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처럼 사라지는 담배조합비의 비밀

2016.04.05 10:45:46 호수 0호

수상한 밀약, 그리고 감쪽같이 증발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담배조합비는 담배소상공인들이 담배조합에 매월 납부하는 돈이다. 담배소매업주들과 프랜차이즈 편의점 가맹 점주들 중 담배조합에 매월 돈이 납부되는지 모른 채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편의점 본사와 담배조합과의 이해할 수 없는 계약이 이 같은 현상을 야기했다. 뿐만 아니라 담배조합이 담배조합비를 공개하지 않아 담배소매업주들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



한국담배판매인회 중앙회(이하 담배조합)는 1965년에 설립돼 전국 161개의 단위조합과 이를 관장하는 중앙회로 구성돼 있다. 담배조합은 “정부가 지정한 담배소매인들의 권익보호와 복지증진을 위해 활동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담배조합이 매달 걷어가는 담배조합비는 권익보호와 복지증진과는 거리가 멀고 담배조합의 배만 불려가고 있다. 때문에 담배권을 가진 소매상인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명 프랜차이즈 편의점들이 담배조합과 계약을 맺고 가맹점 주들의 담배조합비를 대신 걷어주고 있는 정황도 포착됐다.

“모르고 낸다”

우리나라는 담배판매점 간 50m 이내에 담배권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담배권 승인은 시·군구의 사무로 실제적으로 50m를 측정하는 업무는 시·군구와 담배조합이 하고 있다. 시·군구와 담배조합이 계약을 맺어 대신 용역을 제공하는 구조다. 문제는 담배조합이 시·군구와 계약을 체결해 용역을 제공하면서 유명 프랜차이즈 편의점들과 담배조합비 징수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점이다.

A편의점 가맹점주는 “저희 브랜드 같은 경우는 계약서 자체에 담배조합비를 걷겠다고 되어 있다”며 “점주분들이 계약서 자체를 잘 확인을 안 해서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담배조합비는 담배 판매수에 따라 매장별로 다르기 때문에 적게는 2000원부터 5000원까지 다양하다. 액수가 크지 않고 정산서상에 담배조합비 항목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업주 입장에서 담배조합비가 걷어지고 있는지 자체를 확인하기가 힘들다.


담배조합 관계자는 “담배조합과 A편의점 본사와의 담배조합비 관련한 계약건이 있다”고 말했다. A편의점은 3년 전에 담배조합비와 관련해 본인이 직접 낼 것인지 아니면 본사에서 걷어줄 것인지를 조사한 적이 있다.

A편의점 가맹점주는 “3년 전 일부 점주님들 중 본인이 직접 내겠다고 사인하신 분들은 별도로 내고 있는 것이 없고 사인을 안 한 분들은 정산서에서 계속 빠져나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이후 새롭게 출점한 가맹점주의 경우 담배조합비 자체를 모르고 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담배조합과 계약을 체결한 곳은 비단 A편의점뿐만이 아니다. 담배조합과 담배조합비 관련해 계약을 맺고 있냐는 질문에 B편의점 본사는 “저희도 담배조합과 계약을 맺고 있다”며 “가맹점주가 개별 납부하겠다고 요청하시면 그렇게 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계약을 맺는 이유에 대해서는 “그것은 말씀드리기가 곤란하다”고 말했다. 개별 납부를 한다고 해놓고 담배조합비를 내지 않는다고 해서 담배권을 빼앗기거나 재제를 받지 않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울며 겨자 먹기로 매월 돈을 내고 있는 소매업주도 많은 상황이다.

담배조합은 가맹점주에게 매달 담배조합비만 받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 담배조합에 가입할 때 가입비 명목의 돈을 받는다. 담배조합 관계자는 “담배조합에 가입할 때 시의 경우 10만원 군·구의 경우 8만원을 받는다”며 “담배조합에 가입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담배조합에 가입할 때의 절차에 대해 묻자 담배조합은 “담배 판매 업주에게 찾아가 조합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드리면 그분들이 회원가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담배조합에 가입하지 않으면 담배를 팔지 못하냐는 질문에는 “가입을 안 한다고 해서 담배를 못 파는 것은 아니다”라며 “담배조합에 가입해야만 담배 취득권을 얻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담배조합 관계자의 말처럼 담배조합에 가입하고 매달 담배를 납부토록 권유하는 주체는 담배조합이 되는 것이 정상적이다.

담배조합-편의점본사 계약…점주는 몰라
매달 빠져나가는 돈 ‘대체 어디 쓰이나’

하지만 유명 프랜차이즈 편의점이 직접 나서서 담배조합비를 걷어주는 행태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모습이다. A편의점주는 “담배권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하루 매출이 100만원 넘게 차이가 나기도 한다”며 “본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담배조합에서 사람이 나와 조합비를 걷으러 다니면 가맹점주들의 거부감이 높다”며 “기존 방식의 단계를 없애고 본사에서 걷어 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담배조합에서 직접 나서서 담배조합에 가입을 권유하고 매월 담배 조합비를 받아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편의점 본사에서 대신 받아주기 때문에 담배조합은 가만히 앉아서 수익을 얻는 구조다.


전국에는 약 13만개의 담배판매 점포가 있다. 이 중 조합의 가입자는 62% 수준으로 알려진다. 담배조합은 담배조합비로 최소한의 인건비, 조합원 환원 사업비, 기관운영비, 징수비, 세금 및 공과금·적립금으로 쓰인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명목으로 돈을 사용하고 있다는 목록만 있을 뿐 관련 집행내역은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담배조합 관계자는 “공개되는 것은 없다”며 “일일이 공개할 수는 없다. 만약에 판매인께서 궁금하셔서 관할하는 조합에 가서 보자고 하면 조합에서는 보여드린다”고 말했다.

시·군구와 위탁계약을 맺을 때 별도의 수수료가 있냐는 질문에 서울시 한 구청의 관계자는 “시·군구와 협약에서 별도의 수수료는 없다”고 말했다. 담배조합과 프랜차이즈 편의점 본사와의 계약 건에 대해서 “그 말은 처음 들어 보는 소리”라며 “편의점 본사 측에서 조합비를 걷어서 준다면 서로 합의하에 편의를 봐주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청은 담배권 측정을 할 때 개인이나 편의점이라고 해서 차별적 혜택을 주는 것은 없다”며 “담배조합에 저희가 보낸 민원 처리 순서대로 하도록 지시한다”고 말했다. 담배조합에 가입된 회원은 대략 7만여개의 소매점으로 파악된다. 만약 매달 2000원씩만 담배조합비를 걷는다고 가정하면 매월 1억원을 웃도는 액수다.
 

이에 A편의점주는 “각 소매점한테 걷는 돈을 다 합치면 전 국민한테 100원씩 걷는 것과 다를바가 없다”며 “담배조합이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쓰고 있는지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조합비가 무분별하게 쓰여진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라며 “민원이 발생하거나 영세사업자들이 피해를 보면 발 벗고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야금야금 나가는 돈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엄청난 돈이긴 하다”고 말했다.

담배회사 직원이…

A편의점 업주는 “담배회사 임직원이 퇴직하면 담배조합으로 간다고 들었다”며 “업주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담배조합 관계자는 “그런 것까지 알 필요가 있냐”며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는 것인데 오면 어떻게 할 거냐”고 말했다. 이어 “제가 아랫사람이라 이 부분에 대해서 정확하게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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