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못가는 총수들 속사정

2016.07.25 11:36:31 호수 0호

떠나고 싶어도…발만 동동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지난해 극심한 경기침체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악재가 겹치면서 제대로 휴가를 즐기지 못했던 재벌 총수들이 올해 역시 ‘조용한 여름휴가’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재벌 총수들 대부분은 휴가시즌 동안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한 경영구상 마련에 전념할 것으로 전망된다. 휴가 기간 동안 위기극복 방안을 구체화한다는 심산이다.



재벌 총수들의 여름휴가 일정은 초미의 관심사다. 이 시기를 활용해 경영흐름을 조정하거나 하반기 계획을 세우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휴가 일정을 밝힌 총수들은 그리 많지 않다. 하반기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는 통에 휴가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사치인 경우도 종종 보인다.

쉴 때가 아니다

그나마 휴가 계획이 확인된 총수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도에 불과하다. 정지선 회장은 내수회복을 위해 임직원들에게 국내에서 여름 휴가를 보낼 것을 주문하고 자신도 국내서 휴가를 보내며 재충전할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현대백화점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여름 휴가 후기 공모전’도 열어 사진과 함께 제출하면 수상자에게 소정의 선물을 지급하는 등 국내 휴가 독려를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미국에서 유학 중인 두 자녀의 방학을 맞아 함께 시간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한번도 휴가계획을 외부에 알린 적이 없다”며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지만 8월 이후엔 사업관련 일정이 있기 때문에 좀 이른 휴가를 다녀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선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을 제외한 대다수 총수들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휴가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반기 경영구상을 하면서 조용히 휴가를 즐길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특별한 계획 없이 경영구상에 전념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초 미국에서 열린 앨런앤코 미디어 컨퍼런스(선밸리 컨퍼런스) 참석했던 이 회장은 귀국 후 본격적인 그룹 챙기기에 나섰다. 이 부회장은 자택에서 적절히 휴식을 취하면서 그룹사 현안 점검과 함께 하반기 경영을 구상하는데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도 아직 특별한 계획을 잡지 않았다. 정 회장은 평소에도 특별한 휴가 계획을 잡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올 여름 현대·기아차 전 사업장이 하계 휴무에 돌입하는 8월 첫째주에 맞춰 휴가를 내고 상반기 부진한 부분을 점검하고 하반기 전략 구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회사 어려워서, 수사 때문에, 철창신세…
계획 자체가 사치? 국내서 조용한 휴식

구본무 LG그룹 회장 역시 아직 특별한 휴가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휴가계획을 잡더라도 예년처럼 자택서 쉬면서 책을 읽고 하반기 경영 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8월초를 전후해 일주일정도 쉬면서 하반기 경영구상에 전념할 계획이다.

최태원 SK 회장도 하반기 경영구상에 전념할 계획이다. 최근 과감하게 ‘틀을 깨는 경영’에 나서줄 것을 그룹 전반에 강력 요구하고 나섰던 만큼 그룹 전반의 혁신적 분위기 구축 방안 마련에 몰두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각 사 CEO들에게 관습의 틀을 깨는 발상의 전환으로 비즈니스 환경에 맞는 최적의 사업·조직·문화의 구체적인 변화와 실천계획을 마련, 실행에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아직 여름 휴가 일정을 확정하지 않았다. 권 회장은 지난해 검찰 수사 등으로 회사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휴가를 반납하고 정상출근해 경영쇄신안을 점검했었다. 올해도 산적한 현안으로 휴가를 반납하고 하반기 경영구상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역시 별도 여름휴가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그는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성수기를 맞는 여름철에는 휴가 없이 정상 근무해왔다. 올해는 한진해운 구조조정 등 당면 과제들을 해결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하다.

휴가를 신경쓰는 것 자체가 사치처럼 여겨지는 총수들도 제법 보인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건강상의 문제로 휴가를 다녀오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이 이 회장은 지난 19일 재상고를 포기한 채 광복절 특별사면을 노리고 있는 만큼 주변의 시선도 의식해야 한다.

신동빈 롯데그룹은 회장은 산적한 현안을 처리하는 데 바쁜 상황이다. 검찰의 칼날이 롯데그룹을 정조준한 만큼 신 회장뿐만 아니라 모든 임직원들이 휴가마저 반납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이처럼 재벌기업을 이끄는 총수라고 할지라도 휴가시즌은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따라서 대부분 휴가를 가더라도 ‘쉬는게 쉬는 것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재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눈치를 봐야하는 직원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회사일은 신경쓰지 말고 편하게 휴가를 다녀오라는 지시가 내려와도 불안정한 회사 사정 때문에 마음 편히 휴가를 다녀오기 힘든 게 현실이다.

휴가때 더 바빠

재계 관계자는 “총수들의 경우 업무와 각종 대외 행사 등으로 워낙 많은 일정을 소화하다보니 따로 휴가를 이용해 해외로 나간다든지 하는 경우는 찾아 보기 어렵다”며 “대부분 하반기 경영 구상을 위해 머리를 식히는 정도의 휴식을 갖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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