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참극' 광주 부친 살인사건 전말

2016.05.16 11:37:17 호수 0호

남매는 왜, 5월8일 아버지를 죽였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어버이날 남매가 아버지를 잔혹하게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자신들은 떳떳하다며 뻔뻔스런 모습을 보인 남매의 태도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범행 후 태연하게 해외도피를 준비하기도 했다. 아직 확실한 살해 동기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여러 가지 추측들만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본다.



지난 5월8일 어버이날. 남매는 아버지 댁을 찾았다. 그러나 아버지는 집에 없었다. 아버지 문모씨는 최근 사귀는 여성의 집에 머물다 어버이날 아침이 돼서야 남매가 기다리는 자택으로 귀가했다. 문씨가 귀가한 뒤 1시간여가 지난 뒤 남매는 옷을 갈아입은 모습으로 아버지 집을 나와 어딘가로 향했다. 남매가 떠난 집에서는 다음날 오후 문씨가 흉기에 찔리고 이불 10채에 짓눌린 채 대형 고무용기에 담겨 처참하게 숨진 모습으로 발견됐다.

무참히 살해

“문씨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문씨 애인의 신고를 받고 집을 찾은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이 없어 면식범에 의한 살인사건임을 직감했다. 경찰은 문씨의 집 주변과 엘리베이터 등에 설치된 CCTV를 분석, 40대로 추정되는 남녀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행적 추적에 나섰고 이들이 문씨의 딸과 아들임을 확인했다. 문씨의 지인은 경찰에서 “문씨와 자녀들이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아 왕래도 별로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10일, 광주 남구 봉선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이들 남매를 긴급 체포했다. 검거 당시 이들은 해외 도피를 위해 자신들의 짐을 정리한 뒤 나온 쓰레기를 버리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의해 드러난 남매의 범행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돼 있었다. 범행 이틀 전 자신의 거주지 인근 생활용품점에서 수십 점의 범행도구를 구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굳이 어버이날, 40대 남매가 아버지를 찾아가 잔혹하게 살해한 이유는 이들이 검거 이후에도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밝혀지지 않고 있다. 살인을 저지르고도 세 들어 사는 오피스텔의 권리금을 받기 위해 멀리 도망가지 않았던 이들의 사건 직후 행동으로 미뤄 가족 간 ‘돈 문제’가 범행 동기가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나왔다.


아버지 문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매월 36만원가량의 돈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주로 복지관에서 낮시간을 보내며 댄스와 요가 등을 배우고 지난해 초부터는 아파트 동대표와 감사를 맡을 정도로 활동적이었다. 하지만 평소 자녀나 가정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문씨의 아파트 같은 동 주민들은 “그야말로 ‘남자 혼자 사는 조용한 집’이었다. 평소 자녀들이 왕래하는 모습도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범행 도구 구입 등 사전 치밀한 계획
가족 학대에 분노·증오가 범행 동기

복지관에서 만난 노인들도 “원래 말이 많거나 자랑하길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젊은 시절 상고를 졸업한 뒤 서독에 광부로 파견 나갔다는 등 자신에 대해서는 말해도 자식들 얘기를 한 적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씨와 같은 복지관에 다니며 가깝게 지내던 한 할머니는 “한 달 전에 아들이 찾아와 때리고 괴롭히는 바람에 문씨가 ‘아들이 무섭다’며 우리 집에 피신 왔다”고 말했다.
 

7년 전 아내와 사별하고 혼자 살아오던 문씨는 복지관에서 만난 여성과 사랑에 빠졌다. 이 사실을 안 문씨의 자녀들은 아버지의 재산을 그녀에게 빼앗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틈만 나면 아버지를 찾아가 “아파트를 달라”고 요구했지만 매번 거절당했다. 특별한 수입이 없던 이들 남매는 생활비가 떨어지자 문씨의 아파트로 찾아가 집을 팔고 돈을 달라며 소란을 피워 최근에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남매는 어머니가 1990년대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로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또 아버지가 병든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보내자고 해 남매가 살던 오피스텔로 어머니를 모셔와 함께 살았다고 밝혔다.

남매는 이후 한 달가량 치매와 교통사고 후유증을 앓았던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으며 2011년 9월 어머니가 숨지자 장례도 따로 치렀고 이후 5년간 아버지와 전혀 왕래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아들의 경우 “어머니가 성적 학대를 당했다. 사람도 아니다. 사이코패스였다”며 아버지 이야기만 나오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경찰은 “어머니와 누나에 대한 학대를 보고 자라왔던 분노와 증오가 범행 동기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어머니가 함께 살던 집이 아버지의 여자친구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불안과 분노가 더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딸의 경우 지난 2010년부터 2011년 사이 아버지로부터 4차례나 폭행을 당해 경찰에 가정폭력으로 신고했고 이 결과 접근 금지 명령을 두 차례나 받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추가로 나온 증거와 주변의 진술을 종합하면 범행 동기는 기존에 알려진 ‘재산 분할’보다는 ‘원한 범죄’로 초점이 모아지는 양상이다. 경찰 부검 결과 문씨는 얼굴과 시신 여러 곳을 둔기와 흉기로 수차례 폭행당하고, 심장과 목을 깊게 찔려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의 치아가 뽑힌 것도 여러차례 얼굴을 폭행당하며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죽여놓고도 당당

경찰은 이런 잔혹한 시신 상태는 원한 범죄에서 흔히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살인을 저지른 아들은 서울의 한 유명대학을 나와 10년간 고시공부를 했고, 딸은 15년간 교회 전도사로 활동하다 2011년 그만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범행에 대해서는 둘 다 입을 열지 않고 있지만, 죄책감도 전혀 느끼지 않고 오히려 아버지를 원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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