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나호텔 안주인 자살 '미스터리'

2016.09.09 18:04:20 호수 0호

명문가 며느리 목숨 던진 사연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하지만 때때로 죽음은 많은 말을 한다. 망자가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끊었을 경우에는 더 그렇다. 지난 2일 서울 한강변에서 50대 여성 이모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 수사 결과 이씨는 유명 호텔 사장의 부인이자 유력 언론인의 제수로 밝혀졌다. 경찰은 자살로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다. 이씨가 죽음으로 말하고자 했던 바는 뭘까.



지난 2일 오전 11시쯤 고양시 덕양동 가양대교 북단 강변서 50대 여성 이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기 고양경찰서에 따르면 이씨는 코리아나호텔 방용훈 사장의 부인으로 밝혀졌다. 방용훈 사장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동생이다.

집안 문제?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씨를 발견하기 전날 새벽 4시쯤 서울 방화대교 위에 운전자가 없는 차량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한강 하구를 중심으로 수색 작업을 벌여왔다.

방화대교에서 발견된 렉서스 승용차의 소유주는 이씨로 알려졌다. 이씨는 자신의 렉서스 차량을 방화대교 갓길에 세우고 난간에 올라 투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닷물의 흐름에 따라 이씨의 시신이 가양대교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씨에 대한 부검 결과 타살 혐의점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차량에서 이씨가 자필로 쓴 것으로 보이는 유서가 발견된 점 등을 들어 자살로 잠정 결론 내렸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의 차량에는 휴대폰 등 다른 유류품은 없었다.


사장 부인 오전 한강변서 시신으로 발견
극단적 선택 왜?…유서 남겼지만 비공개

경찰은 지난 3일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약물 검사 결과 등 이씨에 대한 정밀 부검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약 한 달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유력 언론인의 제수이자 호텔 사장의 부인이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씨가 우울증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 경찰 조사 결과 이씨가 우울증 약을 복용했다는 말도 나왔다.

이씨가 자살을 선택한 동기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면서 차량에서 발견된 유서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씨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자필 유서 속에 죽음의 이유부터 배경까지 기록돼 있을 것이라는 추측 또한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이 유서를 쓰는 비율은 세간의 생각과는 달리 30%에 불과하다. 나머지 70%는 자살을 선택하면서 유서를 남기지 않고 목숨을 끊는다. 하지만 최근 언론에 보도된 두 건의 자살 사건에서 모두 유서가 나왔다.

지난달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롯데그룹 2인자 이인원 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도 유서를 남겼다. 당시 이 부회장은 유서에 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사람” “롯데그룹 비자금은 없었다등의 내용을 남겼다.

범죄심리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은 이 부회장의 유서를 보고 검찰수사 꼬리 자르기의 의미가 있다고 봤다. 검찰은 현재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이고, 이 부회장이 자살한 당일은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다시 말해 이 부회장이 남긴 유서는 검찰수사가 더 이상 롯데그룹을 겨누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올 만한 배경이 있는 셈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자살을 선택한 사람이 유서를 남기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남은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는 인사성 유서또 다른 하나는 자기 해명을 하는 전략성 유서. 이 부회장의 경우는 전략성 유서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우울증?


그렇다면 이씨가 남긴 유서는 어떤 성격에 가까울까. 경찰은 유족이 공개를 꺼리고 있다는 점을 들어 유서의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유서에는 가족관계와 금전 문제에 대해 토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전해졌다. 경찰은 시신 부검과는 별개로 유서의 필적이 이씨의 것이 맞는지 감정 중이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방씨 형제는 지금

방씨일가가 혼란스럽다. 동생인 코리아나호텔 방용훈 사장은 아내를 잃었다. 형인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청와대의 한 방에 휘청이고 있다. <조선일보>는 송희영 전 주필이 대우조선해양 전직 경영진과 유럽으로 대가성 초호화 외유를 갔다는 의혹에 휩싸인 이후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송 전 주필은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달 29일 사의를 표명했고, <조선일보>30일 사표를 수리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31일 자사 신문 1면에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사과문에는 “<조선일보>를 대표하는 언론인의 일탈 행위로 인해 독자 여러분께 실망감을 안겨 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송 전 주필에 대해 제기된 의혹들은 향후 엄정하게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입니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사안은 가라앉지 않았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은 자사 신문에 게재된 사과 수위가 미흡하다고 판단, 지난 2일 송 전 주필과 관련된 의혹을 철저히 진상 규명할 수 있는 독립적인 조사기구 구성 등을 촉구했다. 또 윤리위원회와 감사실 신설, 간부 사원에 대한 다면평가제 도입 등을 요구했다.

송 전 주필과 관련한 의혹뿐만 아니라 연이어 제기되고 있는 또 다른 의혹을 제대로 털고 가지 않고선 독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사측은 노조의 요구에 공감하면서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방상훈 사장은 노조의 요구가 담긴 노보가 발행된 시점과 비슷한 시기에 사보에 방상훈 사장이 임직원에게 보내는 편지를 올렸다.

방 사장은 편지에서 그동안 불거진 의혹에 대해서는 당국에서 엄정하게 수사해주길 바란다“<조선일보>가 책임져야 할 부분은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전했다. 이어 방 사장은 관행이라는 명분으로 이어졌던 취재 방식, 취재원과의 만남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더 이상 발붙일 수 없도록 체제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 사장은 송 전 주필 등 불거진 의혹과 관련해 우리 스스로 좀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김영란법 때문에 취재 활동 자체가 위축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해외 출장을 포함해 모든 취재에 들어가는 경비를 회사에서 지원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노조는 방 사장의 편지에도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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