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14>

2011.01.11 09:49:08 호수 0호

3천만원 ‘먹튀’, “죽이고 싶었던 사기꾼 장 대표”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천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기획사 사무실이 좀 썰렁했다. 처음에는 그냥 느낌만 그런 줄 알았다.
“아, 그리고 김동이씨 배역은 다른 사람한테 넘어갔어요



■카드깡·차대출까지
엄마는 다시 내 손을 이끌고 농협으로 향하셨다. 내 자동차를 해주기 위해서였다. 시골 농협에서는 서로 잘 아는 사이라서 대출을 하고 돈이 나오는 시간이 채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무슨 차 살 건데?”
돈도 생기고 자동차도 생긴다는 생각에 기분이 들떠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의 아픈 가슴도, 절뚝거리는 다리도 그때만큼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엄마와 헤어진 나는 500만 원이라는 돈을 들고 엘란트라에 올라탔다. 음악소리를 크게 틀고 서울로 향하는 나의 마음은 그렇게 뿌듯할 수 없었다.
올라오는 길에 잠시 휴게소에 들러 카드를 맡겨놓은 브로커에게 전화를 했다. 내일이면 돈이 된다고 했다. 모든 것은 순조로웠고 내가 3000만원을 선뜻 내놓았을 때 PD와 대표님이 어떤 얼굴 표정을 지을지 상상이 갔다. 그렇게 되면 이제 나도 좀 더 당당하게 내 역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브로커를 만나자 문제가 생겼다. 처음 카드를 맡길 때는 총 2500만원 정도가 가능하다고 했는데 실제 금액은 2000만원 밖에 나오지 않은 것이었다. 엄마에게 받은 돈 500만원을 합쳐봐야 또다시 500만원이 비었다. 아, 순식간에 곤란에 처했다. 이제 엄마에게는 더 이상 돈을 달라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내 난감한 사정을 듣더니 브로커가 조언을 했다. 이른바 ‘차대출’이라는 것이었다. 차를 담보로 돈을 빌리고 거기에 해당하는 이자를 내면 그만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이자율이라는 것이 엄청났다. 500만원을 빌리면 한 달 이자가 100만원. 살인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때 나에게는 그것도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돈 3000만원을 만들 수 있었고 나는 그길로 기획사 사무실로 달려가 대표님에게 3000만원을 건넸다.
대표님은 다음 주 월요일에 사무실에 와서 함께 방송국으로 가자고 했다. PD를 만나 돈도 전달하고 배역에 대해서도 좀 더 심도 있게 이야기해보자는 것이었다. 나는 서슴없이 대답했다.
“네, 대표님!”

■ 도망간 장대표
그렇게 가슴 설레는 주말이 지나고 드디어 월요일이 다가왔다. 나는 한껏 멋을 낸 옷차림새, 깔끔하게 빗어 넘긴 헤어스타일을 하고 기획사 사무실에 도착했다. 오늘은 PD와 본격적으로 대본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한 날이다.
그런데 오늘 따라 기획사 사무실이 좀 썰렁했다. 처음에는 그냥 느낌만 그런 줄 알았다. 알고 봤더니 직원 한명만 있고 아직 다들 출근을 하지 않았다.
“오늘따라 출근이 늦으시는가 봐요.”
남아있는 여직원도 약간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글쎄요. 그러게 말이에요. 저도 출근해보니 아무도 안나와 있네요. 삐삐를 여러 번 치기는 했었는데 아직까지 연락은 없었어요.”
아, 대표님은 먼저 방송국에 들어가셨나 싶었다. 조금 있으면 오시겠거니. 비어있는 실장님 책상에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실장님은 겉으로는 깔끔하게 생겼는데 서류 정리에는 영 젬병인가 보다. 각종 공과금이며 독촉장들이 널려 있는 모습이 보였다. 심심하던 차에 그 비용을 더해봤더니 족히 몇백만원은 되는 듯이 보였다.
‘대표님이 회사 사정이 약간 어렵다고 하시더니 진짜 그러긴 그러나보네.’
시간은 계속 흘러만 갔다. 1시간, 2시간, 3시간 … 어느덧 퇴근 시간인 저녁 7시가 됐다. 그때까지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방송 일이라는 게 뭐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다 보니 대표님도 연락을 못하셨겠지. 그날은 그냥 돌아가고 내일 다시 오기로 했다. 그런데 뭔가 좀 찜찜하기는 했다.
‘에이, 대표님은 아무리 바쁘셔도 그렇지, 그깟 전화한통 못해주시나!’
아직 신인이라 이런 대접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내가 유명해지면 사람들이 나에게 함부로 하지 못할 거란 생각도 들었다.
다음날 아침, 다시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오늘은 사무실 집기마저 다 치워져 있었다. 함께 출근한 아가씨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게, 다 무슨 일이죠? 왜 사무실 집기가 다 없어져 버렸죠?”
아가씨도 약간은 울먹이는 듯 했다.
“글쎄요, 저도 전혀 모르겠어요. 연락받은 게 하나도 없었거든요.”
이럴 수가, 설마. 그깟 돈 3000만원 때문에?
그런데 아가씨의 사정도 안타까웠다. 지난달에도 월급을 못 받고 이번 달에도 못 받았다고 했다. 다음 달에 한꺼번에 계산해준다고 철썩같이 약속을 했다고 한다.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었다.
“에이,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무슨 특별한 사정이 있으시겠죠. 아마 곧 연락이 오지 않겠어요?”
하지만 이미 나의 마음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서둘러 공중전화를 찾아 방송국 PD에게서 받은 연락처로 전화를 했다. 비록 기획사 대표님이 없어도 이미 3000만원의 돈은 PD에게 넘겨줬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나는 드라마에 나갈 수 있을 것이란 데에 생각이 미쳤다. 신호음이 가기 시작했다.
“아 네, 기획사 장대표랑 만난 김동이씨?”
“네 맞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저도 무척 찾았어요.”
PD의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어리둥절했다. 찾다니 뭘 찾는다는 말인가.
“장대표가 왜 그렇게 연락이 안 돼? 참, 약속을 그렇게 해놓고 말이지. 아, 그리고 김동이씨 배역은 다른 사람한테 넘어갔어요. 장 대표가 연락이 되지 않으니 저도 할 수 없죠 뭐. 자, 그럼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봅시다.”
전화는 순식간에 끊어졌고 나는 그 자리에서 돌처럼 굳어져 버렸다.
‘도대체 이게 다 뭐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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