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영구’ 심형래 영화감독

2011.01.11 11:33:13 호수 0호

뜨거운 열정 불굴의 의지 로 할리우드 고고씽


대한민국 국민 바보 ‘영구’가 <라스트 갓파더>로 돌아왔다. 이번엔 세계무대다. ‘영구없다’를 연신 외치던 땜통머리 한복 영구는 ‘오케이(Ok)’를 외치는 2대8 가르마 나비넥타이 ‘YoungGu’로 변신했다. 장장 14년 만에 영구로 우리 곁에 돌아온 심형래 감독. 그의 족적을 따라가봤다.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다음으로 존경하는 게 심형래
월급 줄 돈이 없어 밤무대 뛰면서도 신념 잃지 않아


그는 1982년 제1회 KBS <개그콘테스트>에서 동상을 받으며 데뷔한 이래 <유머1번지> 등 수많은 프로그램에서 영구, 바보 포졸, 눈치 없는 펭귄, 멍청한 파리, 헝그리 복서 등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1980년대 최고의 개그맨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심지어 ‘아이들이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다음으로 존경하는 게 심형래’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영구’는 지금까지 온갖 개그의 패러디 소재로 이용되는 등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1980년대 전성기
역대 최고 개그맨



개그맨으로 승승장구한 심 감독이지만 거기에만 머물지 않았다. 1984년 남기남 감독의 <각설이 품바타령> 출연을 시작으로 영화에 도전한 심 감독은 <우뢰매> 시리즈에 연이어 출연했다. 특히, 1989년 영구를 주인공으로 한 <영구와 땡칠이>는 공전의 히트를 쳤고, 이후 영구 시리즈는 흥행 돌풍을 이어갔다.

그러던 1993년, 심 감독은 ‘영구아트무비’를 설립, 본격적으로 영화에 뛰어들었다. 심 감독이 처음으로 꾀한 것은 괴수영화와 SF영화의 접목. 그러나 첫 영화인 <영구와 공룡 쮸쮸>를 기획한 뒤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은 험난했다. 찰흙으로 빚은 공룡은 마른 뒤 갈라지기 일쑤였고, 유토와 라텍스로 만드는 걸 알게 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유토로 만든 공룡의 피부를 실리콘으로 입힌 뒤 색깔이 먹지 않아서 고생했다. 무게가 200㎏이 넘는 공룡에 사람이 들어가 움직이게 하는 데도 애를 먹었다. 불 뿜는 장치가 오작동해 연기와 불이 입 속으로 되돌아 가는 바람에 질식사가 날 뻔 하기도 했다. 당시 돈으로 공룡 1마리당 1억~2억원을 주고 일본·미국에서 빌려 쓰는 게 나을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심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3년 연속 연예인 소득 1위를 차지하면서 번 돈으로 장만한 집·땅·건물 등을 팔아 최첨단 장비를 구입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데 쏟아 부었다. 24억원을 들여 천신만고 끝에 지난 1994년 <티라노의 발톱>을 완성했다. 하지만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공원>과 개봉일이 겹치면서 빛을 보지 못했다. 이번에도 심 감독은 좌절하지 않았다. 스스로가 정한 방향으로 거침없이 나아갔다. 직원들 월급 줄 돈이 없어 밤무대를 뛰어야 했지만 ‘하면 된다’는 신념을 잃지 않았다.

우리 영화 세계무대 진출할 수 있는 ‘길’ 닦아
<라스트 갓파더> 드라마·기술적 약점 최소화 주력


이 가운데 심 감독은 지난 1995년 <파워킹> 수출로 번 돈 130만 달러와 우일영상의 주문을 받아 제작한 <영구와 우주괴물 불괴리> <할매캅> <심비홍> 등으로 번 돈으로 영화사를 꾸려 지난 1999년 야심작 <용가리>를 세상에 내놨다. 하지만 결국 처절한 실패를 맞게 되면서 갖은 구설수와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그럼에도 심 감독은 7년의 진통 끝에 <용가리>의 몇배 규모인 <디워>를 내놓는 뚝심과 집념을 보여줬다.

수작이냐 졸작이냐로 양 극단의 평가를 받던 <디워>는 한국에서만 80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그 해 최다관객 영화로 등극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1500여 개 극장에서 개봉하기까지 했다. 한국 역사상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영화 <괴물>이 미국에서 불과 70여 개 관에서 개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였다.


그리고 지난해 12월29일, 심 감독은 야심차게 준비한 블록버스터 코미디 <라스트 갓파더>를 내놨다. <라스트 갓파더>는 개봉 첫날부터 압도적 스코어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라스트 갓파더>는 개봉일 하루 동안만 13만명 관객을 끌어 모으면서 박스오피스 2위를 자치한 <헬로우 고스트>의 7만2000명을 거의 더블 스코어로 압도했다.

