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미스터피자 파문

2016.04.11 10:42:44 호수 0호

“회장 때문에 가게 망하게 생겼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최근 몇 해째 가맹점주에 대한 갑질 논란과 실적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스터피자가 정우현 회장의 폭행 파문까지 겹쳐 사면초가에 빠졌다. 몰릴대로 몰린 미스터피자의 위기상황을 <일요시사>가 되짚어 봤다.



지난 2일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이 서울 서대문구 한 대학 소유의 건물에서 경비원을 폭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정 회장은 새로 문을 연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가던 중 건물 문이 닫힌 것을 본 뒤 건물 경비원 황모(59)씨를 식당 안으로 불러 폭행했다.

경찰 조사에서 황씨는 “보통 오후 10시에 건물 문을 닫았는데 10시30분 쯤 식사를 마친 정 회장이 '문을 닫지 말라고 했는데 왜 문을 닫았냐'며 얼굴을 때렸다”고 진술했다. 황씨는 정 회장에게 “건물 안에 사람이 있는 줄 몰랐다. 죄송하다”고 말했지만 정 회장이 폭행을 가했다고 말했다.

사고는 오너가
사과는 회사가

황씨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악수를 청하는 척하면서 내 손을 잡더니 갑자기 주먹이 날라왔다”며 “멱살을 잡고 그 순간 턱 부위를 한 차례 또 가격했다”고 말했다. 황씨의 주장에 따르면 직원들에 의해 5∼10분정도 감금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황씨는 “회장님이 그 당시에 굉장히 성격이 과격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있으면 더 큰일이 벌어질까봐 그런건지, 그쪽으로 서너 명이 저를 안으로 밀어 넣었다”고 말했다.

그 당시 기분에 대해 “보통 불쾌한 것이 아니었다”라며 “왜 맞아야 하는지, 문 때문에 맞아야 하나?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말했다. 황씨는 정 회장의 형사처벌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 회장이 폭행 이후 올린 사과문은 진정성 시비가 일면서 논란을 증폭시켰다.


정 회장은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정 회장이 직접 나서는 모습이나 반성의 기미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지사장과 본부장은 황씨를 직접 찾아가 사과를 했지만 정 회장은 직접 나서지 않았다. 또한 사과문에는 누구에게 사과를 하는지 명확하지 않아 진정성에 대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폭행사건과 관련해 지난 5일 정 회장을 서울 서부지검에 고발한 김순환 서민민생대책위원회 사무처장은 “회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갑질을 한 이들에 대해 국민정서를 고려한 단호한 처벌을 바라는 마음으로 고발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미스터피자 홍보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정 회장의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며 “현재는 피해자분께 사과를 드리는 것과 경찰조사를 받는 것을 선결 건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MPK그룹은 피자전문점인 미스터피자와 커피&머핀 전문점인 마노핀을 운영하고 있는 코스닥 상장기업이다. 1990년 미스터피자 1호점을 오픈한 이후 2000년대 중반 지속적인 마케팅으로 글로벌 브랜드들을 제치고 국내 피자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발돋움 했다. 2009년 국내 피자업계 최초 코스닥에 상장해 20년 넘게 승승장구 해오던 기업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이어져온 갑질 횡포로 인해 미스터피자의 이미지는 곤두박질 친 모습이다.

정우현 회장 건물 경비원 폭행해 물의
무성의 다섯문장 사과문에 여론 ‘부글’

이 같은 폭행 논란에 휘말린 정 회장이 가맹점주들에게도 폭언을 했다는 새로운 주장이 나왔다.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 5일 “예전에 정 회장이 술에 취해 미스터피자의 최 모 가맹점주에게 ‘너는 내가 가만 두지 않겠다’ ‘넌 패륜아다’라고 폭언을 한 적이 있다”며 “이 가맹점주는 이후 심적으로 갈등을 하다가 결국 미스터피자 가맹점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정 회장은 2012년 11월20일 전국 가맹점에 발송한 공문에서 현행법상 적법한 식자재 카드결제를 요구하는 가맹점주에게 “금치산자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런 요구를 할 수 있겠냐”라며 비난했다. 이후에도 가맹점주들은 식자재 대금에 대한 카드결제를 끊임없이 요구해 지난해 8월31일 미스터피자 본사 측과 상생협약을 체결해 이를 합의했다.

