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일부러 욕먹는 사람들 실태

2016.07.11 11:41:55 호수 0호

아무 생각 없이 욕했다 ‘개피’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SNS나 인터넷에 일부러 악플을 유도하는 글을 올린 뒤 댓글을 단 사람을 고소해 합의금을 뜯어내는 이른바 ‘악플 유도 비즈니스’가 성행하고 있다. 일각에선 악플러들의 불행에 쾌재를 부르는 한편, 이것이 진정한 정의인지 의구심이 든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A씨는 해외 여행지에서 한 청년을 만났다. 어린 나이에 혼자 여행을 결심한 청년이 기특했던 A씨는 청년에게 무슨 돈으로 여행을 왔냐고 물었다. 청년에게 돌아온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악플 신고해서 받은 돈으로 왔어요.”

주 타깃은 청소년

한 커뮤니티에는 ‘부모 중 전라도 한 명만 있어도 가족은 좌좀화(빨갱이) 된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보고 열이 받은 B씨는 욕설이 섞인 댓글을 달았다. 그러자 B씨에게 돌아온 것은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글쓴이의 으름장이었다.

고소란 말에 놀란 B씨는 즉시 댓글을 지우고 회원 탈퇴까지 했지만 B씨는 이미 악플 유도의 늪에 빠진 상태였다. B씨는 “분명 욕한 것은 잘못했지만 이들은 일부러 욕먹을 짓을 한다”며 “이게 죄가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한 커뮤니티에는 ‘용돈 쉽게 버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악플을 유도해 상대방에게 합의금을 타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키도 한다. 설명에 의하면 악플 유도 비즈니스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 첫 번째로 임의의 콘텐츠 원저작자가 인터넷에 의도적으로 논란이 될만한 콘텐츠(?)를 작성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사진을 올리면서 ‘제 얼굴 어때요…? 연예인 XX 닮지 않았나요…?’ 라고 글을 작성하는 것. 대놓고 관심과 욕 등의 악플을 유도한다.


악플 유도 비즈니스…법무법인도 등장
댓글 달면 무더기 고소 “합의금 내놔”

두 번째로 악플이라고 생각되는 댓글이 달리면 모욕죄, 명예훼손죄 등을 사유로 악플러들을 무더기로 고소해 합의금을 요구하거나 민사소송을 진행한다. 이렇게 고소될 경우 절대 조용히 넘어갈 수 없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바로 ‘합의’다.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합의하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악플 장사꾼들은 바로 이런 점을 노려 고소를 취하하거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진술하는 조건으로 악플러들에게 합의금을 받아낸다. 실제로 지난해 경찰이 적발해 검찰로 넘긴 사이버상 명예훼손 사범 9517명 가운데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12.3%인 1174명에 그쳤다. 나머지는 혐의가 없다고 밝혀졌거나 고소인과 합의해 수사가 종결된 경우 등이다.

악플 유도의 덫에 걸리는 사람 대부분은 나이 어린 청소년이나 20대가 부지기수다. 이들 대부분은 변호사를 선임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난생처음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다.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이 자식의 장래에 불이익으로 작용할까봐 부모들이 쉽게 합의를 해주기 때문에 성공률도 높다.
 

경기 용인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C(18)군은 1년 전 한 여성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남자들이 군대에서 더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게시물에 “미친 X”이라고 댓글을 달았다가 고소당했다. 고소한 여성은 “고소를 취하하려면 합의금으로 1000만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C군의 부모가 나서 용서를 빌고 350만원에 합의를 봤다.

C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잘못하긴 했지만 철없는 청소년기에 잠깐 실수로 빨간줄(전과)이 그어질까 걱정돼 합의금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C군처럼 악플을 단 20명을 고소해 합의금 수백만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악플만을 찾아다닌다고 해서 이들을 '악플러 사냥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악플러 사냥꾼의 주된 활동무대는 국내 포털사이트나 인터넷 커뮤니티다. 국내에 서버가 있어 악플러의 신원을 추적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위터·페이스북 같은 해외 SNS에 댓글을 단다고 해서 사냥꾼들의 공격을 피해갈 순 없다. 경찰 관계자는 “사냥꾼들은 경찰에 요청하지 않고 직접 신상털기를 통해 악플러의 신원을 파악한다”면서 “일선 사이버팀에는 이렇게 상습적으로 악플러를 고소하는 사람들 때문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했다.

하지만 단순히 ‘용돈벌이’를 목적으로 모욕죄 고소를 남발했다가 큰코다친 네티즌도 있다. 지난해 대구에서는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허위 글을 게재해 악플을 유도한 뒤 형사합의금을 내놓으라고 협박한 네티즌 2명이 법의 철퇴를 맞았다.

200만∼300만원으로 수십명 고소
1인당 수백만∼수천만원씩 뜯어내


이들은 여성전용 카페인 ‘여성시대’에 들어가 카페 회원인 것처럼 속여 ‘일베충인 남자친구가 나를 때리고 고양이를 발로 차서 장 파열을 시켰다’는 거짓 글을 올린 후 카페회원 34명의 악플을 유도했다. 당시 피해자였던 D씨가 변호사를 선임해 그동안 이들이 의도적으로 악의적인 글을 올렸다는 것을 증명해 합의를 강요한 혐의(공갈·무고)로 역고소했다.

악플 비즈니스 시장도 생겨나고 있다. 악플 다는 사람들을 고소하기 위해 24시간 상담센터까지 운영하는 법무법인도 등장했다. 한 악플 고소 전문 법무법인 관계자는 “착수금 200만∼300만원 정도면 악플러 수십명을 무더기로 고소할 수 있다”고 했다. 합의금을 받아내면 30% 정도를 성공보수로 법무법인에 떼준다고 한다. 악플과 관련한 고소 남발이 심해지자 검찰에서도 대책을 내놨다.

24시간 상담센터도

검찰은 지난해 4월 “합의금을 목적으로 여러 사람을 고소하고 부당하게 합의금을 요구하면 공갈죄·부당이득죄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경미한 악플의 경우 조사 없이 각하하고, 초범이며 반성의 기미가 있으면 정상을 참작해 기소유예 처분을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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