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에 비친 박헌준 ‘두 얼굴’

2010.11.16 09:40:41 호수 0호

"철면피”… 서민 등치고 배 만졌다

‘상조업계 대부’ 박헌준 현대종합상조 회장. 그동안 감추고 있던 그의 추악한 두 얼굴이 드디어 드러났다. ‘양의 탈을 쓴 늑대’였다.
현대종합상조에 믿고 돈을 맡긴 서민들도, 박 회장을 믿고 따르던 직원들도 감쪽같이 속았다. 모두들 “설마 설마”하다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검찰 수사로 정체가 탄로 난 박 회장의 이중성을 비틀어봤다.

“고객 쌈짓돈 꿀꺽” 131억 횡령 혐의로 구속
평소 ‘윤리경영’자부…임직원에 청렴 강조


윤리 경영’. 박헌준 회장이 2002년 현대종합상조 설립 이후 줄곧 강조해 온 50만 고객들과의 약속이다.
박 회장은 평소 임직원에게 “고객을 최우선으로 한 깨끗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기본에 충실한 조직이 되자”며 ‘클린 이미지’와 함께 철저한 자기관리를 요구해왔다.
 
한마디로 부당·편법 없이 정정당당하게 승부해야 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도 항상 “정직을 바탕으로 신뢰할 수 있는 회사”라고 자랑했다.

“행사원은 절대로
팁 못 받게 했다”



이는 곧 도덕성을 핵심가치로 삼고 있는 현대종합상조의 경영 방침이기도 하다. 현대종합상조는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윤리경영 선포식’을 가졌다.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정직을 통해 고객이 신뢰하는 기업으로 지속 발전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고객들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선포식에 참석한 한 직원은 “현장에서 뛰는 행사원들에게 일절 팁을 받지 못하게 할 정도로 엄격한 윤리적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며 “이를 위반해 적발된 직원들은 그 자리에서 사직서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종합상조는 박 회장의 지시에 따라 사내 윤리 규범까지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윤리 규범은 ▲고객에 대한 책임과 의무 ▲공정한 경쟁과 거래 ▲선물·향응·금전거래 금지 ▲임직원 기본 윤리와 책임 ▲국가와 사회에 대한 책임 등의 큰 틀에서 각 항목을 세분화하고 있다.

이중 ‘선물·향응·금전거래 금지’실천 지침에 따르면 임직원은 직무와 관련해 과도한 향응(1인당 10만원 초과)을 받거나 요구할 수 없다. 또 임직원 간 선물 제공 행위(1인당 3만원 초과)와 청탁을 이용한 외부 압력도 일절 금지하고 있다.

특히 사업비 집행 조항이 눈에 띈다. 이를 보면 회의비, 접대비, 판매비 등 회사의 사업비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면 안 된다. 예산의 목적과 법이 정하는 기준에 맞게 써야 한다. 사업비 집행 시 법인카드 사용을 원칙으로 하며 법인카드도 업무 목적 외 사적 경비로 사용해선 안 된다.


현대종합상조는 “고객의 재산은 회사재산과 동일하게 보호돼야 한다”며 “부정한 수단이나 의도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등의 비윤리적 행위를 제보 받는 윤리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헌준식 윤리 경영’은 현대종합상조의 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이 됐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어 믿음이 쌓였고, 이는 곧 선택으로 이어졌다. 더욱이 국내 내로라하는 상조업체 경영진이 줄줄이 구속되는 등 비리로 얼룩진 상조업계에 대한 불신이 쌓일 대로 쌓인 상황에서 현대종합상조가 내세운 투명 경영은 상대적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현대종합상조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천안함 46용사 합동 분향소 등을 진행하면서 대내외 인지도를 높였다.

‘클린’ 외치더니… ‘검은돈’ 챙기고
‘보람’ 혀차더니… ‘쇠고랑’ 찼다

2002년 울산에서 출발한 현대종합상조는 뒤늦게 상조업에 뛰어들어 불과 8년 사이 국내 대표 상조업체로 자리 잡았다. 현대종합상조는 현재 보람상조(회원수 70만명)에 이어 업계 2위다.
전체 상조 고객 중 20%에 달하는 약 5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수신계약고가 1조원을 넘는다. 매출은 2006년 47억원에서 지난해 260억원으로 3년 만에 5배 이상 증가했다.

인력, 영업망 역시 업계 최고를 자랑한다. 모두 본사 직영체제로 운영하고 있는 전국 120여개 지점 및 영업소에 풍부한 현장 경험과 노하우를 겸비한 직원수만 1만8000여명(설계사 포함)에 이른다.
박 회장은 회사 성장을 기반으로 개인적으로도 과감한 대외 행보를 펼쳐 활동 영역을 넓혀 나갔다. 지난 2월 전국상조협회장에 선임된 것이 대표적이다.

전국상조협회는 전국 113개 상조업체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국내 대표 상조단체로 회장 임기는 2년이다.
상조업계 관계자는 “경영진이 수백억원을 횡령한 사건으로 업계 1위 보람상조가 휘청거리면서 상대적으로 현대종합상조가 치고 올라가는 추세”라며 “보람상조에 가입 예정이거나 대거 이탈한 고객들이 현대종합상조로 몰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현대종합상조의 ‘윤리 경영’에 금이 갔다. 그것도 오너 스스로가 깨뜨렸다. 그동안 감추고 있던 추악한 두 얼굴이 드러난 것. 현대종합상조에 믿고 돈을 맡긴 고객들과 박 회장을 믿고 따르던 직원들을 감쪽같이 속인 것이다.

