로 이펙트>에서는 사일로 이펙트가 왜 발생하는지 살펴보고, 사일로에 갇히기 전에 어떻게 사일로를 활용할 수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돌파구를 제시한다. 여기서 사일로 이펙트란 비즈니스 용어로 사용되는 것으로, 부서 이기주의를 의미한다. 생각과 행동을 가로막는 편협한 사고의 틀, 심리 상태를 가리키기도 한다. 개인과 조직의 문제에 모두 적용이 가능한 단어다.
저자는 금융 저널리스트의 입장을 반영하여 마이클 블롬버그가 이끌었던 뉴욕시청에서부터 런던의 잉글랜드 은행, 오하이오의 클리블랜드 클리닉, 스위스의 UBS, 캘리포니아의 페이스북, 도쿄의 소니, 뉴욕 시의 블루마운틴 헤지펀드, 시카고 경찰국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를 다루고 있다. 어떤 이야기들은 사람들이 사일로에 맹목적으로 길들여지면 얼마나 어리석게 행동하는지 여실이 보여줄 것이고, 어떤 이야기들은 단체와 개인이 어떻게 사일로를 길들이는 데 성공했는지 알려준다.
책에서는 9.11테러, 소니의 몰락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사일로 이펙트를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이와 다르지 않은 큰 사건 하나가 있다. 바로 세월호 참사. 세월호 침몰 이전부터 여객선의 증축, 과적, 부실점검 같은 여러 징후가 있었지만 그것을 하나의 선으로 연결해 사고 가능성을 예견하는 지혜와 상상력이 부족했다. 사고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총괄책임자들은 서로 다른 위치에서 각자의 업무만 보느라 실상을 파악하지 못했고, 그들이 관장하는 부처들 역시 따로 움직였다. 대책본부가 10개나 생기고 컨트롤 타워가 만들어졌지만 공무원들은 각 부처의 보스를 위해서만 일했고, 보스들은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따로 놀았다. 이것이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가장 큰 메시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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