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총선 후 사퇴를 선언했다. 내세운 이유는 일련의 ‘공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것. 그러나 친박계는 그가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 이른 사퇴를 결정했다고 본다. 대선 전 ‘18개월’이 그 증거라는 주장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임기는 7월13일까지다. 4·13총선이 끝나도 전당대회가 있기까지의 3개월은 김 대표에게 보장된 시간이다. 그러나 그는 총선 후 사퇴를 선언했다. 정확한 시점을 지정하진 않았지만, 직후 사퇴를 암시했다. 유승민 의원을 포함해 일련의 탈당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것. ‘책임 사퇴론’은 곧바로 여권을 강타했다. 당대표가 된 후 본인의 입으로 ‘사퇴’를 꺼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무대 속내는?
‘관훈클럽’에 참석한 김 대표는 ‘어떤 방식으로 공천파동에 대해 책임을 지겠냐’는 질문에 “정신적 분당 사태라는 표현까지 나온 데 대해 당대표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선거의 승패와 관계없이 총선이 끝나면 마무리를 잘하고 사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총선을 앞두고 현역 11명이 당을 떠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는 전적으로 계파갈등에 의해 벌어진 일. 결국 당대표로서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다. 결정적으로 ‘옥새 파동’에 대한 당내 지적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 대표는 최근 대구시당을 방문했을 때 이재만 전 대구 동을 후보의 지지자들로부터 “김무성 물러가라” “이재만을 살려내라” 등의 항의를 받았다. 앞서 조원진 대구선대위원장은 옥새 파동에 대해 “이번 공천 과정에서 대구의 자존심을 짓밟아 버린 사람이 있다”며 김 대표를 평가 절하했다.
김 대표는 후폭풍을 예상했었다. 그는 투쟁을 위해 부산으로 내려갔을 때 기자들 앞에서 “(내가 모든 걸) 책임진다”고 말했다. 이에 비박계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본인이 한 말을 지키기 위해 ‘사퇴’를 먼저 꺼낸 것이라 해석하고 있다.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류성걸 후보는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사퇴 발언’에 대해 “상향식 공천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 데 대한 판단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친박계의 생각은 다르다. 차기 대권을 위해 미리 사퇴 카드를 던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 대표가 이미 늦어도 6월쯤 당대표직을 그만두려고 계획했었기 때문에 책임 사퇴론은 ‘생색내기’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생색내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당헌·당규를 그 이유로 내세운다. 당헌 제93조 ‘후보자의 자격’의 ②를 보면 ‘대통령후보 경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자는 상임고문을 제외한 모든 선출직 당직으로부터 대통령선거일 1년6개월 전에 사퇴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다. 차기 대선은 2017년 12월19일로 예정돼 있기 때문에 늦어도 2016년 6월19일 자정까지는 사퇴를 해야 김 대표는 당내 경선에 나설 수 있다.
총선 직후 사퇴 언급 “공천 책임”
이미 계획된 일?…다음 행보 주목
김 대표는 반박한다. 사퇴에 대해 처음 얘기를 꺼냈을 때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서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내 입으로 대권 이야기를 한 번이라도 한 적이 있나. 선거 끝날 때까지는 일절 그런 말을 안 해주시길 (바란다)”이라고 전했다.
본격적인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달 31일 국립현충원을 찾은 김 대표는 ‘대권을 위해 사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친박계의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퇴) 이유는 두 가지”라며 “정치혁신과 개혁을 위해 국민공천을 실시하겠다고 국민들께 수백 번 약속했는데 87%만 지키게 된 것에 대해 책임져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어떤 이유로든 총선을 앞두고 당이 분열된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조직의 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공천 파동이 있을 때 책임질까 하다가 무책임한 처사라고 생각해 이번 총선을 다 치르고 책임지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친박계는 옥새 파동이 있기 전 김 대표가 이한구 공관위원장에게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은 이유도 결국 사퇴를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 위원장에게 공천과 관련된 모든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결국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5∼6월 조기 전대로 갈 것이란 게 당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당헌 제113조 ‘비상대책위원회’의 ①을 보면, ‘대표가 궐위(어떤 직위나 관직 따위가 공석이 됨을 뜻함)되거나 최고위원회의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 안정적인 당 운영과 비상상황의 해소를 위하여 비대위를 둘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이 비대위는 당 지도부가 꾸려지면 자동 해체된다.
전대 전 임시로 당대표 직을 수행할 인물은 누가될지가 다음 관심사로 떠올랐다. 당헌 제27조 ‘대표최고위원의 선출’의 ③에는 당대표의 잔여임기가 1년 미만인 경우 ‘최고위원선거 득표순으로 그 직을 승계한다’고 적혀 있다. 즉, 지난 전대에서 김 대표 다음으로 표를 많이 받은 서청원·김태호·이인제 순서로 대표권한이 돌아갈 수 있다.
원유철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을 할 가능성도 있다. 당헌 제30조 ‘권한대행’을 보면 ‘당대표가 사고·해외출장 등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에 원내대표, 최고위원 중 최고위원 선거 득표순으로 그 직무를 대행 한다’고 나와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그때 가서 당헌·당규대로 처리하면 될 일”이라는 입장이다.
반기문 변수
변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 여부다. 대권과 당권을 구분하는 새누리당의 기조에 따라 김 대표는 1년6개월 전에 당직을 내려놔야 하지만, 반 총장은 그럴 필요가 없다. 관훈클럽에서 김 대표는 반 총장에 대해 “(대선) 생각이 있으시다면 자기 정체성에 맞는 정당을 골라 당당히 선언하고 활동하길 바라고, 우리 당은 환영한다”며 “그러나 민주적 절차에 의해 도전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발언에 대해 반 총장을 경쟁자로 보기 시작한 증거로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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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반기문 후임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후임은 유엔 역사상 처음으로 공개 유세를 통해 선출될 것이라고 영국의 <가디언>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내용에 따르면, 공개적으로 도전 의사를 밝힌 7명에 추가 지원자까지 해서 오는 12~14일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을 오가며 연설을 하게 된다. 과정은 언론과 대중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유엔 70년 역사상 처음 시도되는 일이다. 통상 유엔 사무총장은 안보리 열강에 의해 밀실에서 결정돼 총회에서 승인받았다. 반 총장의 임기는 올해 12월까지다.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