하지만 미스터피자 본사는 현재까지 이를 이행하고 있지 않다. 미스터피자 관계자는 “전체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해당 부분만을 끄집어내 폭언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가 아닌 가맹점과 본사 사이에서는 카드결제 의무가 없다”며 “카드결제를 하면 추가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회장님이) 좀 과한 표현을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미스터피자 본사는 치즈를 두 곳에서 받아 경쟁사 대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가맹점에 공급하고 있다”며 “유통과정에 회장님의 동생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자서전 강매
수상한 치즈

지난 2012년에 출간한 정 회장의 자서전 강매 의혹도 일고 있다.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 6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MPK그룹 본사 앞에서 ‘정우현 회장 폭행 대신사과 및 갑질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기서 정 회장이 자서전을 강매해 베스트셀러에 선정됐다고 폭로했다.


정 회장은 가맹점으로부터 거둬들인 광고비로 <나는 꾼이다>라는 책을 제작해 수천 권을 구매해 고객에게 대여했다고 전해진다. 베스트셀러를 만들어야 한다며 가맹점주들에게 수백여 권씩 강매했다는 게 협의회의 주장이다. 이 책은 지난 2012년 2월 발간된 후 3주 연속 베스트셀러로 선정됐고, 만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미스터피자 관계자는 “강매하지 않았다”며 “당시 정 회장 책이 출간되자 일부 가맹점주들이 ‘회장님 책 나왔으니 사야겠다’며 책을 사갔다”고 말했다. 이어 “몇몇 가맹점주들이 책을 사니 다른 가맹점주들도 ‘나도 사야 되나’하는 부담감을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며 “그걸 강매라고 여겼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번 폭행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미스터피자는 ‘갑질’ 기업문화가 도마에 올랐었다. 지난달 15일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 200여명은 ‘상생협약을 준수하라’는 피켓을 들고 MPK그룹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날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특수관계인을 내세워 폭리를 챙기는 등 지난해 8월31일 체결한 상생협약을 지키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의회의 주장에 따르면 MPK그룹은 피자의 주요재료인 치즈 공급업체로 정 회장의 동생과 특수업체 등이 관여하고 있는 회사와 거래하고 있다. 이 때문에 10kg당 7만 원대에 공급받을 수 있는 치즈를 9만4000원에 공급받았다는 것이다. 가맹점주는 지난달 기존 POS업체와 재계약한 것도 문제 삼았다.

가맹점주들에 따르면 양측은 상생협약을 통해 “POS 계약 시 공개입찰로 진행하고, 본사와 가맹점주협의회의 공동명의로 입찰공고를 해 충분한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즉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와의 합의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가맹점주들에게 불리한 계약조건으로 POS계약을 체결해 그에 따른 비용을 가맹점주가 부담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에 MPK그룹은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MPK그룹 관계자는 “경쟁사와 비교해도 가장 싼 가격에 납품받고 있는데 대체 왜 불만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가맹점주들이 주장한 본사가 임의로 체결한 POS 재계약 건에 대해서는 “사전에 재계약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맞지만 재계약보다 더 좋은 조건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스터피자 본사는 치즈를 두 곳에서 받아 경쟁사 대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가맹점에 공급하고 있다”며 “유통과정에 회장님의 동생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광고비 갑질
법원서 패소

이번 폭행사건은 미스터피자의 주가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주가가 연일 내리막길을 달리면서 정 회장의 MPK 지분평가액이 지난 연말 대비 80억원 가량 줄어들었다.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MPK 주가는 전날 2.28% 하락한 2785원에 거래를 마감해 5거래일 연속 주가 하락세를 이어갔다.

MPK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MPK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224억2200만원으로 2013년 1745억, 2014년 1439억 대비 매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48억원의 영업손실과 3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수익성도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정 회장은 미스터피자의 국내사업 실적이 침체되자 중국시장에 집중했다. 적극적인 매장 확대로 미스터피자의 중국시장 매출은 지난 2013년 141억 원에서 2014년 242억 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정 회장이 중국사업에 집중하는 동안 국내에서 문제가 생겼다.

