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은 이미 우리 사회에 만연된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다. 경찰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음주운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물론 연예인도 예외는 아니다.

탤런트 여욱환이 지난 11일 음주운전으로 불구속 입건됐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연예인 음주운전. 연예인들의 음주운전은 왜 끊이질 않는 것일까. 

혈중알코올농도 0.172% 만취
사고 후 현장서 500m 가량 도주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11일 음주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고 달아난 혐의로 탤런트 여욱환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여욱환은 10일 오후 서울 강남 신사역 사거리에서 자신의 쏘렌토 차량을 만취 상태로 운전하던 중 앞서가던 BMW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당시 여욱환은 혈중알코올 농도 0.172%로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수치였으며 사고 현장을 이탈했다 뒤늦게 붙잡힌 것으로 확인됐다.

뺑소니 혐의와 관련해 관계자는 “여씨는 현장에서 500m 가량 도주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여기에 여욱환은 조사를 받는 도중 경찰서에서 소리를 지르고 난동을 피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서에서 소리를 지를 정도였다”고 밝혔다.

사고 소식이 알려진 뒤인 이날 오전 여욱환은 소속사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 너무나 죄송스럽고 또 죄송스럽다”며 “많은 분에게 실망을 안겨드린 어리석은 제 모습이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 밝혔다.

‘사생활 노출  대리운전 기피…야행성 생활도 한몫
청소년에 영향…공인으로서 행동에 신중 기해야

그는 이어 “성숙하지 못한 행동을 반성하고, 또 반성하겠다. 보내주신 질타의 말씀들을 가슴 깊이 새겨, 다시는 부족한 모습을 보여드리지 않도록 내 자신을 더욱 채찍질하겠다”며 “앞으로 자숙하는 마음으로 성실히 살겠다. 다시 한 번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사과를 드린다”고 마무리 지었다.

유명 연예인들이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는 사례는 종종 있다. 영화배우 송강호, 가수 전진, 영화배우 권해효, JYJ 김재중, 재벌가 며느리가 된 노현정, 가수 박선주, 가수 이현우, 슈퍼주니어 강인 등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배우 허준호와 조한선, 개그맨 조원석 등은 음주운전으로 사고까지 냈다.

그렇다면 사회적인 파장이 불 보듯 뻔한 연예인들의 음주운전은 왜 끊이질 않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로는 사생활 보호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술을 마시면 대리운전을 부른다. 하지만 연예인들은 대리운전을 부르지 않고 음주운전이란 ‘모험’을 강행한다. 그 이유는 연예인들이 대리운전을 이용하게 되면 거주지, 차량 번호, 연락처 등이 공개되고, 활동에 지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들 음주운전
적발 사례 ‘다반사’

한 연예계 관계자는 “모 탤런트가 대리운전을 불렀었는데 그 사람으로부터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며 “인터넷에 연락처가 유포돼 스팸 문자뿐만 아니라 팬들의 전화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상당수 연예인들이 사생활 노출을 극도로 꺼려 술에 취한 모습을 연예인이 아닌 사람에게 보이길 싫어한다”며 “그런 이유에서 대리 운전기사를 기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음주운전 사건이 알려지면 “여자가 같이 타고 있었다더라”는 식의 뜬소문이 함께 따르는 것도 사실. 최소한 뭔가 감출 것이 있으니 대리 운전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식이다. 다른 이유로는 버릇 때문이다. 한번 음주운전을 경험하면 만취한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음주운전이 반복되는 일반적인 음주운전 경향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연예인의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한번 술을 마시고 핸들을 잡으면 버릇이 돼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소리 소문 없이
어느 순간 컴백

자숙기간이 짧아진 것도 이유로 꼽힌다. 연예인도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음주운전 걸리면 벌칙 받고 벌금내면 되는 일로 치부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됐던 한 연예인은 “음주운전으로 활동을 중단하는 것은 억울하다. 연예활동에 생계가 걸려있는 사람들인데 그렇다면 일반인들도 음주운전을 하면 직업을 그만둬야 하나?”라고 반문한 적이 있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예전에는 모르겠지만 요즘 누가 연예인 음주운전을 그리 신경 쓰나요.” 끊임없이 발생하는 연예인 음주운전 사고와 관련 한 연예계 관계자는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이렇게 답했다. 실제 연예인 음주운전 사건을 살펴보면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졌음을 엿볼 수 있다.

최근 연예인들에게 음주운전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님이 쉽게 드러난다.
지난 90년대 후반에만 해도 음주운전은 대중의 인기로 먹고사는 연예인에게 매우 치명적인 사고였다. 1년 이상의 자숙기간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컴백 이후에도 비난 여론이 이는 등 연예계 활동이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엔 소리 소문 없이 어느 순간에 연예계에 컴백해 활동을 하고 있다.

연예인 음주운전 사고
파장은 ‘일파만파’

연예인들이 주로 야행성인 점도 이유로 꼽힌다. 한 방송관계자는 “촬영이 늦게 끝난 뒤 간단하게 한잔 마신 것은 괜찮을 것으로 생각하고 운전하다 단속에 걸리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적발되는 시간대가 주로 새벽에 몰리는 것도 이런 탓이라는 것이다.  경기 불황으로 매니지먼트의 규모가 축소된 것도 이유로 꼽힌다.

최근엔 매니지먼트도 구조조정으로 인해 실장급 매니저들이 운전대를 잡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연예인 차량의 운전도 해주고, 기본 업무를 보면서 2중, 3중의 어려움도 겪고 있다. 따라서 매니저들이 연예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체크하고, 늦은 술자리까지 따라 붙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음주운전 사고 비율이 높다고 말할 근거는 없다. 하지만 그 파장만큼은 그 어떤 경우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한 경찰 관계자는 “청소년들은 쉽게 연예인들의 행동과 의상 등을 모방하기 때문에 음주운전은 큰 죄가 아니라는 풍토가 청소년들에게 전염될 수 있다”면서 “연예인들은 이러한 점을 명심하고 행동 하나 하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타의 모범을 중시하는 ‘공인’이라고 자칭하는 연예인들의 음주운전은 반드시 근절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