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더민주 당권쟁탈전

2016.08.01 11:26:21 호수 0호

문재인 없으니 고만고만 ‘더 빡세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친문세력 내부의 싸움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된 더민주 전당대회가 이종걸 의원의 합류로 주류 대 비주류의 대결로 급 반전됐다. 전대가 시시각각 다가오면서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일요시사>는 내년 대선정국의 이정표 역할을 할 더민주 당대표 선발전을 미리 살펴봤다.



오는 27일로 예정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전당대회(이하 전대)는 4파 구도로 확정됐다. 친문계로 분류되는 추미애, 송영길, 김상곤 3인방에 비주류 이종걸 의원이 가세한 모양새다. 당초 당대표 출마를 점쳤던 더민주 내 비주류 측 김부겸, 박영선 의원은 전대 불출마를 선언했다.

주류 vs 비주류
정면대결 구도

더민주 추미애 의원은 지난 28일 “분열을 막고 통합을 이뤄내겠다”며 공식적으로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추 의원은 “야권 통합보다 우리당의 강력한 통합이 먼저”라며 “당이 강해져야만 진정한 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민주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과 송영길 의원은 앞서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4일 국회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계파의 눈치를 보며 표를 구걸하는 대표는 필요없다”며 “대선승리의 필승공식으로 당과 국민의 힘을 모을 대표가 되겠다”고 말했다. 또 김 전 위원장은 “우리 당에는 좋은 후보들이 많지만 아직 부족하다”며 “대선후보가 되고자 하는 분들은 경쟁의 장에 모두 나오라”고 강조했다.

같은날 송 의원도 “8·27 전당대회에서 선출할 당 대표는 우리 당을 지지율 1위의 강력한 수권정당으로 변모시킬 일꾼이어야 한다”며 “강한 야당을 만들어 정권교체를 하겠다”고 말해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당대표는 대선 경선 관리자가 아니다”며 “전대 이후 진행될 개헌, 정계개편 논란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정통성에 기초, 더민주를 중심으로 확고하게 야권연대를 이뤄 정권교체를 이룰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비주류계에서는 이종걸 의원이 처음으로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의원은 지난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교체의 열망을 받들어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그는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세력을 겨냥해 “또 하나의 우려스러운 움직임은 당 내부가 지나치게 한 세력, 한 방향, 한 목소리로 꾸며지는 것”이라며 “더민주는 정치 경험, 정치 입문 경로, 정책 노선도 다양한 사람들이 구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당이 단일한 세력으로 획일화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당 대표가 된다면 우리 당의 대선 후보 선출 과정은 보다 공정하고 보다 열려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이 당권 도전 의지를 내비치면서 주류 대 비주류의 대결구도는 만들어졌다. 하지만 친문계가 당을 장악한 상황에서 이 의원의 승부수가 통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주류 vs 비주류 큰 싸움 예고
친문계 장악…이종걸 통할까?

이 의원이 출마를 밝히기 하루 전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이 의원을 만나 출마를 만류했다. 김 대표는 일찌감치 경선에 뛰어든 주류 후보들 속에서 현실적으로 당선이 쉽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전당대회 출마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 대표는 이 의원에게 “쓸데없이 판을 키우지 말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이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주류 대 비주류의 정면대결이 불가피해졌다.

출마의지를 내비친 친문계 3명은 문 전 대표 계파의 표를 의식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이번 전대가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 진영을 과도하게 의식한 문심(文心)잡기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 관계자는 “이미 출마의사를 밝힌 세분 모두 사실상 문재인 전 대표만 바라보고 있는 것 아니냐”라며 “당 안팎에서는 ‘친문 진영 핵심 인사가 A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친문 진영이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았다’ 등 문심을 둘러싼 소문이 무성하다”고 전했다.

지난 24일 친문계 3인방은 나란히 경남 김해을 지역대의원 개편대회가 열린 김경수 의원의 사무실을 찾았다. 김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자 2012년 대선 당시 더민주의 전신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였던 문 전 대표의 수행팀장이었다.

이는 당권 경쟁의 향방을 좌우할 최대 계파인 친노·친문 진영을 향한 구애의 손짓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 행보로 볼 수 있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은 당 대표 출마를 밝힌 후 첫 일정으로 김해행을 택했다는 점에서 의미는 남다르다.당권 주자들은 나란히 노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봉하마을을 방문키도 했다.

송의원은 봉화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와 면담을 가졌고 김 전 위원장은 출마선언 다음날인 지난 25일 권 여사를 예방했다. 추 의원은 출마 선언 전 이미 권 여사를 찾은 바 있다.

당권 주자들의 이 같은 행보에는 10만명에 달하는 온라인 당원의 수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문 전 대표 시절 인터넷을 통해 당원으로 가입해 친노·친문 성향을 보인다. 이번 당 대표 선거의 반영 비율은 대의원(현장투표) 45%, 권리당원(ARS투표) 30%, 일반당원(전화면접 조사) 10%, 일반국민(전화면접 조사) 15%를 합산해 반영한다.


친문 표심이
판세 가른다?

