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감시사회 통찰하는 박종규

2016.05.16 10:13:25 호수 0호

매트릭스 세계 경험해보세요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회화, 조각, 사진, 설치, 비디오 작업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시각미술 자체의 문제와 현대사회의 주요 이슈들을 표현하고 있는 박종규 작가의 개인전 ‘J. PARK 2016 Maze of Onlookers’가 지난 12일부터 리안갤러리에서 전시 중이다.



박종규는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대상들을 디지털 연산체계를 이용해 ‘픽셀화’ 시켜 ‘점’과 ‘선’으로 구성한다. 일련의 점으로 이뤄진 <Layers & Dimensions>와 선으로 코드화된 <Encoding> 연작은 작가의 기계적 프로세스를 반영한 주요 작업으로, 회화뿐 아니라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조형적, 개념적 작품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사회 보호해야”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도로 시작된 CCTV는 현재 노동자 감시나 사생활 침해와 같은 인권침해 영역으로 확대되며 촘촘한 감시망으로 기능하고 있다. CCTV가 시민 보호와 범죄 방지라는 초기의 역할을 넘어 사회 전반에 깊숙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종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서로가 감시하고 감시 받는 현상들이 엉키고 설켜서 뚜렷한 경계가 모호해진 현대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을 조형적인 구조물 안의 비디오 영상들로 보여준다.

리안갤러리 측은 “복잡미묘하고 위험한 관계들을 시각적으로 체험해 보는 계기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전했다.
 


박종규의 CCTV 작업은 총 21대의 TV 모니터와 영상 스크린을 통해 4개의 파트로 구성된다. 6대의 모니터에선 전시장 곳곳에 설치된 CCTV에 촬영된 관람객들을, 5대의 모니터에선 실시간 CCTV 화면이 시간차를 두고 보여진다. 또 다른 6대에선 우리 주변의 사회현상과 관련된 영상들이 12배속으로 빠르게 상영되고, 나머지 4대에선 전체를 아우르는 영상이 상영된다.

디지털연산 점과 선으로 구성
현대사회의 주요 이슈들 표현

예기치 못한 순간에 무수히 많은 장소에서 무심결에 찍혔을 엄청난 양의 CCTV 영상들을 직접 대면하는 순간 감시사회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엄습하며 이질적이고 낯선 감정들이 감각적으로 느껴지도록 유도했다. 반대로 CCTV에 찍힌 수많은 영상 속에서 피사체로 존재하는 자신의 모습에 이미 익숙해져서 별다른 거부감이나 저항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또 관람객이 카메라로 촬영되면서 실시간 촬영분과 시간 차이를 두고 보여지는 자신의 과거 영상을 동시에 보도록 제작됐다. 이처럼 과거와 현재의 나를 하나의 단일한 시점에서 객관화된 피사체로 바라보는 존재론적이고 현상학적인 체험은 시간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가볍지 않은 철학적 질문을 하게 만든다.
 

1층 전시장의 이미지들은 핸드폰 번호를 데이터화해 오목 스크린과 볼록 스크린에 투영시킨 작업으로, 주민등록번호를 능가하는 새로운 아이덴티티이자 관계를 연결해주는 핵심 코드로서의 전화번호가 갖는 의미를 시각화해 현대인이 매일 사용하고 있는 기기와의 공존이라는 새로운 층위의 세계를 암시하고자 했다.

일상을 픽셀화

리안갤러리 측은 “이번 전시의 경험이 현기증을 불러일으킬 만큼 혼란스럽고 정신을 혼미하게 하길 바란다”면서 “서로가 보고 보여지고, 감시하고 감시 당하고, 탐닉하고 탐닉 당하는 등 다층적으로 얽히고 설켜 있어 일단 시작되면 끝이 날 수도 빠져나갈 수도 없는 미궁 같은 매트릭스의 세계에 대한 경험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shin@ilyosisa.co.kr>

 

[박종규 작가는?]

1966년 대구 출생. 계명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며 프랑스 파리 국립미술대학을 졸업했다. 2015년 영천 시안미술관이 주관하는 특별 개인전 ‘J. Park 2015 ENCODING’을 선보였다. 광주시립미술관, 후쿠오카시립미술관, 파리 보자르 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관훈미술관, 대구미술관, 포항문화예술회관, 시안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서 그룹전을 선보였다. 최근엔 러시아 트라이엄프 갤러리에서 개최된 한국 특별그룹전 ‘EXTENSION.KR’에 초대됐다. 현재 대구에서 거주하며 작업 중이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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