검찰은 지난 1일 횡령·배임 혐의로 박 회장과 고석봉 대표를 구속기소했다. 현대종합상조의 주주는 박 회장(71%)과 고 대표(29%), 2인으로 이뤄져있다. 이들이 빼돌린 돈은 무려 131억원에 달한다. 물론 모두 회삿돈이다. 고객의 쌈짓돈이 경영진의 배를 채우는데 사용된 셈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 등은 2006년 2월부터 올해 8월까지 회사 자금 약 131억원을 빼돌려 개인 재산을 불렸다. 협력업체나 장례도우미의 보증금을 유용하거나 물품판매대금, 공사대금 등을 과다하게 책정해 남은 돈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94억원의 회삿돈을 가로챘다.

‘양의 탈을 쓴 늑대’
회원, 직원도 속았다

또 ‘하이프리드’란 자회사를 설립, 이 회사에 고가로 장례행사를 외주 방식으로 독점 위탁해 배당금과 급여를 받았다. 현대종합상조에서 하이프리드로 넘어간 행사 비용은 총 301억원. 이중 37억원을 착복했다. 이 금액은 지난해 현대종합상조의 결손금 총액인 391억원의 약 35%에 해당한다.


<일요시사>는 하이프리드의 실체를 파헤친 적이 있다. 본지 확인 결과 장례식장 및 장의시설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2006년 8월 설립된 하이프리드는 지난해 5월 법인이 해산된 상태다. 특히 박 회장이 대표이사로, 그의 두 자녀가 이사와 감사로 선임된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두 자녀는 각각 23세, 20세 때 등재돼 ‘무늬만 이사·감사’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박 회장은 이렇게 빼돌린 돈을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자신의 명의로 시가 300만 달러(약 35억원) 상당의 캄보디아 부동산을 구입했고, 자녀에겐 목동의 아파트를 사줬다. 이외에 빚 변제와 펀드 투자 등에도 공금을 썼다.
찰은 수사 과정에서 현대종합상조의 이상한 사업 구조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현대종합상조의 지난해 총 납입금 수입은 630억원. 이 가운데 광고비 68억원, 판촉비 23억원, 모집수당 196억원 등 총 287억원을 사업과 직접적으로 무관한 부문에 사용했다. 전체 수입의 4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나머지 55%도 향후 발생할 상조행사를 위해 적립해야 하지만 일부를 회사 관리비나 직원 임금 등으로 썼다.

“땅 사고, 집 사고,
빚 갚고, 투자했다”

검찰은 “현대종합상조가 광고비, 판촉비, 수당 등을 과도하게 쓸 수 있었던 것은 1년에 고객 납입금 중 0.3%만 실제 상조행사에 사용했기 때문”이라며 “지난해 기준으로 회사 전체가 상조행사에 쓴 비용은 2억원도 채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정상적인 기업경영보다 많은 광고비를 들여 회원을 유치해 현금을 벌어들이는데 신경을 썼다”며 “일종의 거대한 피라미드 영업을 한 것으로, 당장은 피라미드가 유지되고 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고객의 피해가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역시 <일요시사>가 지적한 바 있는 대목이다. 현대종합상조는 지난해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간 무리한 홍보마케팅 공세를 퍼부었다. 최고의 중년 배우인 노주현씨를 모델로 기용하는 등 2007년부터 공중파, 케이블방송, 신문 등 각 매체에 거액을 들여 시리즈 형식의 광고를 내보냈다.

이에 따라 광고·판촉비는 2006년 35억원, 2007년 83억원, 2008년 80억원, 지난해 91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들 금액은 고객불입금의 25%에 달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2006년 이전의 광고·판촉비와 모집수당 등까지 더해지면 고객불입금 대비 지출은 더 늘어난다.

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무차별적인 광고 남발은 곧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라며 “적자가 발생했다고 해서 반드시 부도·폐업으로 서비스를 이행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명 연예인을 동원하는 등 고객의 돈을 자기 돈처럼 쓰는 행태는 회사의 취약한 수익구조와 방만 경영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 직원은 “홍보비용을 늘리는 것은 공격적인 기업 활동에 있어서 당연한 결정이 아니냐”고 반문했었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상조업계의 실태를 수차례에 걸쳐 점검한 바 있다. 특히 부동산 매입과 유령회사, 재무 문제 등 각종 의혹 제기를 통해 현대종합상조의 충격적 부실 경영을 연속으로 집중 고발해 현 사태를 예고하기도 했다.(본지 714·751·752·753·755·756호 참조) 취재 당시 회사 측은 박 회장의 투명 경영과 청렴 생활을 예로 들며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깨끗하다”고 의혹들을 부인하거나 반박했었다.

현대종합상조 모 이사는 “공과 사를 분명히 하는 회장님은 지금껏 회삿돈 1원도 개인적으로 써본 일이 없다”며 “중요한 손님과 만날 때도 5000원이 넘는 밥을 먹어본 적이 드물다”라고 전했다.

재무팀 한 간부는 “전직 대통령 등 유명 인사들의 장례를 도맡다시피 하는 회사를 어떻게 보고 어이없는 의혹들을 제기 하냐”며 “정기적으로 대형 회계법인의 외부감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회삿돈과 관련해 한 치의 의심을 가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상조업계 1위 보람상조(최철홍 회장)의 횡령 사건이 터질 때만 해도 혀를 찼다.
“부도덕한 일부 상조회사들로 인해 소비자들의 불만과 불신이 높다…가족 잃은 슬픔을 상업화해 정직과 신념 없이 상조업에 뛰어든 회사들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신뢰를 바탕으로 한 상조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사돈 남 말’한 처지가 됐다. 현대종합상조 측은 재판을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보람상조 사건과 혐의 내용이 비슷한데다 보람상조를 꽁꽁 묶은 ‘상조업 저승사자’로 유명한 검사가 현대종합상조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는 점에서 흘러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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