하지만 <디워>와 달리 비판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과거 득달같이 달려들어 물어뜯던 일부 ‘천적’ 비평가들은 ‘조용한 방관자’ 모드로 일관하는 모습이었다. 심 감독이 이번 <라스트 갓파더>에서 크게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때문이다.

<디워> 미국 내
1500개 극장서 개봉

우선 드라마나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약점을 최소화했다. <디워>는 흥행작이지만 관객과 평단 사이에서는 취약한 드라마와 다소 거친 CG가 문제로 지적됐다. 일각에서는 개봉 3일만에 300만 관객이라는 신드롬 같은 관람 열기를 지나친 애국심의 발로로 해석하며 영화적 완성도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라스트 갓파더>는 슬랩스틱 코미디에 가족적인 러브 스토리를 버무려 드라마 완성도를 높였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훨씬 업그레이드됐다.

메이저 스튜디오인 파라마운트의 세트장을 이용해 1951년 미국 뉴욕을 재현했다. 또 <덤 앤 더머>의 마크 얼윈이 촬영감독으로 참여, 안정감에 기여했다.스케일도 커졌다. 걸프전에 사용된 탱크 등 80대의 대형 차량을 동원했는가 하면 시가지 촬영을 위해 중심부 도로를 막고 경찰의 통제 하에 포와 총을 쏘아대기도 했다. 또 수많은 엑스트라를 동원해 실제 전쟁을 방불케 하는 액션신을 연출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디워>에서 메가폰만 잡았던 심 감독이 직접 주인공까지 맡았다는 것이다. 원래 연출보다는 코미디 연기가 ‘전공’인 심 감독은 오랫동안 가다듬은 코미디를 미국식으로 재해석했다. 본격적으로 영화감독의 길로 접어선 이래 심 감독의 시선은 늘 해외로 향해 있었다. <용가리> <디워>는 물론 최근 개봉한 <라스트 갓파더>까지 모두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이다. 국내 영화감독 대부분이 국내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 이유에 대해 심 감독은 해외 영화 산업 시장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왕 영화를 만들 바에 큰물에서 놀자는 것. 그러나 해외 시장, 그것도 할리우드 진출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자국 영화에는 개방적이지만 외국영화에는 폐쇄적인 할리우드의 속성 때문이었다. 심 감독에 따르면 할리우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명성’이다.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와 아이템을 갖고 있어도, 실제로 제작사와 감독이 그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이 증명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과거 <용가리>와 <디워>를 제작했던 경력이 많이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3D 애니메이션
차기작 준비 완료

현재 심 감독은 널리 알려진 배우와 함께 작업하고, 안정된 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을 만큼 할리우드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처음만 하더라도 영화를 어떻게 파는지 방법조차 몰랐다. 그야말로 ‘맨 땅의 헤딩’을 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제 심 감독은 기획만 좋다면 해외 시장에 영화를 얼마든지 팔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해외 영화시장은 국내와 비교가 안될 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돈을 벌기 위해 해외 무대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우리 영화가 세계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닦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심 감독은 벌써부터 차기작을 염두에 두고 있다. SF와 코미디에 이은 그의 도전은 <추억의 붕어빵>이란 가제가 붙은 3D 애니메이션이이다. 한국전쟁 이후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추억의 붕어빵>은 부모를 잃은 아이의 해외 입양을 다룬 작품이다. <추억의 붕어빵> 역시 해외시장을 염두에 둔 작품이다. 전쟁 뒤 입양된 아이들이란 소재를 선택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전세계가 공감하는 내용인데다 과거 한국 아이들은 서양 국가로 많이 입양됐기에 미국, 유럽의 성인들에게도 공감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추억의 붕어빵>은 이미 미니어처 등을 통해 제작전 구상을 마쳐놓은 상태다. 60년대 한국을 정교하게 재현해낸 미니어처는 지난해 별도의 전시회를 가질 정도로 퀄리티가 높았다. 해외 바이어들을 상대로 미니어처를 통한 브리핑을 선보였고, 이를 본 중국 측 관계자는 벌써부터 찬사를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3D 애니메이션은 할리우드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만일 심 감독이 3D 애니메이션까지 영역 확장을 성공할 경우 한국 영화계에 또 하나의 지평을 써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영화를 시작한 이래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려온 심 감독. 아직도 그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그의 열정과 꿈이 빚어낼 차기작에 대한 기대가 벌써부터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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