대의원은 권리당원 10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지역위원장들이 지역 당원 추천을 통해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온라인 입당 당원 사이에서 ‘대의원 추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당권 후보들은 온라인 당원들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이번 전대에서 후보들이 친문 진영에 대한 ‘러브콜’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온라인 당원들은 친문 성향으로 편중돼 있다는 평가가 많다. 결과적으로 친문 진영의 영향력이 더 강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 대표 선거의 열기가 달아오르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각 지역별 표의 향방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권리당원의 경우 호남지역에 있는 권리당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 가운데 호남 출신으로 수도권에 거주하는 당원들도 일정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선거운동 중인 추미애·송영길·김상곤 후보 측에 따르면 서울지역에선 여성 의원 최초로 지역구 5선 고지를 밟은 추 의원이 치고 나가고 있고 송 의원과 김 전 위원장이 추격하는 모양새다. 경기도에선 인천시장을 지낸 송 의원이 다소 앞서가는 가운데 추 의원도 지지세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경기도 교육감을 역임한 김 전 위원장은 빠른 속도로 두 후보의 지지층을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남지역에선 전남 고흥 출신인 송 의원에게 광주 출신인 김 전 위원장이 도전장을 내민 모습이다. 그러나 전북 정읍 출신 남편을 둔 추 의원이 ‘호남의 며느리’임을 강조하면서 호남지역 대의원과 당원들의 표심을 공략하고 있어 이 지역 판세를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다.

지역별 표심잡기 주력
역시 관건은 호남민심

추 의원의 출신지역인 대구가 있는 영남지역에선 추 의원이 다소 앞서가는 분위기지만 송 의원은 대구는 물론 부산, 울산, 경남 서부 등지의 조직 면에서 오히려 추 의원을 압도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김 전 위원장 측은 대구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영남지역의 경우 대의원 수와 권리당원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전체 판세에 큰 영향을 주긴 어려워 보인다.

충청과 강원, 제주 등지에서도 각 후보들의 득표 활동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간 각지에서 표밭을 갈아온 추 의원과 송 의원을 상대로 김 전 위원장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추미애, 송영길, 김상곤 3명의 후보는 서로에 대한 날선 견제도 서슴지 않고 있다. 송 의원은 문 전 대표와 가깝다는 평을 듣는 김 전 위원장을 향한 견제구를 날렸다. 송 의원은 지난 22일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김 전 위원장을 겨냥해 “어떤 사람과 친하냐 가깝냐 이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모든 당원들의 판단 기준은 내년 정권교체를 하는 데 어떤 당대표가 우리 후보의 확장력을 가지고 본선 승리를 가져올 것이냐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전 위원장은 자신에 대한 비판에 반박했다. 그는 추미애·송영길 의원에 대해 “여의도 문법에 머무르고 있는 인물들이고, 구(舊)정치에 젖어있는 면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두 사람이 친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누구의 사람도 아닌 김상곤일 뿐”이라며 “한 번도 친노·친문으로 역할을 해본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송 의원과 김 전 위원장은 지난 6월에 나란히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복귀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손 전 고문을 끌어안고 외연을 넓힐 적임자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친문에 러브콜을 보낸 추 의원에 날을 세운 것 아니냐는 평가다.

“잠룡 지킨다”
송-김 견제구

추 의원은 지난 5월 당 대표의 역할에 대해 “흔드는 세력으로부터 대선후보를 강단 있게 지켜야 한다”고 말해 문 전 대표를 염두 해 둔 발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에 송 의원은 “총선 후 강진으로 한 번 찾아가 손 전 고문을 만났다”며 “손 전 고문이 복귀한다면 대선 경선에 참여하려 할 것 같은데, 제가 대표가 되면 만나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도 “손 전 대표가 빨리 더민주로 복귀했으면 좋겠다. 제가 대표가 되면 복귀할 여건들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과거 대선후보 경선에도 참여했고, 다시 오셔서 뜻을 펼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종걸 의원이 당 대표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함에 따라 오는 5일로 예정된 예비 경선에서 ‘컷오프’될 한 명이 누가 될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민주는 4명 이상이 출마하면 3명으로 추리기로 했다. 예비 경선을 통해 1명의 탈락자가 발생함과 동시에 순위까지 공개된다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전대를 위한 전략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선거의 효율성을 고려해 예비경선을 굳이 치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전대위는 회의에서 예비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예비경선은 중앙위원회에서 진행되는데 중앙위는 국회의원, 당직자, 지역위원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전대가 대의원, 일반당원까지 포함해 ‘민심(民心)’을 반영하지만 예비경선은 오로지 ‘당심(黨心)’으로 결정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송 의원과 김 위원장이 나름대로 확보한 비주류 표를 이 의원이 가져오면서 친문색채가 강한 추 의원이 어부지리로 유리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컷오프는 누가?
민심 말고 당심

이 의원이 컷오프를 통과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지금 친문진영의 표가 쏠려 있다고 하더라도, 예비경선에서는 세 후보 모두 탈락시키지 않고자 적절히 분산될 수 있다”며 “비주류 진영이 모두 이 의원을 지지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뜨거운 여성 최고위원 경선
女최고위원 놓고 한판승부 벌어진다

오는 8월27일 열리는 당 대표 경선에서는 권역·부분별 최고위원도 동시에 선출된다. 여성 최고위원 직을 놓고 유은혜 의원과 양향자 광주 서을 지역위원장의 한판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 의원은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가 대선승리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며 전국여성위원장 및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했다. 이어 “여성이 정치에 참여해야 세상이 바뀐다”며 “우리당 당헌 제8조 ‘여성당원 30%공천’ 규정을 지키는 일부터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유은혜-양향자 양자구도

양 위원장은 지난 25일 “정권교체를 향한 여성의 거대한 움직임을 함께 시작하겠다”며 전당대회 여성부문 최고위원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양 위원장은 “정권교체를 위한 3%를 위해 뛰겠다”며 “지난 대선 여성 득표율이 3% 뒤졌고, 그만큼 우리는 졌다”고 말했다. 이어 “정당 여성 조직의 다른 길을 개척 하겠다”며 “가장 뒷전으로 밀려온 분들의 삶과 함께하는 게 새로운 정치의 길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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