미스터피자의 갑질 논란은 지난 2014년 12월 가맹점주 138명이 “본사가 매출 4%를 별도의 광고비로 걷고 불투명하게 집행해 매출이 악화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공정거래조정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하면서 처음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갑질’ 가뜩이나 열 받아 있는데…
점주들 불매운동 조짐에 잔뜩 긴장

본 사 측이 광고 집행내역을 비공개하자 가맹점주 측은 공정위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당시 분쟁조정 중 가맹점협의회장 이씨가 관련 내용을 언론을 통해 알렸는데 이에 미스터피자 측은 이씨와의 가맹계약을 파기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미스터피자는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유포함으로써 가맹본부의 명성이나 신용을 훼손하면 계약해지사유가 된다’는 가맹계약의 조항을 들어 계약해지를 단행했지만, ‘독소조항’이라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미스터피자가맹점협의회는 “미스터피자가 광고비 집행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할인행사 비용도 가맹점에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미스터피자가 최근 3년 동안 광고 횟수가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당시 미스터피자의 한 가맹점주는 “2008∼2009년까지 장사가 잘 될 때는 광고 효과가 좋은 시간대에 꾸준히 광고를 내보내 효과가 좋았다”며 “세월호 사건 이후 소비가 줄어들면서 많은 가맹점들이 폐업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스터피자는 타사에 비해 광고를 너무 안했다”며 “미스터피자 매출이 30%나 하락했을 때 광고를 충실히 내보낸 도미노피자는 10%정도만 감소해 매출 타격이 덜했던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가맹점주들은 인지도 낮은 모델과 광고대행사를 쓰면서 광고비는 변동이 없는 것에 대해서도 분노했다.

당시 미스터피자 본사 관계자는 “신제품 출시에 맞춰 광고를 내보내도록 하고 있다”며 “가맹점주들은 ‘TV 공중파 광고를 더 하라’는 주장만 펼치고 있는데, 지금은 예전보다 광고 단가가 높아져 한정된 비용으로 과거만큼 광고 효과를 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본사 측이 광고 집행내역을 비공개하자 가맹점주 측은 공정위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당시 분쟁조정 중 가맹점협의회장 이씨가 관련 내용을 언론을 통해 알렸는데 이에 미스터피자 측은 이씨와의 가맹계약을 파기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미스터피자는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유포함으로써 가맹본부의 명성이나 신용을 훼손하면 계약해지사유가 된다’는 가맹계약의 조항을 들어 계약해지를 단행했지만, ‘독소조항’이라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미스터피자는 지난해 2월 가맹점협의회장 이씨가 본사의 ‘갑질 횡포’ 관련 내용을 언론에 배포한 것을 두고 “이씨가 허위사실 유포로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원에 이씨의 영업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가맹점의 불만이 대부분 사실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지난해 6월22일 소송을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본사가 가맹점에게 거둔 광고비가 어떻게 쓰였는지 검증할 자료가 없어 상당수 가맹점주가 불만을 품고 있다”며 “본사가 반복적 할인행사를 실시해 가맹점주의 비용분담을 늘린 점을 인정해야한다”고 밝혔다.

또 “할인행사 추진 여부를 일부 가맹점주와 논의했지만 다른 가맹점주들에게는 실시 사실만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즉 법원이 미스터피자의 갑질 횡포에 대해 가맹점주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미스터피자의 가맹점에 대한 횡포는 수치를 놓고 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무리한 광고비
“비교는 무리”

지난 2013년 국내 주요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정보공개서를 보면 미스터피자의 광고·판촉비 약 138억8700만원 가운데 가맹점에서 나온 비용이 130억900만원으로 93.7%에 달했다. 본사가 낸 비용은 6.3% 수준인 8억7800만 원에 불과했다.

이는 피자헛의 2013년 광고·판촉 비용 약 162억9100만원 가운데 본사가 71억3700만원, 가맹점이 91억5400만원(56.2%)을 분담한 것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도미노피자의 가맹점 광고비 분담 비중도 58.1%였다. 이에 미스터피자 홍보팀 관계자는 “단순하게 경쟁사와 비교하는 것은 말인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경쟁사와 우리의 직영점, 가맹점 비율이 워낙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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