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vs 국민의당 보좌진 쟁탈전

2016.05.09 11:24:27 호수 0호

여당 직원들 야당으로 ‘고고~씽’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각자도생’은 국회의원에게만 국한된 말이 아니다. 한순간 실업자가 된 것은 비단 의원들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여의도에는 이런저런 구직 정보를 구하는 보좌직원들로 넘쳐난다. 눈에 띄는 소식은 새누리당 보좌직원들과 국민의당 초선 의원들 간의 물밑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는 최근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새누리당-국민의당 보좌직원 쟁탈전’의 모든 내용을 담아봤다.



도통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최근 들어 국민의당 초선 의원과 새누리당 보좌직원들 간의 밀월행보가 증가하고 있다. 총선 직전만 해도 “자리가 없다. 국민의당이라도 알아봐야 되나 싶다”는 새누리당 보좌직원들의 말은 우스갯소리에 가까웠다. 그러나 개원을 한 달여 앞두고 점점 현실화돼가는 모습이다. 익명의 한 취재원은 “국민의당 초선 의원이라면 구직을 원하는 새누리당 보좌직원의 전화를 한 통 이상씩은 받아봤다”고 전했다.

밀월행보

특히 해당 요청은 4, 5급 보좌관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이는 서로 간의 니즈(Needs)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당장 일자리가 줄어든 새누리당 보좌직원들은 일자리 마련이 시급해졌고, 국민의당 초선 의원들은 자신을 이끌어줄 능숙한 직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같은 경향에 대해 한 국회 관계자는 “4, 5급 정도 되는 보좌관들은 전문성이 상당하다. 특히 새누리당 내에는 다선 경험이 많아 의정 활동에 선거 전략까지 꿰고 있어 초선 의원들이 눈독 들일만하다”고 평가했다.

보다 적극적인 쪽은 보좌직원들이다. 앞서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된 ‘20대 국민의당 당선자 워크숍’에서 ‘보좌직원을 다 꾸렸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 초선 의원은 “꾸려 나가고 있다. 보좌관들은 새누리당 출신으로 하고 밑에 비서와 인턴들은 가까운 사람들로 채울 계획”이라고 답했는데 이 과정에서 구직을 물어보는 새누리당 보좌직원의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고 덧붙였다.


이는 다른 초선 의원들에게도 마찬가지인 상황. 어떤 의원실의 경우 메일로 하루 100통 이상의 이력서가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과장이 섞인 표현이었지만, 그만큼 많은 구직자가 몰리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에 국회서는 때아닌 ‘평판 조회’까지 진행되고 있다. 초선 의원들의 경우 막상 구직 전화를 받아도 그 사람이 과거 어떤 일을 해왔는지 전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같은 당 다선 의원들에게 물어본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에 특히 눈길이 가는 이유는 새누리당의 의석을 잠식한 곳으로 이동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 때문이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새누리당 총선 참패의 주요 원인은 중도 성향 지지층의 이탈에 있다.

공천 잡음에 대한 실망감의 표출이었다. 이탈 표는 곧장 국민의당으로 향했고 총 38석이라는 의석을 확보하는 데 일조했다. 의석수만큼 국민의당에서 취업 자리가 늘어난 반면, 새누리당은 줄었다. 유권자들의 이탈이 보좌직원 이탈이라는 ‘사이드 이펙트(Side effect,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부작용)’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새누리당 내부에서 유출을 가속화시키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지난 20대 총선에서 당선되고도 보좌직원을 소위 ‘자른’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A의원실과 강원도의 B의원실은 최근 당선 후 보좌직원을 해직하고 새로운 사람을 찾고 있다. 두 의원실에 대해 이미 보좌직원들 사이에서는 “6개월 이상 근무하면 오래 일한 것”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로 안 좋은 소문이 난 곳이다. 기피 대상에 오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개원 전 물밑작업 “갈아타기 감지”
브레인 대거 유출…새누리 사면초가

앞선 사례가 배출 요인이라면 ‘새누리당-국민의당’ 간 유사성은 흡인 요인이다. 국민의당이 추구하는 정책 노선이 새누리당과 닮은 점이 있어 직원들이 한결 거부감 없이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정가 한편에선 ‘새누리당-국민의당’의 연정 가능성이 제기될 정도로 두 당 사이에는 분명 교집합이 있다. 특히 국민의당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국회에 발을 들일 때부터 기업친화·규제완화 등을 주장해 새누리당과 노선이 비슷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많았다.

때문에 새누리당 출신 보좌관들이 국민의당으로 넘어가는 데 거부감이 없다는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 있어 보인다. 한 새누리당 소속 의원실 보좌관은 “더불어민주당은 (넘어가기) 그렇지만 국민의당은 충분히 갈 수 있다. 법안 초안을 만들 때 방향성에 대해 고민할 필요도 없고 평소 하던 일과 비슷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이탈을 정치인들의 ‘망명’에 비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게 다른 보좌직원들의 공통된 견해다.


정치인들처럼 자의적 선택이 아닌 필연적 선택에 가깝기 때문이다. 보좌직원의 처우는 흔히 ‘파리 목숨’에 비유되곤 한다. 면직이 자유로운 데서 나온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충성심까지 강요할 순 없다는 주장이다. 생계가 걸린 문제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특히 이번 인재 유출 현상은 당에서 자초한 부분이 크다. 직업 선택의 자유 같은 이유를 차치하고서라도 물리적 환경 상 국민의당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을 정도로 새누리당에는 자리가 없다. 파이가 줄어든 상황에서 그마나 생긴 몇 개 새누리당 의원실도 사람이 몰려 경쟁이 치열하다. 의원 추천은 유명무실해진지 이미 오래다.

한 의원실 비서관은 “주군을 고른다는 생각으로 이력서를 내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의원실에 있는 동안은 그 의원만을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더 좋은 조건이 있는 곳으로 넘어가는 현상은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으로의 이동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는 반응도 있다. 과거 17대 국회 초반만해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보좌직원들의 이동이 잦았다고 한다. 선임 보좌관의 경우 의원과 정치적 공동체의 성격이 강하지만, 그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경우 정치적 유대보다 업무적 고용관계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경향도 17·18대로 넘어오는 과정에 이념 갈등이 심해져 중간에 벽이 생긴 것이다.

브레인 유출

유출은 분명 새누리당 입장에서 뼈아픈 일이다. 국회에서의 오랜 경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가 있다. 정책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빠져나가는 만큼 새누리당의 정책 경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경쟁 당으로의 유출은 ‘-1’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유출 현상이 새누리당 입장에서 손해냐는 질문에 “당연하다. 이분들도 새누리당에서 키워온 소중한 자산들이다. 국민의당이나 더민주로 가면 새누리당 입장에서 좋을 게 없다”고 답했다. 과연 이러한 현상이 향후 새누리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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