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8·27전대> 추미애-잠룡들 궁합 보니…

2016.09.05 11:54:20 호수 0호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 시작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친문(친 문재인)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추미애 의원이 당대표에 선출됐다. 정가에 떠돌던 ‘문재인 대세론’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더민주 잠룡들은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며 하나둘씩 일어나고 있는 상황. ‘추다르크’가 이끄는 더민주호에 과연 누가 깃발을 꽂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새 수장으로 추미애 대표가 선출됐다. 추 대표는 54.03%를 득표해 이종걸, 김상곤 후보를 누르고 당대표에 올랐다. 정치권에선 전대 경선를 놓고 추 대표가 주류 측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봤다. 게다가 ‘문재인 키즈’로 불리는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김병관 의원이 최고위원에 나란히 오르면서 친문 일색으로 지도부가 꾸려질 것이라는 정치권의 우려가 일정 부분 현실로 나타났다.

친문 일색으로
지도부 꾸린다?

추 대표가 당권을 장악한 상황에서 더민주 잠룡 중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전 대표의 속내는 어떨까. 정가에선 이번 결과로 문 전 대표가 당내 대선후보 경선은 무난히 통과하겠지만, 막상 대선에서는 험난한 여정을 걷게 될 것이란 예상이 주류를 이룬다.

추 대표가 친문계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 대표에 당선됐다는 것은 선거 결과를 통해 확인됐다. 게다가 최고위원들도 ‘문재인 키즈’들이 자리를 채웠다. 이번 전대 결과를 놓고 한 의원은 “과연 신임 지도부 구성이 문 전 대표에게 좋은 결과일까라는 의문들이 있다”며 “우리가 경선서 이기는 게 목표는 아니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추 대표가 문 전 대표에 치우치지 않는 경선을 추진, 당을 이끄는 반전을 보여줄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가지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추 대표가 당대표 경선 과정서 ‘1등 후보를 지켜야 한다’는 논리를 줄기차게 펴왔기 때문이다.


전당대회 당시 이종걸 당 대표 후보는 “만약 특정후보 대리인이 당 대표가 된다면, 그래서 경선 결과가 뻔하다면 흥행은 실패하고 강한 후보는 탄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친문·주류가 싹쓸이하는 것은 단합이 아니라 획일화로, 진정한 단합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내 유력주자의 수호천사를 자처하는 후보는 공정한 대선후보를 만들 수 없다”고 말해 추 대표를 견제하는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에 추 대표는 “전당대회를 하면서 갑자기 나를 두고 ‘친문’이라고 한다”며 “오직 대의원과 당원 여러분만 믿고 더민주를 지켜온, 한 길을 걸어온 ‘친민’이며 국민에게 희망주는 호위무서, ‘호민’이 되겠다”고 말해 이 후보의 공세에 대해 반박했다.
 

추 대표는 당선 직후 문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손학규 전 상임고문, 김부겸 의원 등 더민주 대권 잠룡들을 일일이 거명하면서 “모두 함께 공정하고 깨끗한 경선, 정당사에 길이 남을 역동적인 경선을 함께 만들자”고 말했다.

또 “이번 전대에서 주류, 비주류의 나뉨이 있었다”며 “이제부터 주류·비주류, 친문·비문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균형 있는 정당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잠룡들을 언급하면서 ‘공정’ ‘역동’을 강조한 것은 ‘문재인 대리인’이라는 평가를 불식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문 대세론 확인…추 “1위 후보 지키겠다”
김부겸·안희정도 나란히 대권 도전 시사

추 대표가 내년 대선을 총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대가 끝남과 동시에 더민주 잠룡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우선 비주류계 잠룡으로 평가 받는 김부겸 의원은 지난달 30일 “당권 불출마 선언 이후 대선 경선 출마를 준비해왔다”며 “저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이 대선 출마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가에선 지난 전당대회 결과 ‘친문’ 지도부가 들어서고, ‘문재인 대세론’이 득세한 상황서 이를 대응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평가한다.

