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의 봄에는 ‘게미’가 있다

2016.04.25 09:51:36 호수 0호

꽃따라 맛따라 ③전남 강진군

강진의 봄은 ‘게미’가 있다. 게미는 ‘씹을 수록 고소한 맛, 그 음식에 녹아 있는 독특한 맛’을 뜻하는 전라도 사투리. 산해진미가 올라오는 강진 한정식은 전라도 음식 중에 최고로 꼽힌다. 강진의 봄 풍경에도 게미가 있다. 들판에는 보리가 쑥쑥 자라고, 산에는 진달래와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주작산(475m)과 덕룡산(433m)은 알려지지 않은 진달래 명소다. 설악산 공룡 능선 부럽지 않은 기암괴석 사이에 핀 연분홍 진달래가 화룡점정이다.



수려한 기암과 진달래꽃 어우러진 주작산
산행의 베이스캠프로 좋은 주작산자연휴양림

주작산과 덕룡산은 봉황이 강진만을 향해 날아오르는 형상이다. 주작산이 봉황의 머리, 덕룡산 능선이 왼쪽 날개, 오소재로 이어진 암릉이 오른쪽 날개다. 특히 양 날개 격인 능선에는 기암괴석 사이로 진달래가 붉게 타오른다.

진달래 산행은 주작산자연휴양림을 중심으로 다양한 코스가 있다. 휴양림을 중간 기착지로 삼으면 소석문~덕룡산~휴양림(숙박)~주작산~오소재 코스가 좋고, 휴양림에서 묵고 떠난다면 휴양림~오소재 암릉 코스가 제격이다. 부담 없이 즐기고 싶다면 휴양림 원점 회귀 코스를 추천한다. 주작산자연휴양림의 명소인 흔들바위를 지나 덕룡봉에 올랐다가 작천소령을 거쳐 휴양림으로 내려오면 2시간쯤(약 4.2km) 걸린다.

산행 들머리는 자연휴양관 건물 앞이다. 잔디밭을 지나면 ‘흔들바위 1.3km, 덕룡봉 1.5km’ 이정표가 있다. 산비탈을 둘러 가는 호젓한 숲길을 따르면 벼랑 위에 흔들바위가 보인다. 지름 4m가 넘는 바위는 금방이라도 굴러떨어질 것 같다. 바위 아래 수양리 주민은 둥글둥글하다고 ‘동구리바위’ 혹은 ‘장군바위’라 부른다. 가뭄과 재난이 닥쳤을 때 마을을 지켜준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기암괴석 사이
연분홍 화룡점정


바위 옆에 서면 휴양림이 속속 들여다보이고, 강진만도 손에 잡힐 듯 가깝다. 흔들바위에서 산길은 가파른 오르막이다. 등에 땀이 송송 맺힐 무렵, 덕룡봉 정상에 오르면 탄성이 나온다. 공룡 이빨 같은 기암괴석 사이로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어느 봄 풍경이 이처럼 화려할까. 암릉 너머로 푸른 들판과 강진만이 펼쳐진다. 오른쪽 멀리 해남 두륜산이 난공불락의 성채처럼 버티고 선 모습도 장관이다. 내려올 때는 두륜산을 바라보며 능선을 따른다. 군데군데 피어난 진달래를 쓰다듬으며 내려가면 임도를 만나고 작천소령에 닿는다. 여기에서 휴양림 방향으로 10분쯤 내려오면 산행이 마무리된다. 

산에서 내려오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린다. 드디어 강진 한정식을 맛볼 시간. 유명한 식당이 많고, 어느 식당에 들어가도 수준 높은 한정식이 나온다. 강진 한정식이 맛깔난 것은 강진의 산과 바다, 기름진 들판에서 나는 재료와 양념, 손맛이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떡갈비와 육회, 홍어삼합, 게장, 표고탕수육, 낙지호롱과 낙지회, 피조개, 버섯과 새우부침 등 산해진미가 가득하다. 특이한 것은 어느 하나 맛이 빠지지 않고 수준이 높다는 점이다. 식당 사장님께 비결을 물으니, 어머니가 요리를 잘했다고 한다. 어머니 손맛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배 두드리며 백련사로 가는 길에는 휘파람이 절로 나온다. 백련사는 다산초당에서 걸어가는 게 좋다. 800m쯤 이어진 오솔길은 다산 정약용이 백련사 혜장스님을 만나러 가던 길이다. 다산초당 들머리는 다산수련원. 나무껍질이 눈부신 두충나무 군락지와 소나무 뿌리가 뒤엉킨 ‘뿌리의 길’을 지나면 다산초당을 만난다. 초당은 울창한 동백 숲으로 둘러싸여 그윽하다.

다산은 초당 옆에 작은 연못을 파고, 동암에서 기거했다.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등 다산의 대표작이 동암에서 탄생했다. 동암을 지나면 강진만이 내려다보이는 천일각이다. 다산은 답답할 때 이곳에서 바다를 바라봤다고 한다. 천일각에서 나오면 길은 부드럽게 이어진다. 삼나무를 비롯한 난대림이 가득한 숲길이다.

