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흙과 대화하는 조각가 최인수

2016.04.05 17:51:36 호수 0호

“작품은 꾸미지 않을 때 아름답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조각가 최인수의 ‘시간의 얼굴들(Faces of Time)’전이 지난 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안국동 아트링크에서 열린다. 이번 개인전에선 조각가 최인수의 40여년간의 성과 중 일부가 선별돼 전시될 예정이다.



최인수는 조각가로서 각별히 인간의 정서적 생존에 관해 사유해 왔다. 그는 “전논리, 전의식, 전이지의 상태에서 삶은 춤추고 생생해진다”고 밝혔다. 이렇게 원천의 감성적 시각을 소중히 여기며 작업하는 데 그 결과들은 대체로 단순하며 질박한 모습을 띤다.

질박한 모습

작가 스스로 “피상적인 아름다움의 소거, 지나치게 자극적인 표현의 포기 등에 의해 드러나는 비결정의 미학을 꿈꾼다”고 밝힌 것처럼 소박하고 작고 꾸밈이 없어 더 눈길이 간다.

미술사가인 김정락 방송통신대 교수는 “최인수의 작품에서 사소하고 비본질적으로 보이던 것들이 측량하기 어려운 깊이와 무게를 지닌 것으로 전환되고 존재하지 않았던 전혀 다른 실재에 이르고 있다”고 평한 바 있다.
 

김 교수는 또 “최인수는 자연의 흐름과 몸의 형편에 따라 놀이처럼 어떤 경계에 매이지 않고 자발적이고 유연하게 일한다. 그래서 쓸모가 고려되지 않는 ‘처음의 시간’이 창출되고 정서적 생존에 의미 있는 화두가 된다”고 덧붙였다.


인간 정서적 생존에 관해 사유
감성적 시각 소중히 여겨 작업

최인수의 작업은 파악할 수 없는 것과 구체적으로 구현된 것 사이에 존재하는 ‘불확정성’의 지대에 존재한다. 최인수의 조각은 ‘흙’에 대한 작가의 의식, 지각, 노동을 부여하는 작업이다. 본원적으로 흙과 작가의 대화라고 부를 수 있는 과정이다. 흙은 스스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것이며 흙을 다루는 사람의 상상력은 그 대상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점토 덩어리를 굴려 일정한 모양을 만든 다음, 석고나 주물로 형태를 떠낸 것들이다. 이 과정에서 굴리는 점토의 덩어리는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굴러다닌 공간을 배태하고 있으며 기억하며 그 시간들을 증언하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 그 과정에서 엉뚱하게 공간이 증식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작가는 “조각은 숨 쉬기다”라고 말하며 점토를 굴리는 노동 행위를 강조했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그의 조각은 거꾸로 숨을 쉬기 시작한다. 그의 조각 작품은 오랜 시간에 걸쳐 변화돼가는 작품의 외면과 그 표면에 가볍게 남아 있는 작가의 손자국을 통해 숨을 쉰다.

이렇게 만들어진 그의 조각은 다분히 관람자의 적극적인 능동성을 요구한다. 관람자의 상상력이 참여돼야 그의 조각과 미적인 교감이 이뤄질 수 있다.  

“조각은 숨 쉬기”

아트링크 측은 “시류나 시사적인 작품들에서 보이는 과잉이나 스펙터클과는 다르게 절제와 조용함 속에서 인간내면과 알 수 없는 영역을 짚어보게 하는 최인수의 작업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shin@ilyosisa.co.kr>

 

[최인수 작가는?]

1946년생.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및 대학원에서 조소 전공. 독일 칼루스헤 국립미술학교에서 연구했다.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로 있다. 토탈미술대상(1992)과 김세중 조각상(2012)을 수상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올림픽조각공원, 사할린 망향의 언덕, 토탈미술관, 코엑스, 용산가족공원, 대전정부청사, 청풍호반, 포항문화회관, 일산조각공원, 분당 KT, 모란미술관, 서울대미술관, 부천현대백화점, 용산구청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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