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통령기록관, 5·16 ‘혁명’ 표기 논란

2016.08.05 08:16:04 호수 0호

국립국어원도 ‘군사정변’이라는…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대통령기록관이 5·16 관련 사진 기록물에 ‘군사 정변’ 대신 ‘혁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사전적으로 5·16은 군사 정변으로 준용되고 있음에도, 이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모습이다. 왜 해당 기관에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순간. 소관 상임위인 안전행정위윈회 소속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은 이에 대한 지적에 나설 수 있음을 예고했다.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에는 역대 대통령의 재임 당시 사진들이 다수 공개돼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도 예외는 아니다. 총 1584장이 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사진 기록물로 분류돼 일반에 공개돼 있다. 이중 ‘5·16 혁명’ 내지는 ‘군사 혁명’이라는 제목이 붙은 사진은 총 30장. 반면 군사 정변을 제목으로 한 사진은 해당 홈페이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관리‧수집한 기록물을 대중에게 공개함으로써 ‘올바른 역사인식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기관에서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왜 혁명?

‘5·16혁명군 환영 남녀학생 시가행진’ ‘5·16혁명이후 특집사진 전시회’ ‘군사혁명당시의 박정희 소장 일행모습’. 이는 해당 30장의 사진 중 일부의 제목이다. 당시 상황에 대한 기록관 측의 설명은 없으며, 단지 제목과 사진만 확인할 수 있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5·16에 대한 표제어를 ‘오일륙 군사 정변’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설명에 ‘1961년 5월16일, 박정희 장군을 중심으로 한 소장 장교들이 일으킨 군사 정변’이라고 기술돼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사전들에서도 5·16은 군사 정변으로 정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통령기록관 측은 혁명이란 단어를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시 생산기관에서 기재한 내용을 기록관 측이 임의대로 변경할 순 없다는 논리다. 기록제도과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기록물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무결성 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혁명이라는 말을) 그대로 가져가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홈페이지에 올라간 기록물 등을 관리하는 기록콘텐츠과 담당자는 “(대통령기록관은) 기록물을 해석‧평가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생산된 그대로 가져가는 게 맞다고 본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사진들은 모두 지난 1961~4년 사이 공보처에 의해 생산됐다. 공보처는 지금은 통‧폐합된 국정홍보처의 전신이다. 대통령기록관을 소속으로 둔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 측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당시 대통령과 관련된 사진의 80~90%는 이곳 공보처에서 생산됐다고 한다.
 

생산 과정은 다음과 같다. 대통령이 외부일정을 수행할 때 BH(청와대)로 사진 기사가 파견된다. 기사의 신분은 공보처 소속 공무원이다. 이들이 대통령에 근접하여 사진을 찍게 된다. 그렇게 찍은 사진은 다시 공보처로 가져와 봉투에 동봉된다. 겉면에는 사진이 찍힌 날짜와 행사명 등이 기입된다. 전산화 시스템이 없었던 당시에는 그런 방식으로 기록물을 보존‧관리했다고 한다.

이러한 기록물들은 일정 시기가 지나면 국가기록원으로 넘겨진다. 관련법 제4장 대통령기록물의 공개‧열람을 보면 ‘비공개 대통령기록물은 생산연도 종료 후 30년이 경과하면 공개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문제의 5·16 사진들도 공보처에서 소유하고 있다가 1990년대에 국가기록원으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게 수집한 사진들을 대상으로 국가기록원은 2000년도 들어 대대적인 전산화 사업을 시작, 봉투에 적혀있던 날짜‧행사명 등을 사진의 제목으로 입력하게 된다. 이후 2008년 국가기록원 내에 존재하던 대통령기록관이 독립적으로 포털 사업을 시작하면서 해당 사진과 제목을 그대로 가져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기록관 측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해당 기록관에서 혁명이란 단어를 고수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은 본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아무리 생산 부처에서 넘어올 때 혁명이라고 기재돼 있었다고 하더라도 사전적으로 준용되는 표현을 쓰는 게 맞다”며 “(군사 정변이라고) 바꾸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친일인명사전’을 편찬한 민족문제연구소의 박한용 교육홍보실장은 “(사진의 제목은) 지난 1961년 계엄령 상황에서 당시 사진 기사들이 분류를 위해 사용한 말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원 사료 제목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라며 “부가 설명 없이 무비판적으로 싣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오해의 소지가 있고 미화의 여지가 있다”라고 밝혔다.