슬그머니 작은 고개를 넘으면 2층 누각인 해월루가 나온다. 누각에 오르면 강진만 일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강진만 중간쯤에 있는 작은 섬이 가우도다.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출렁다리가 아스라이 보인다. 해월루에서 내려오면 드넓은 녹차 밭이다. 녹차 밭 뒤로 만덕산의 수려한 암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빽빽이 들어찬
백련사 동백 숲

녹차 밭이 끝나면 백련사 동백 숲으로 들어간다. 빽빽이 들어찬 동백이 하늘을 가려 어둑어둑하다. 땅에 떨어진 동백꽃은 나무에 핀 꽃보다 붉게 빛난다. 옛사람들은 동백꽃이 나무에서, 땅에서, 마음 속에서 꽃을 피운다고 했다. 미로 같은 길을 걸으며 동백 숲에 있는 부도 몇 기를 찾아보자.

동백 숲에서 나오면 백련사 경내로 들어선다. 천불전 앞에는 홍매와 백매가 화사하게 피었고, 천리향이라 불리는 백서향이 진한 향기를 내뿜는다. 혜장스님은 만경루 앞 거대한 배롱나무 그늘에서 수시로 고개를 넘어온 다산을 기다렸다고 한다. 혜장은 다산보다 열 살 어렸지만, 두 사람은 친구이자 스승으로 허물없이 어울렸다. 

백련사에서 내려오면 길은 가우도로 이어진다. 가우도는 최근 떠오르는 핫 플레이스다. 입구는 망호리와 저두리가 있는데, 후자가 동선이 좋다. 저두리 주차장에 내리면 길게 이어진 출렁다리가 보인다. 길이 438m, 폭 2.6m로 사람만 건널 수 있다. 철골구조라서 흔들리지 않지만, 바다 위를 걷는 기분에 마음이 출렁거린다.

섬에 도착하면 왼쪽 데크 길을 따른다. 섬의 왼쪽 옆구리를 돌면 영랑나루 쉼터, 강진 출신 김영랑 시인의 동상이 반긴다. 웃음을 머금은 얼굴이 매력적이다. 여기에서 돌아가도 되고, 내처 섬을 한 바퀴 돌아도 좋다. 섬 둘레는 2.4km다. 가우도에는 올 7월쯤 청자 조형 전망 탑과 집라인이 들어설 예정이다.


저두리 주차장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면 강진의 ‘땅끝’ 마량항에 닿는다. 마량항은 제주로 가는 배가 다니던 유서 깊은 포구다. 마량항에는 3월26일부터 마량놀토수산시장이 열린다. 토요 음악회, 마술 공연, 회 뜨기 쇼 등 흥겨운 행사가 펼쳐지고, 전복과 바지락, 갯벌 낙지, 참꼬막, 매생이, 반건조 생선 등 제철 수산물을 판매한다. 이곳 5대 먹거리로 선정된 오감행복회, 된장물회, 라면·전복·매생이가 어울린 삼합라면, 소고기·낙지비빔밥·해우국(김국)이 나오는 소낙비, 강진만 장어탕도 빼놓을 수 없다.

-------------------------- 여행 정보 --------------------------

당일 코스
맛 기행 코스: 강진 한정식→가우도→마량놀토수산시장
꽃 기행 코스: 주작산자연휴양림(진달래)→다산초당~백련사(동백꽃)
1박2일 코스
첫째 날: 강진 한정식→다산초당~백련사 걷기→주작산자연휴양림
둘째 날: 주작산 진달래 트레킹→가우도→마량놀토수산시장
관련 웹사이트
· 강진군청 문화관광 www.gangjin.go.kr/culture
· 주작산자연휴양림 www.jujaksan.com
문의 전화
· 강진군청 문화관광과 061-430-3114
· 주작산자연휴양림 061-430-3306
대중교통(버스)
서울-강진: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6회(07:30~17:40) 운행, 4시간 30분 소요.
*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강진버스터미널 061-432-9666
           이지티켓 www.hticket.co.kr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서천공주고속도로→서해안고속도로→남해고속도로 강진무위사 IC→강진 시내→백련사→다산초당→주작산자연휴양림→가우도→마량놀토수산시장
숙박
· 주작산자연휴양림: 신전면 주작산길, 061-430-3306, www.jujaksan.com
· 다산명가: 도암면 다산초당길, 061-434-5252
· 가우도한옥펜션: 도암면 월곶로 480, 010-9121-1422
식당
· 다강한정식: 한정식, 강진읍 오감길2, 061-433-3737
· 석천한정식: 한정식, 성전면 예향로 12-1, 061-432-5050
· 예향한정식: 한정식, 강진읍 보은로안길 32, 061-433-5777
주변 볼거리
한국민화뮤지엄, 고려청자박물관, 백운동 별서정원, 강진영랑생가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