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신혼부부 실종 미스터리

2016.09.05 12:08:22 호수 0호

어느날 갑자기 감쪽같이 사라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부산에 거주하고 있던 한 부부의 행방이 묘연하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단서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범죄 혐의점이나 실종 이유도 나타나지 않아 답답함만 가중되고 온갖 추측만 난무할 뿐이다.



지난달 29일, 부산 남부경찰서는 수영구 광안동에 살고 있던 A(35)씨와 B(35·여)씨 부부가 지난 5월28일 이후 실종됐다고 밝혔다. A씨 부부는 지난해 11월 결혼한 동갑내기 신혼부부다. 이들의 실종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왔지만 경찰의 발표가 있기 전까진 자작극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아 비난을 샀다.

문자만 남기고…

A씨 부부의 실종은 A씨의 아버지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A씨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건강식품을 주기 위해 전화했다. 아들 내외의 집에 들러 문제가 있는지 살펴봤지만 집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그는A씨 부부가 계속해서 연락을 받지 않자 이상함을 느끼고 경찰에 신고한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할 수 있는 모든 기법의 수사를 동원했지만 아무런 단서를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먼저 A씨 부부가 거주하는 아파트 주차장에 설치된 CCTV를 확인했다. CCTV에는 부인 B씨가 지난 5월27일 저녁에 차를 세운 뒤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저장돼 있었다. 이튿날인 28일 새벽 3시경 A씨가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도 찍혔다. 그러나 이들 부부가 집 밖으로 나가는 모습은 발견되지 않았다.


집 주변과 지하실, 옥상의 물탱크까지 수색했지만 두 사람의 흔적은 찾아낼 수 없었다. 흔적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경찰은 CCTV 사각지대를 의심하고 있다. 아파트 비상통로 계단이 바로 그곳이다. 아파트의 비상통로 계단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이용 시 CCTV에 촬영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뒀다.

경찰은 A씨 부부의 핸드폰 신호도 확인했다. A씨의 핸드폰은 지난 6월2일 부산 기장군에서, B씨의 핸드폰은 같은 날 저녁 서울 강동구 천호동 근처서 꺼졌다. 부산 기장군에는 A씨 부부의 연고지가 없지만 강동구에는 A씨의 어머니가 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핸드폰이 꺼지기 전에 주고받은 문자도 주목받았다. 여기서도 의혹은 제기된다.

A씨 부부의 실종을 신고한 아버지가 A씨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별 일 아니니 걱정 말라’는 답장이 왔다. A씨의 동업자에겐 “내가 무슨 일이 있어 한 두 달 못 나가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라”라는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만 보내고 전화를 하지 않았다는 데서 경찰은 문자를 A씨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보냈을 것이라는 추측도 하고 있다. A씨 부부가 제 3자에 의해 범행을 당했고 범인이 경찰수사에 혼선을 주거나 신고를 지연시키기 위해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A씨 부부의 집에서 없어진 물건도 주목받았다. 휴대폰과 노트북, 속옷, 여권, 여름옷이 조금 없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여권과 옷이 없어져 일각에선 외국으로 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출입국 관리 사무소도 조사를 했으나 두 사람의 출국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동갑내기 남편과 부인 행방묘연
CCTV 등 아무런 흔적 찾지 못해

부산서 중국이나 일본으로 밀항할 수 있는 루트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자발적으로 사라졌는지 범행에 의해서 실종된 것인지에 대한 단서는 지금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A씨는 생선요리 식당을 운영했고 채무관계 역시 깨끗한 편으로 조사됐다. 약 3000만원의 예금도 통장에 저축돼 있었다. 부부관계 역시 좋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거주하던 아파트 경비원은 “싸우는 일은 없었다”고 증언하며 두 사람의 사이 불화는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제삼자의 범행을 고려해 집안 내부에 과학 수사요원을 동원해 현장 감식을 벌였으나 외부 침입이나 다툼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3개월이 넘도록 휴대폰, 교통카드, 신용카드의 사용 흔적이 없어 생존 여부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금전관계로 인한 갈등이라고 보기엔 보험 가입 혹은 약관추가가 없고 예금 인출기록도 없다.

두 사람의 사건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인들이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면서다. 단서를 찾을 수 없는 사건에 대중은 갖가지 추측을 쏟아냈다. 한 커뮤니티에선 CCTV에 찍힌 B씨의 모습이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과 너무나도 달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B씨의 머리를 바리깡으로 민 듯한 흔적이 있다’며 A씨의 가정폭력에 의한 실종사건이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올라온 글에 대한 추측도 난무하는 상황이다. 대중은 A씨의 사진과 신상에 대해 올라오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또 A씨의 지인이 왜 B씨의 사진만 올렸냐는 말도 나왔다. CCTV에 찍힌 B씨의 모습과 지인이 올린 B씨의 사진이 다른 사람으로 보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A씨 부부의 지인이라고 밝힌 이들이 글을 작성해 해명에 나섰다.
 

그들은 A씨의 사진이 없어 B씨의 사진만 올라온 이유는 A씨의 집에서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말을 했다. CCTV 사진과의 괴리감에 대해선 평소 B씨가 화장을 안 하고 다녀 다르게 보일 수 있고, CCTV의 화질과 각도 문제로 생긴 오차라고 했다.

머리를 바리깡으로 밀린 게 아니냐는 추측엔 실종 며칠 전만해도 머리길이에 이상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 해명은 또 다른 의혹을 불렀다. A씨도 같이 실종이 됐는데 왜 A씨의 집에선 사진공개를 원하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혹시 자작극?

경찰은 A씨 부부의 지인에 눈을 돌리고 있다. A씨의 지인이 노르웨이에 있다가 실종사건 전에 귀국한 뒤 사건 이후 6월 초 다시 출국했다는 점에 초점을 뒀다.

하지만 A씨 지인의 혐의는 확정이 된 것이 아니라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A씨 지인에게 귀국해서 수사에 협조하라는 요청을 보내고 있지만 그는 입국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경찰은 인터폴과 사법공조체제를 가동해 수사를 하고 있다.


<anjapil@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내 미제 사건들

아직까지도 단서가 잡히지 않고 있는 사건들이 있다. 화성 연쇄 살인 사건과 이형호군 유괴 살인사건,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은 지금까지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다.


화성 연쇄 살인사건은 지난 1986년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에서 여성노인의 시신이 발견되며 시작됐다. 이후 1986년에 2건, 1987년에 3건 등 총 10건에 걸쳐 1991년까지 불특정 다수의 여성이 강간·살해당했다. 3000명의 용의자가 조사를 받았지만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지난 1991년 1월 이형호군이 유괴 당한 사건도 범인이 잡히지 않았다. 유괴범은 이군의 부모에게 돈을 요구했고, 이군의 부모는 돈을 넣은 박스를 전달했다. 돈을 가지고 사라진 범인은 가짜 돈이 섞였다며 이군을 살해하고 사라졌다.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도 있다. 지난 1991년 대구 성서초에 다니던 9∼13살까지의 소년 5명이 도롱뇽알을 주우러 간다고 한 뒤 귀가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경찰 50만명이 동원돼 조사를 벌였지만 난항에 빠졌다. 11년 뒤인 지난 2002년에 그들은 대구 성산고교 뒤쪽에서 유골로 발견됐다.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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