김 의원도 조기 도전장을 낸 취지에 대해 “다른 의원들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지만 너무 ‘문재인 대세론’ 하니까 이건 아니다 해서 나라도 나선 것”이라고 밝혀 친문중심으로 대선정국이 꾸려질 상황을 염려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친문당이라 불리는 현 상황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페이스북에 그는 “‘친문당’이 되었으니 대선 경선도 끝난 것 아니냐(는 말이 돌고 있다)”며 “대선 경선 결과까지 이미 정해진 듯이 말하는 것은 지나친 예단”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번 8·27 전당대회서 김상곤 후보를 후방지원하면서 대선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진다. 당장 친문 중심의 추 대표가 당을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김 의원은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롭게 구성된 당지도부에 대해서는 “이번 전대 역시 대선 승리를 위한 당원들의 의지가 드러난 결과”라며 “우리 모두는 이에 승복하고 단결과 화합을 향해 새 출발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 6월까지만 하더라도 김 의원은 더민주의 유력한 당권주자로 꼽혔다. 김 의원이 추 대표와 당권을 두고 겨룰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김 의원이 대권 도전을 시사하면서 당권의 중심추는 추 대표 쪽으로 기울었다.

당장 김 의원이 대선 출마를 밝힌 상황에서 추 대표가 직접적으로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방안을 꾸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 안팎에선 친문의 지지세를 등에 업고 당대표에 오른 추 대표를 지켜보는 시선이 매섭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최근 자신의 외곽 단체인 새희망포럼(대표 설훈 의원)을 주축으로 전국의 지역 조직을 닦는 데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핵심 측근은 “새희망포럼은 사실상 김부겸 대선 캠프의 맹아(萌芽)”라며 “수백 명의 자문 교수 그룹도 꾸준히 만나오고 있다”고 했다. 경제·통상전문 교수가 자문단 좌장을 맡아 내년 대선 캠프의 정책단을 이끌 것으로 알려졌다.

김부겸·안희정
빠른 행보 왜?

최근에는 김 의원과 비슷한 시기에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대선출마 의지를 내비쳤다. 안 지사는 지난 1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뛰어넘을 것입니다”라는 글로 시작해 “동교동도, 친노도, 친문도, 비문도, 고향도, 지역도 뛰어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못다 이룬 역사를 완성하고자 노력할 뜻을 밝혔다. 이어 “그들은 시대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도전했다”며 “나는 그 역사를 이어받고 한 걸음 더 진전시켜 낼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안 지사는 올 12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것으로 알려진다. 안 지사 측 핵심 인사는 지난 1일 “안 지사가 올 12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내년 1월로 예정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국내 복귀에 앞서 ‘반기문 대망론’을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안 지사는 1989년 1월 김덕룡 전 국회의원실서 일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14대 총선서 낙선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돕는 일을 시작해 2002년에는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정무팀장을 지내 노 전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데 일조했다.


이후 몇 번의 부침이 있었지만 지난 2010년 충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박상돈 후보를 누르고 충남도지사에 당선된 그는 지난 2014년 6·4지방선거에서 현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를 누르고 승리해 야권의 잠룡으로 거듭났다.

추 대표와 안 지사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잇겠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안 지사는 '노무현의 왼팔'로 불리며 친노의 핵심멤버로 분류된다. 친문이 친노서 분화했기 때문에 더민주 내에는 안 지사를 지지하는 고정세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안 지사는 최근 대선 출마 의지를 내비치면서 “계파를 뛰어넘겠다”고 밝혔다. 이는 친문 중심으로 대선 정국이 흐르는 것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부겸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시기와 맞물린다는 점도 ‘친문 힘빼기’에 일환으로 해석된다.

전당대회가 끝나고 대선 출마를 고려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고심도 깊어진 상황이다. 박 시장은 지난 5월 광주 전남대 특강에서 “뒤로 숨지 않겠다. 역사의 대열에 앞장서서 역사의 부름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행동하겠다”고 밝혀 대권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박원순·손학규
어디에서 등판?

박 시장은 대선 출마와 서울시장 3선 연임 등을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경제·통일·노동 등 각 분야 원로들과 비공개 만남을 이어가며 세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박 시장 측은 조만간 시민사회세력 기반의 싱크탱크인 ‘희망새물결(가칭)’을 만들고 조만간 출범할 예정으로 알려진다.

