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예비군 사건사고 백태

2016.06.07 10:31:26 호수 0호

‘소리만 탕’ 공포탄 맞고 쇼크사?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예비군 훈련장의 사건·사고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발생하곤 했다. 평소 총기나 폭발물을 다루지 않는 예비군들의 특성상 작은 실수가 참사로 이어지기 쉽다는 점을 고려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역대 연도별 예비군훈련 사고에 대해 다시 한번 살펴보도록 한다.



예비군훈련 사고 중 피해규모가 가장 컸던 사건으로는 1993년 6월 경기도 연천의 한 포병사격 훈련장에서 일어났던 폭발 사고다. 당시 훈련장에 있던 155mm 고폭탄 장약통 4개에 우연히 불이 붙어 옆에 있던 고폭탄 1발과 조명탄 2발이 터져 예비군 16명과 현역 장병 3명이 숨지고 5명이 크게 다쳤다.

감추기 급급

이 사고에는 유명한 루머가 하나 있다. 거의 모든 루머처럼 일관된 내용은 없지만 주된 줄거리는 “포탄에 충격을 주면 터진다, 안 터진다”로 예비군들끼리 시비가 붙었다가 한 명이 대형 해머로 포탄을 내리쳐 터졌다는 것. '예비군들이 술을 먹었다든가' '술을 먹은 예비군 한 명이 남들 모르게 포탄을 대형 해머로 내리쳐 터졌다'는 등의 내용이 추가되기도 했다. 

이 루머는 너무나 널리 퍼져 정설처럼 취급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소문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이 군 사고 사례로까지 소개된 적이 있다고 한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사고 이후 예비군 제도 운용의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개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 사고에 대한 책임으로 해당 여단장이 보직해임되고 장교 3명이 구속됐다. 

1994년 5월에는 경기도 미금시에서 시가지 전투 훈련을 받던 대학생이 동료 예비군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시가지 전투를 하던 예비군들은 모두 공포탄을 받았으나 실수로 해당 예비군에게는 실탄 한 발이 남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군 당국은 30m 앞에서 동료 예비군이 쏜 공포탄을 맞고 쇼크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체를 부검한 결과 몸에서 M16 실탄 탄두가 발견돼 허위 발표로 밝혀져 논란이 됐다. 


같은 해 7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도 있었다. 대구의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사격 훈련을 하던 대학생이 소총으로 자신의 목숨을 끊었다. 1999년 광주의 예비군 훈련장에서도 20대 예비군이 자신을 향해 총을 발사해 중상을 입기도 했다. 경기도 이천에서는 동원예비군 포 사격 훈련 도중 박격포 유탄이 산에 떨어지며 산불이 났다. 

2001년 5월에는 인천의 한 예비군 훈련장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수류탄 훈련 중 연습용 수류탄이 터져 예비군 한 명의 오른손 손가락이 부러졌는데, 해당 예비군이 2차 안전핀을 제대로 잡지 않아 발생했다. 그러나 문제의 연습용 수류탄은 규정과 달리 철제 외피가 없어 부상이 심했다. 

잊을 만하면…작은 실수 참사로 이어져
자살하거나 동료 총에 맞아 숨지기도
 

2004년 4월 강원도 인제군에서 동원예비군을 태운 버스가 언덕 아래로 추락해 3명이 숨지고 27명이 다치는 사건도 있었다. 2004년 4월 경기도 양주 예비군 훈련장에서도 사고가 일어났다. 훈련용 전지 뇌관이 터져 예비군 참가자 4명이 팔과 다리, 얼굴에 심한 상처를 입었다.
 

2008년 5월 경기도 가평에서는 동원예비군 박격포 사격훈련 도중 포탄이 바위 등에 부딪히며 산불이 났다. 2011년에는 경기도 포천시의 한 교차로에서 군용 트럭이 중앙 가드레일을 받고 넘어지며 트럭에 탑승하고 있던 예비군 3명이 중상을 입었다. 

가장 최근의 사건은 지난해 서울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 총기 난사 사건이다. 총기 난사 사건이라 불리고 있지만 불과 10초가량의 시간 동안, 정확히 조준 사격했으며 총알은 단 9발만 이용했다. 때문에 난사라기보다는 자신과 아무런 인간적인 연결 고리가 없는 사람을 아무런 이유 없이 살해한 무차별 살인, 묻지마 살인 사건 성격이 강하다. 

2015년 5월13일 서울특별시 서초구 내곡동의 예비군훈련장에서 사격 훈련 도중 한 예비군이 동료 예비군 4명에게 총탄 7발을 난사했다. 그는 총기 난사 직후 9번째 총탄을 자신의 이마에 쏘아 현장에서 자살했다. 그의 옷에서 유언과 범행 계획을 적은 유서가 발견됐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국방부로부터 예비군 훈련장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해 사고 경위 등 현안을 보고 받고 재발 방지 대책을 모색했다. 

이번 사건은 위에 언급한 대로 예비군훈련 현장에서 안전관리 규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 최초로 예비군훈련장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만큼 사건 현장을 목격한 예비군들과 앞으로 훈련받을 예정인 예비군들에게 불안감 및 공포가 확산됐다.

실제로 사건의 여파로 예비군훈련을 연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기도 했다. 또한 예비군 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확산됐다. 

국방부는 현역 복무 시절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전역자와 간부에 대해서 예비군 훈련을 제외하는 방향을 추진키로 했다. 다만 정신 병력 자체가 잘 인정되지 않고 본인이 숨기면 드러나기 어려우므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비판도 많다. 이에 따라 지난 2월부터 심리적 및 심신으로 단 1%라도 문제 및 이상이 의심된 예비군들은 훈련이 제한되거나 면제를 받게 됐다. 


현역 복무 중에 정신질환 사유로 보충역으로 전역했거나 원래부터 보충역이었던 자라도 정신질환 기록이 있으면 훈련이 면제된다. 또 국방부는 예비군 사격장에서 사용하는 총기를 지상에 고정하는 틀과 안전고리를 지난해 12월 전 부대에 보급 완료했다. 2017년 이후에는 예비군 사격장의 사격통제관과 사수에게 총탄으로부터 보호되는 신형 방탄헬멧과 방탄복을 지급할 계획이다. 

돌발행위 조심 

최근 예비군 동원훈련이 강화되면서 여기에 불만을 가지는 예비군들이 많아지고 있다. 따라서 돌발행위에 대한 예방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가의 안보를 위해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예비군 장병, 현역 장병들의 안전과 더 나아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다시는 이러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또 조심해 무고한 희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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