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그룹 ‘수상한 세풍’ 막후

2016.05.02 10:21:49 호수 0호

그룹 매출 절반 '핵심 계열사' 털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잘 나가던 코오롱그룹의 주력 계열사가 세무당국의 레이더망에 걸렸다. 아직까지 회사 측은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러나 주변에서 들리는 얘기는 조금 다르다. 단순 통과의례쯤으로 보기에는 영 석연찮다. 자칫 코오롱그룹을 덮친 ‘세풍’이 거대한 먹구름을 몰고 올지도 모를 일이다.



재계 순위 32위(공기업 제외)인 코오롱그룹이 국세청의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달 14일부터 코오롱그룹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요원 수십 명이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코오롱인더스트리를 불시 방문해 회계장부와 컴퓨터 등 관련 자료 일체를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뭔가 걸렸나

국세청의 집중조사 대상은 코오롱그룹의 순수 지주회사인 (주)코오롱과 화학·산업자재를 다루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몸이었던 두 회사는 코오롱그룹이 2009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분할됐다. 특히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그룹 내 매출의 약 절반을 벌어들이는 핵심 계열사다. 이웅열 회장의 장남 이규호씨가 상무보 직책으로 4세 경영수업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국세청이 수상한 자금의 흐름을 파악한 것 아니냐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번 세무조사가 검찰 고발과 수사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특별 세무조사의 주체가 회사 소재지 관할 중부지방국세청이 아닌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라는 점에서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통상 국세청에서 벌이는 정기 세무조사는 조사1국과 조사2국이 담당하고 조사3국은 기업의 상속·증여세 및 양도소득세 등 재산세, 자본거래세 분야를 맡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세청 중수부’라고 불리는 조사4국은 특별 세무조사를 맡는다. 주로 기업의 비자금, 횡령, 탈세 등의 무거운 의혹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일정을 통보한 후 시작하는 일반 세무조사와 달리 특정 혐의가 인지된 경우에만 조사에 착수한다.


물론 올해 들어 세무조사를 받은 기업이 코오롱만 있는 건 아니다. 롯데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롯데건설 역시 세무조사를 받았다. 다만 재계는 롯데건설에 대한 세무조사를 5년마다 돌아오는 정기 세무조사로 이해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반면 (주)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14년 정기 세무조사를 받은 전례가 있다.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는 정황상 비정기 세무조사라고 보는 시각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국세청 핵심 조사4국 특별 세무조사
시한폭탄 작동…이유 두고 설왕설래

업계에서는 세무조사 배경으로 코오롱이 듀폰(Dupont)과의 소송을 종료하는 과정에서 자금의 흐름을 회계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코오롱과 듀폰은 2009년부터 아라미드 섬유를 사이에 두고 격렬히 대립했다.

소송은 듀폰이 방탄복에 쓰이는 아라미드 섬유에 대한 기술을 코오롱이 빼돌렸다고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코오롱이 듀폰의 핵심 인력을 채용한 게 문제가 됐다. 코오롱은 듀폰이 오히려 미국 진출을 방해한다며 맞고소했고 양사의 갈등은 6년 간 이어졌다.

지리멸렬한 소송전은 영업 비밀을 빼돌린 것을 인정한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지난해 4월 듀폰 측에 3억6000만달러을 배상하면서 일단락됐다. 당시 업계에서는 소송비용 증가와 미국 시장 진출 지연에 따른 악영향이 코오롱의 배상금 지급 결정을 이끌어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막대한 벌금은 부담이지만 미국 시장에서 자사의 아라미드 섬유를 유통시킨다면 장기적으로 이득이라는 계산이었다.

2014년 11월 타계한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의 보유지분을 상속하는 과정에서 상속세 포탈 혐의가 발각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이 경우 칼날은 이웅렬 회장과 자녀들, 친인척들을 겨눌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이밖에도 세무당국 주변에서는 온갖 소문이 무성한 상황이다. 국세청이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는 관측뿐만 아니라 국세청에 밉보인 코오롱이 ‘괘씸죄’에 걸린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롯데그룹, 현대기아차그룹, 코오롱 등 이명박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기업에 대한 수사 가능성은 박근혜 정부 초부터 제기됐다.

공교롭게도 코오롱은 지난 2013년 초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수백억원의 추징금을 부과 받은 전례가 있다. 최근 코오롱이 받는 특별세무조사 역시 정권 차원의 압박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날 선 칼날

세무조사의 진짜 이유를 두고 갖가지 소문이 퍼져나가는 상황에서도 아직까지 코오롱 측은 명확한 조사 사유를 함구하고 있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은 맞다”며 “다만 조사와 관련한 구체적 사안과 배경에 대해서는 우리도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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