기록관 측 “생산 그대로 해석은 위험”
안행위 이용호 “5·16 기념관인가?”

과연 생산부처에서 넘어온 대로 혁명이라 쓰는 게 맞는 것인지, 아니면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온 대로 군사 정변이라 쓰는 게 맞는 것인지는 논쟁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념적 대립이 치열한 영역이기에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 장치는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해당 기록관 홈페이지 어디에서도 이러한 장치들을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더욱이 해당 기록관의 상위기관인 국가기록원에서는 ‘군사 혁명’과 더불어 ‘쿠데타’라는 단어를 함께 쓰고 있는 것에 반해 기록관은 그렇지 않아 아쉬움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국가기록원 홈페이지에서 쿠데타를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5·16군사혁명(쿠데타)군위문쇼’라는 제목의 사진이 2장 검색된다. 이 또한 지난 1961년 당시 공보처에서 생산된 사진으로 앞서의 30장의 사진과 생산년도, 생산부처가 같다.


즉 국가기록원에서는 검색 기능의 효율성과 국민의 다양한 시각을 고려해 하나의 역사적 사건에 ‘혁명’ ‘군사 정변’ ‘쿠데타’ 등 복수의 키워드를 기입해 놓은 것이다. 혁명이라고만 되어 있는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역대 정권과 관련된 사건들은 해석하는 이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국가기록원과 같은 보완책 도입이 시급해 보인다.

논란은 비단 혁명이란 말에 국한되지 않는다. 역대 대통령 관련 사진 기록물 중 유독 5·16과 관련된 사진이 많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사진 기록물을 중심으로 <일요시사>에서 전수 조사를 펼친 결과 ‘사사오입개헌’ ‘10·26 사태’ ‘12·12 군사 반란’ 등에 대한 사진은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비록 ‘3·15 부정선거’는 사진 1장, ‘4·19 혁명’ 22장, ‘유신 헌법 공포’ 2장, ‘5·18 민주화 운동’ 5장, ‘6월 민주항쟁’ 2장이 검색됐지만, 모두 사건이 일어날 당시가 아닌 후대 대통령의 기념식 사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일반에 공개된 사진 중 당시 현장을 볼 수 있는 것은 5·16이 유일한 것이다. 특히 5·16과 자주 비교되곤 하는 12·12 군사 반란의 경우 관련 사진이 비공개로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담당자는 전했다.

이처럼 5·16 편중 현상이 일어난 것에 대해 이용호 의원은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에는) 5·16 사진이 유독 많은데 대통령기록관이 5·16 기념관인가”라고 되물으며 “진정한 의미의 기록관으로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독 5·16만

이는 역대 대통령에 대한 형평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기록물은 대중에게 공개되기 전 ‘공개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친다. 해당 위원회는 심의를 하는데 있어 ‘정치적 중립성’과 ‘업무의 독립성 및 객관성’을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때문에 유독 5·16에 대해서만 많은 수의 사진들이 심의를 통과했다면 문제라고 지적할 수 있는 사안이다.

이에 앞서의 기록콘텐츠과 담당자에게 ‘5·16 사진이 해당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공개된 것이냐’고 묻자 그는 “위원회가 구성되기 전에 이미 공개돼 있던 사진이기 때문에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한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 그는 “대통령 기록물로 콘텐츠를 구성하는 것과 기록물을 수집하는 데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기록물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측면도 있고, 각 대통령마다 재임기간이 달라 기록물의 상대적인 양에서도 차이가 발생한다”고 해명했다.

대통령기록관 측은 5·16 사진이 유독 많은 점, 혁명으로만 검색이 되는 점 이 두 가지 사항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해당 담당자는 “곧 홈페이지 정비 사업이 실시된다”며 “업체와 추가 협상하면서 그런 내용까지 넣어서 보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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