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킴벌리 '생리대 괴담' 소문과 진실

2016.06.13 11:13:40 호수 0호

돈 없어서 깔창으로 막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창권 기자 = 최근 저소득층 자녀들이 비싼 생리대를 사지 못해 일명 ‘깔창 생리대’를 대용한다는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유한킴벌리’는 기존 제품보다 비싼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가뜩이나 비싼 생리대 때문에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느는 와중에 불을 지핀 격이다.



유한킴벌리는 지난 1일 ‘좋은느낌 매직쿠션’을 출시하고 기존 제품보다 가격을 약 7.5% 높게 책정했다. 가격인상요인으로 새로운 흡수기술을 적용해 기존 생리대보다 착용감과 흡수력을 차별화해 했기 때문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너무 비싸다”

앞서 유한킴벌리는 기존의 ‘좋은느낌’ 코텍스 오버나이트 제품의 가격도 최대 20%까지 인상하려다 소비자들의 거센 항의로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이를 제외하더라도 이번에 값을 올린 제품은 40여종이 넘는다. 신제품에 대한 가격인상이 그대로 반영됨에 따라 소비자들은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없이 회사의 가격인상 정책에 따라 비싼 가격으로 생리대를 구입해야만 한다.

생리대가 일반인들의 기호상품이 아니라는 것도 여성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여성생활용품인 생리대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월경’에 반드시 필요한 제품이지만 현재 생리대 가격은 36개 들이 중형기준으로 평균 6000∼9000원 선으로 가격이 비싸다는 게 중론이다.

논란을 가중시킨 것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저소득층 자녀들이 생리기간에 생리대 대신 휴지로 대용을 하거나 심지어는 신발 깔창을 이용했다는 사례까지 올라오면서부터다. SNS를 통해 한 누리꾼은 “저희 학교 선생님 제자 분은 생리대 살돈이 없어서 생리하는 일주일 내내 결석하고 수건 깔고 누워있었다.


선생님이 문병 가셨다가 알게 돼 제자분이랑 선생님 엄청 우셨다고 합니다”라며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학창시절 저소득층 친구가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신발 깔창을 사용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엄청 울었다”는 소식을 전했고, 이 것이 여러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사회적 공분을 사게 됐다.

저소득층 자녀들 구입 어려움 알려져
그런데도…지속적으로 가격인상 뭇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신제품이 어디가 어떻게 더 좋은지 제품만 봐서는 소비자들이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가격인상은 철회하는 게 맞다”며 “돈이 되는 프리미엄 제품만 개발하고 저소득층을 위한 저가 상품 개발에는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소비자를 전혀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보통 제품의 가격인상은 원재료 상승에 있다. 제품을 팔면서 손해를 볼 기업은 없기 때문에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면 판매제품의 가격이 올라가는 게 맞다. 그러나 생리대는 가격인상 요인이 없다는 데 있다. 실제 생리대에 들어가는 펄프와 부직포 등의 원재료 가격은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제품 개발이라는 부분을 통해 가격을 인상해 결국 기업의 이익 창출로만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생리대 제조에 사용되는 펄프와 부직포의 수입물가지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있다. 펄프의 경우 2010년 대비 2016년 4월까지 29.6% 하락했고, 부직포는 2012년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하향 안정세로 동기간 7.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동일한 재료(펄프)를 사용하는 화장지와 기저귀 값은 각각 5.9%와 8.7% 상승하는데 그쳐 비교가 되고 있다.

‘좋은느낌’과 ‘화이트’를 생산하는 유한킴벌리는 생리대 시장의 과반 이상을 점유한 상황에서 생리대 가격을 꾸준히 올려왔다. 2011년 평균 5.5% 올린데 이어 2013년에도 전 제품을 리뉴얼하면서 평균 7.9% 정도 인상해 왔다. 업계 선두기업이 가격을 인상하면 후발 주자들도 연쇄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것은 불 보듯 뻔 한 일이다.

실제로 유한킴벌리가 2011년 6월, 2013년 6월 가격을 인상함에 따라 2, 3위 업체도 덩달아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이에 생리대 가격인상이 불러올 타격은 더 클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생리대의 경우 여성단체의 노력으로 정부는 2004년부터 여성 생필품인 생리대에 붙는 부가세 10%를 면제시켜줬다. 혜택은 다 받으면서도 가격 인하는커녕 가격인상을 진행한 유한킴벌리의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유한킴벌리의 2015년 매출액은 약 1조5000억원으로 2011년 대비 16.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764억원으로 30.4%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5년 내내 10%를 상회하며 평균 11.5%로 나타났다.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 5.4%에 비하면 2배가 넘는다.

최근 5년간 배당내역을 분석한 결과 유한킴벌리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에 대한 배당액 비율)은 평균 88.1%로, 제조업 평균 20.4%의 4배가 넘는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의 경우 최대 규모의 배당을 실시해 1407억 원의 당기순이익에 배당금 1300억원을 지급해 이익의 대부분을 배당했다.

계속 올린다


결국 가격인상에 따른 혜택이 주주들의 이익 챙기기에 사용되면서 저소득층 자녀들의 생필품 구매에 악영향을 주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신제품이라곤 하지만 리뉴얼에 가까운 제품들이 많은데 이렇게 신제품이 매장에 풀리면 기존 제품의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질지도 의문이다”며 “여성의 생필품을 만드는 회사가 여성의 권익과 후생에 대해서는 안중에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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