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역할대행 서비스' 실상

2016.04.25 10:33:35 호수 0호

남편도 돼주고 애인도 돼준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역할대행’ 아르바이트는 하객, 조문객 등 대인관계 형성을 위한 상황별 역할대행 등 다양한 서비스로 확대되고 있다. 생활정보지 광고란에서나 볼 수 있었던 역할대행 서비스를 요즘은 컴퓨터 마우스 클릭만으로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 부득이한 상황에서 받는 역할대행 서비스는 유용하다고 알려지기도 했지만 자녀대행, 임종대행까지 그 영역이 확대되면서 도덕적 해이의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역할대행은 쉽게 말해 돈을 주고 자신의 역할을 대신해 줄 사람을 사고파는 행위로 ‘역할 도우미’ ‘이색 도우미’라 불리기도 한다. 역할대행 서비스는 2004년 심부름센터가 담당하던 잔심부름대행 서비스가 각종 포털사이트 카페로 옮겨오면서 온라인을 통해 급속도로 성장했다. 인터넷에 ‘역할대행 전문’이란 간판을 내건 업체들이 하나둘씩 등장하면서 친구, 애인, 하객 등 인간관계대행 서비스 중심으로 번져나갔다.

알바의 세계

역할대행 서비스 중 가장 ‘뜨거운 감자’는 애인대행 서비스다. 성관계라는 미묘한 문제가 개입되기 쉬워 이용하는 사람이나 아르바이트하는 사람 모두 은밀하게 거래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요즘 애인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는 젊은이들 중에는 “이 불황에 자신만 떳떳하다면 문제될 것 없다”며 애인대행을 당당한 일거리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서울 소재 D대학을 졸업한 A씨는‘애인대행업’을 100여회 한 베테랑. 170㎝가 조금 넘는 훤칠한 키에 앳돼 보이는 인상을 갖춘 ‘미인형’인 A씨는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여기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해 벌써 2년째 애인대행업을 하고 있다. 지방 출신 자취생인 A씨는 집안 사정이 힘들어 대학 등록금 내기가 빠듯해지자 애인대행 아르바이트를 결심했다고 한다. 애인대행업을 하는 대부분의 대학생들과 비슷한 연유다.

A씨는 “매일 10시간 이상 택시를 운전하시는 아버지를 보며 용돈 정도는 내 손으로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역할대행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며 “그게 애인대행이란 것뿐”이라고 말한다. A씨가 3시간 애인대행을 하고 버는 돈은 20만원 정도. 의뢰인 비위를 잘 맞춰주면 10만~20만원을 더 얹어 주기도 한다. 2008년 현재 법정 최저임금이 3770원인 것에 비하면 17배에 가까운 돈을 버는 ‘귀족 아르바이트’인 셈이다.
 


A씨는 “쩜오(국내에서 15% 내에 꼽히는 미인이라는 뜻의 은어)급 정도 되면 두 달만에 중형승용차를 타고 다닐 만큼 돈을 벌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몇 년 전 애인대행 아르바이트가 유사성행위를 조장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배우자 혹은 애인대행에 관한 누리꾼들의 부정적인 의견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금전거래를 통한 신분세탁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신종사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파트너 3시간 20만원 “잘하면 웃돈도”
죽음 앞둔 노인에 자식처럼…임종 지켜

구직난에 몰린 젊은이들이 역할대행 아르바이트에 몰리면서 새로운 신종 아르바이트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마루타 아르바이트’라고 불리는 임상시험대행이 대표적. 임상시험은 의약품(의료기기 포함)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고 이상반응을 조사하기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벌이는 것을 말한다. 일반인이 참가할 수 있는 임상시험은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이라 불리는 생동성 시험이다.

판매 중인 약과 복제의약품이 같은 효능을 보이는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과정으로 신약시험보다는 위험성이 덜하다고 알려졌다. 임상시험대행은 20만∼25만원을 받는 ‘고액 아르바이트’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최근에는 임상시험 아르바이트를 소개하는 사이트도 늘어나고 있다.

1주일간 2∼3일씩 두세 차례 합숙하며 시험을 받고 채혈까지 완료하면 기본으로 25만원을 받게 된다. 정도나 기간에 따라서 60만∼100만원까지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만큼 부작용 발생 위험도 크다. 시판 중인 약품과의 성분 차이 때문에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5∼2007년 동안 이상 약물반응으로 사망한 환자가 8명에 이르고 이상 약물반응 보고 건수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심지어 임종대행까지 생겼다. 임종대행이란 사람이 숨을 거두기 직전 생을 마감하면서 죽음이 두렵지 않도록 곁에 있어 주는 것을 말한다. 죽음을 앞둔 자에게 가족이 멀리 떨어져 있어 곁을 지키지 못하는 처지가 생겼을때 곁을 지켜주는 신종대행업. 요즘은 노인의 고독사가 많아지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혼자서 죽음을 맞이하고 긴 시간 동안 방치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종의 새로운 업종을 만들어 낸 것이다.

성매매 목적도

역할대행 서비스에 대한 법적 규제는 아직 없다. 바쁜 현실에서의 역할대행 서비스는 어쩌면 사람들에게 편리하고 효율적인 수단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다만 서비스의 성향때문에 각종 성범죄나 납치, 사기사건으로 변질될 수 있으므로 그에 맞는 규제방안이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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