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송 ‘썩은 밀가루’ 파문

2016.05.10 13:54:27 호수 0호

전 국민이 먹는데…장난쳤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올해 창립 50주년을 바라보고 있는 신송홀딩스. 제대로 욕보고 있다. 신송홀딩스 계열사인 신송산업이 썩은 밀가루로 소맥전분을 만들었다는 의혹이 터졌기 때문이다. 신송산업은 ‘국내 유일’의 소맥전분 생산 업체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각종 식품에 들어가는 소맥전분이 대부분 신송산업에서 제조됐다. 대부분 사람들이 신송산업의 소맥전분을 먹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신송산업은 현재 경찰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식품위생법 위반 여부를 수사 받고 있다. 각종 식품에 들어가는 소맥전분을 썩은 밀가루로 제조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소맥전분은 밀가루를 물과 혼합해 씻겨 나온 전분을 정제한 것이다.

맥주 어묵 스낵…

소맥전분은 맥주와 어묵, 맛살, 스낵 등 각종 식품에 들어간다. 한 마디로 신송산업에서 제조된 소맥전분이 우리가 흔히 먹는 식품의 원재료로 사용된 것이다. 이 때문에 ‘음식 갖고 장난쳤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충남 논산에 위치한 신송산업의 공장에서 일부 원재료가 비위생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소맥전분의 원료인 밀가루 가운데 일부는 썩었고, 포장지는 곰팡이가 핀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밀가루를 선별하는 곳에 쥐가 다니는 사진까지 공개됐다.

당시 권익위는 썩은 밀가루가 실제 전분 제조에 사용됐는지 여부를 현장 관계자를 상대로 파악했다. 이후 사실확인 내용이 담긴 문서를 논산시로 이첩했다. 논산시는 향후 추가 조사에 나선 뒤 행정처분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동시에 식약처와 경찰도 신송산업의 법규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 사건은 한 제보자로부터 세상에 알려졌다. 이 제보자는 “국내 유일의 소맥전문 제조업체인 신송산업에서 전분을 만드는 데 썩은 밀가루를 투입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3년간 신송산업에 일하다 국민권익위에 신고한 제보자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 사실을 폭로했다.

제보자는 이날 “소맥 전분은 밀가루를 가공해 만드는 것이다. 밀가루를 야적하는 데 습기에 약하기 때문에 딱딱하게 굳으면 썩게 된다. 이것이 (전분을 만드는 데) 몇만톤이 들어간 걸로 안다”며 “이는 20%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밀가루가 썩은 이유에 대해 “보관을 잘못해서 그런 것”이라며 “러시아 제품을 수입해왔는데, 러시아 밀가루 제분회사들이 위생개념이 없어서 컨테이너를 오픈했을 때 썩은 밀가루가 다량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수입한 밀가루 포대에 썩지 말라고 방부제가 중간 중간 엄청나게 끼어있었는데, 그 봉투가 거의 다 터져있었다”며 “밀가루에 방부제가 섞였을 가능성이 아주 많다”고 폭로했다.

유일하게 소맥전분 생산…역대급 대형사고?
내부고발자 위생불량 폭로 “악감정 있다?”

그는 더 충격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이 제보자는 보관이 허술한 탓에 쥐, 바구미, 뱀 등을 직접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작업 도중 쥐를 발견하고 사진까지 찍어 놓기도 했다. 제보자는 “신송식품은 국내 유일의 소맥전분 업체이고 맥주회사, 과자회사, 라면회사, 어묵회사 등에 납품됐으며, 저는 그 이후부터 맥주를 절대 안 먹고 어묵도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7개월 된 아이를 키우고 있다며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일하는 것에 양심을 느껴 공익제보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양심선언 후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에게 미안하고 얼굴 볼 면목이 없다며 사직서를 썼다고 덧붙였다.

신송산업이 최근 썩은 밀가루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지난달 29일 해명자료를 통해 “썩은 밀가루를 사용해 전분을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면서도 “아직 사실로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보도되어 유감”이라고 밝혔다.

썩은 밀가루 사태는 신송산업 내부 고발자에 의해 불거진 부분으로, 해당 고발자는 회사에 대해 악감정으로 고의적인 상황을 연출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신송산업 관계자는 “원료 보관 공간이 부족해 일부 보관상의 지적사항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썩은 원료를 사용한 점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조사과정을 거쳐 혐의를 벗을 것이며, 내부 고발 직원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송산업은 소맥분(밀가루)을 주원료로 소맥전분과 글루텐, 아미노산 등을 제조하고 있다. 제조사업뿐 아니라 부동산임대 및 곡물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모회사인 신송홀딩스가 지난 2009년 제조 및 임대사업을 물적분할해 설립했다.

밀가루에 쥐가?

신송홀딩스는 1970년 설립된 순영기업이 전신인 회사로 창립 50주년을 바라보고 있다. 신송산업과 함께 장류를 제조하는 신송식품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286억원, 36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학 '대장균 떡볶이' 그 이후…

지난해 송학식품이 대장균 떡볶이를 팔아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지난해 인천 중부경찰서는 송학식품의 대표 등 13명을 대장균과 식중독균이 검출된 떡볶이와 떡국 재료 180억원어치를 국내 유통시켜 식품 위생법 위반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송학식품은 3년 연속 떡과 떡볶이 부문의 시장점유율 1위, 연간 매출규모 500억원 수준으로 반품당한 불량제품을 불우이웃에 기부품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송학식품 압수수색 과정에서 ‘기밀 서류’라고 적힌 문건을 발견했고, 여기에는 제품에 대한 세균 검사에서 대장균과 식중독균이 검출돼 부적합하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똑같이 만들어진 외부용 서류에는 대장균 등 세균이 검출된 불량제품이 전혀 문제가 없는 식품으로 둔갑시켰다. 경찰은 문제의 제품이 2년 동안 180억원 넘게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지난해 8월에는 보관중인 쌀 2500포대에 나방 애벌레가 대량 발생하자, 폐기처분 하는 대신 맹독성 살충제로 박멸한 뒤 유통시킨 사실도 나타났다. <창>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