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안 팔리는 수입차 왜?

2016.05.30 11:27:12 호수 0호

벌써 정점 찍었나 “거품 꺼진다”

[일요시사 사회팀] 박민우 기자 = 잘나가던 수입차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연비와 탈세, 결함 논란 등 대형 악재들이 돌출했기 때문. 거기에 ‘강력한’ 국산 새 모델들의 속속 출시도 한몫 하는 모양새다.



수입차 150만대 시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수입차 등록대수는 총 147만8265대. 전체 등록 차량의 7%에 육박했다. 도로 위 15대 중 1대는 수입차란 얘기다.

매출 늘어도
즐겁지 않다

수입차는 2009년 이후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매년 10만대 이상씩 늘어 2014년 100만대를 돌파했다. 작년 한해 국내서 팔린 수입차(승용차)만 24만3900대에 이른다. 전체 판매된 승용차(157만676대)의 16%를 차지했다.

판매량이 늘면서 매출도 늘었다.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전년 대비 42.5% 상승한 3조141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111억원, 순이익은 872억원. 지난해 판매 대수는 4만6994대로, 전년 대비 33.5% 증가했다.

지난해 5만5441대를 팔아치운 BMW코리아는 지난해 전년비 25% 증가한 2조875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2352억원, 순이익은 463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311%, 131% 늘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해 전년보다 5.8% 증가한 2조8185억원을 냈다. 디젤 스캔들 여파로 영업이익(472억원)과 순이익(321억원)이 떨어졌지만, 판매 대수는 6만8316대로 전년보다 17% 신장했다. 포르쉐코리아와 FCA코리아, 한불모터스(푸조, 시트로엥 수입사), FMK(페라리·마세라티 수입사) 등도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등 실적이 향상됐다. 판매 대수 역시 늘었다.

수입차 관계자는 “적극적인 마케팅과 신차 효과, 물량 확보 등에 힘입어 수입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올해 수입차 판매 대수는 20만∼25만대에 육박해 총 150만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거침없이 성장하다 주춤…판매 줄어
업무용 등록 차량 과세 강화한 결과

잘나가던 수입차 시장. 앞으로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계속되는 악재가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안전 문제다. ‘수입차가 안전하다’는 얘기는 옛말이 된지 오래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되는 12개 차종을 평가한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국산차 6종과 수입차 6종을 평가했는데, 수입차는 상위에 오르지 못했다. ‘안전한 차’ 최우수상은 현대차의 아슬란, 우수상은 쌍용차의 티볼리가 받아 안전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잇달아 터지는 화재사건만 봐도 수입차 안전에 의문이 달린다. 자칫 인명 피해 등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생한 차량 화재는 10건이나 된다. 자동차 화재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차량 화재 10건에 대해 조사한 결과, 9건에서 명확한 원인을 파악할 수 없었다.

리콜이 늘면서 고객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리콜은 회사 측이 제품의 결함을 발견하고 보상해 주는 소비자보호제도다. 다른 말로 ‘결함보상’ ‘소환수리’라고도 한다. 기업으로선 자사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셈이라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지만, 브랜드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래도 아직까진 소비자 불안을 키우는 역효과가 있는 게 사실이다.

불안 불안~
심상찮은 리콜

지난해 사상 최대 판매량을 기록한 수입차는 결함으로 인한 리콜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량은 24만3000여대. 전년에 비해 24% 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그런데 지난해 리콜 조치된 수입차는 2014년보다 73% 급증한 23만7000여대. 판매대수와 맞먹었다.

그중에서도 1억원 이상 고가 수입차의 리콜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리콜센터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수입차 리콜대수는 2만6750대로 나타났다. 5908대를 리콜 중인 포르쉐가 가장 많다. 이어 한국닛산(5354대), 아우디폭스바겐(3763대), 크라이슬러(1953대), 한국도요타(1746대) 순이었다.


최근엔 벤츠, 렉서스, 재규어, 랜드로버 등 수입차 브랜드의 8개 차종 7025대에 대해 리콜 조치됐다. 리콜 이유로는 ▲재규어XE와 재규어XF는 연료 필터와 연료 공급 호스를 연결하는 부품의 결함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와 이보크는 엔진의 주 전기 배선 문제 ▲렉서스 IS250과 렉서스 GS300은 연료 압력센서 조립 불량 ▲벤츠 SLK200은 배선 설계의 문제 등이었다.

한국고객 무시
‘봉’으로 취급

아직까지 한국 고객을 ‘봉’으로 취급하는 행태도 여전하다. 그동안 당하기만 했던 소비자들도 단단히 벼르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의 A/S는 항상 제기되는 문제다. 비싼 돈을 주고 차량을 구입했다면 그에 걸맞은 A/S가 주어져야 맞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이는 부족한 정비시설과도 오버랩 된다.

사고 처리가 가능한 정비센터는 180개밖에 안 된다. 수입차 등록대수(148만여대)를 감안하면 1개 센터당 약 8000대를 담당하는 셈이다.
 

수리 기간이 오래 걸리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수입차의 평균 수리기간은 8.8일로, 국산차(4.9일)보다 1.8배 긴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긴급출동서비스 차량을 보유하지 않은 수입차 업체도 상당수다.

“전망 그리 밝지 않다” 비관론 고개
안전 불안 가중…차별 대우도 도마

국산차는 다 해준 개별소비세 차액도 버티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개소세 인하 적용을 받지 못한 고객에게 차액을 환급해 주고 있지만, 대부분의 수입차 업체들은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환급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이밖에 렌트비·보험료 부풀리기, 베일에 싸인 수입원가, 선택 없는 풀옵션, 카푸어(무리하게 비싼 차를 구입해 신용에 문제가 생기는 사람) 만드는 할부 등도 한국에서만 심하다.

특히 배출가스 조작 파문을 빚은 폭스바겐은 유독 한국에 무성의한 태도를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폭스바겐은 배기가스 조작 파문이 전 세계로 확산되자 미국과 유럽 등에서 발 빠르게 수습에 나섰지만, 국내에선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부실한 리콜 계획서로 정부까지 농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색한 경영도 도마에 오르내린다. 자국 대주주에 파격적인 배당을 하면서도 국내 기부는 개미 눈꼽만큼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8개 수입차 업체의 지난해 배당금은 836억1000만원이었다.


벤츠코리아의 지난해 주주 배당액은 585억6000만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배출가스 스캔들의 주인공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160억1000만원, 포르쉐코리아 60억4000만원, 볼보자동차코리아 30억원 등이다.

반면 8개 수입차 업체의 기부금은 42억2000만원에 불과했다. 벤츠코리아 20억5000만원, BMW코리아 1억1000만원, 한불모터스 2억1000만원, 포르쉐코리아 1억5000만원 등이다. 문제의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와 FCA코리아, 볼보자동차코리아, GM코리아는 기부금이 전혀 없었다.

수입차 업체들은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적이지 않다. BMW코리아(175명), 벤츠코리아(168명),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167명) 등 지난해 8개 업체가 고용한 임직원 수는 749명이 전부였다.

꺾인 성장세
흐릿한 앞날

사정이 이렇자 수입차에 대한 인식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성장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등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는 7만3844대로 전년보다 4.3% 감소했다. 개인이 산 차량은 4만7726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1% 늘었지만, 업무용 차량(2만6118대)이 18.9% 줄었다.

고가 차량을 업무용(법인·개인사업자 명의)으로 등록해 세금을 탈루하는 ‘무늬만 회사차’에 대한 과세를 강화한 결과다. 고가 수입차 판매도 급감하고 있다. 같은 기간 1억원 이상 수입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33.5% 줄어든 4426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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