김민영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오성규 전 서울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서왕진 전 서울시 정책특보가 싱크탱크로 주도하고 있다. 박 시장 측 관계자는 "다양한 정책 이슈에 대한 자문과 동시에 시민사회 세력을 결집하는 기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친문중심의 지도부가 구성됨에 따라 박 시장의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 시장이 더민주 내 지지기반이 튼실하지 않다는 점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또한 앞으로 추 대표가 만드는 룰 안에서 박 시장이 살아남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박 시장 영입에 힘을 쏟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22일 “박 시장을 만나 우리 당에 와서 아름다운 경선을 해보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민주 전대 결과를 보면 결국 친노·친문이 다 먹는다”며 박 시장이 국민의당에 합류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박 비대위원장도 박 시장이 더민주 내에서 대권주자로 살아남기에는 어렵다는 현실적 고려에서 나온 발언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을 대선주자로 거듭나도록 한 인물이 국민의당 안 전 대표임을 살펴보면 국민의당의 제안을 무리수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다만 새롭게 더민주를 이끌 추 대표와 박 시장 간 정치적 접점과 이해관계가 맞지 않다는 점이 박 시장의 대선 행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박 시장도 김부겸 의원과 안 지사처럼 발 빠른 대선 출마를 선언할 수도 있다. 추 대표가 빠른 시일 안에 대선후보를 결정지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추 대표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당헌·당규에는 경선 룰이 대선 투표일 1년 전에, 후보는 180일 전에 확정지어야 한다고 돼 있다”며 “경선 룰은 늦어도 오는 12월 중순에는 만들어져야 하고, 후보는 6월까지 정해져야 한다는 얘기다”라고 말해 내년 6월 이전에 대선 후보를 뽑을 계획임을 밝혔다.

더민주냐 국민의당이냐
박원순·손학규 고민중

더민주 잠룡이자 야권 정계개편의 핵으로 꼽히는 손 전 상임고문도 눈치싸움에 합류했다. 손 전 상임고문은 이번 8·27 전대에 모습을 비치지 않았다. 더민주 잠룡군이 일제히 전대에 모습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대신 그는 국민의당 박 비대위원장을 만났다.

손 전 상임고문과 박 비대위원장은 전남 강진의 한 식당서 국민의당 합류 문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박 비대위원장은 “손 전 상임고문에게 친박인 새누리당, 친문당인 더민주가 아닌 열린 정당인 우리당으로 와서 강한 경선을 통해 정권 교체의 기틀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외연 확장을 위해 손 전 상임고문 영입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손 전 상임고문은 박 대위원장과 만남에 앞서 추미애 의원이 당대표에 선출된 것에 대해 “축하한다. 당을 잘 이끌어 나갈 것으로 믿는다”고 짧게 말했다.

지난달 12일 추 대표는 손 전 상임고문에 대해 “주요 대선주자고,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그분의 캐치프레이즈처럼 정치 철학이 우리 당에 녹아 있는 우리 당과 가장 맞는 후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손 전 상임고문은) 우리당과 정치 철학이 일치해서 이미 수년 전에 우리 당에 건너왔다”며 “제가 잘 모시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추 대표는 다른 잠룡들과는 대조적으로 손 전 상임고문에게는 강력한 러브콜을 보냈다. 사실상 문 전 대표를 지키기에 앞장선 추 대표도 그의 이탈로 잃게 될 ‘표 확장성’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손 전 상임고문이 아직 확실한 정계복귀 선언을 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어느 당에 몸을 풀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앞으로도 추 대표가 문 전 대표를 강력한 대선주자로 만들기 위해 줄기차게 그의 영입에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 잠룡들
“목소리 낼 것”

당내 한 관계자는 “앞으로 대권주자 간 경선 규칙을 정하는 과정에서 친문계의 입김이 세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다른 대권주자들의 의사는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가 된 것 아니냐”며 “경선 시기는 물론 결선투표제 도입 여부 등에 이들의 등판 여부가 달려 있는 만큼 잠룡급 주자들이 앞으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노무현 탄핵’ 추미애 당선 비결
권리당원이 몰표 줬다?

경선초반부터 1강 2중의 구도에서 1강을 차지했던 추미애 후보가 더민주 당대표에 선출됐다. 추 대표는 권리 당원(61.66%), 대의원(51.53%)과 일반 당원(55.15%)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고 일반 국민(45.52%) 여론조사 역시 응답자 절반가량이 추 후보를 당대표로 뽑았다.

과반수 지지 당선
특정 세력 지지세↑

이번 선거는 온라인 권리 당원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 중론이다. 비주류가 국민의당으로 대거 탈당하면서 더민주에는 친문 성향이 강한 온라인 권리 당원이 대거 입당했다. 이들이 이번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것. 최민희 전 의원은 지난달 28일 “이번 당대표 선거는 바뀐 당원 구조를 토대로 적법하게 진행된 결과로 추미애 후보는 대위원, 권리 당원, 일반 당원, 국민 모두에게 높은 지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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