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금복주 사태 전말

2016.03.21 10:19:59 호수 0호

회장님도 따님이 있으면서…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참소주’로 유명한 주류업체 ‘금복주’가 결혼예정 여직원의 퇴사 강요논란으로 떠들썩하다. 정부가 육아휴직을 장려하고 여성의 고용 평등을 국가 역점사업에 두고 있는 시점에 이에 역행하는 ‘금복주’의 행태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 1월 금복주의 홍보팀 디자이너로 일하던 A씨가 ‘결혼을 이유로 회시가 퇴사를 종용한다’는 이유로 대구지방노동청에 김동구 금복주 회장, 박홍구 금복주 대표를 고소했다.

차별적 기업문화

금복주는 대구·경북지역의 향토기업으로 매년 13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이다. 특히 대구·경북지역에서 소주 판매 점유율이 80%를 넘길 정도로 입지가 탄탄하다. 금복주는 대표브랜드 ‘참소주’에 당대 톱 여성연예인 한예슬, 박한별, 이다해, 강소라 등을 광고모델로 기용해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번에 ‘퇴직 강요’ 논란이 일면서 금복주가 수십 년간 이어온 명성에 타격이 갈 전망이다.

2011년 홍보팀 디자이너로 입사한 A씨는 지난해 4월 회사에서 상을 수여하고 6월에 주임으로 승진하면서 퇴사는 꿈도 꾸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두 달 뒤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알리자 곧 회사로부터 ‘퇴사 압박’이 시작됐다. A씨가 퇴사를 거부하자 당시 부사장은 “우리 회사에는 결혼하고 근무한 선례가 아직 없다”며 “조직과 개인과의 싸움에 결코 개인은 조직을 능가할 수 없다”고 말해 A씨를 압박했다.


해당 부서의 기획팀장은 “너가 일 못해서 나가는 게 아니잖아”라며 “결혼하고 난 뒤에 다니는 여직원이 없었다는 얘기잖아”라고 말해 A씨를 회유했다. 계속되는 퇴사종용에도 A씨가 반발하자 회사는 A씨를 지난해 12월24일 대구판촉2팀으로 전보 인사 발령했다.

뿐만 아니라 기획팀장은 A씨에게 “여직원이 다녀서 인건비 생각은 안 해봤냐”며 “육아휴직이고 뭐고 결혼해서 애만 하나 낳는 순간에 유축기 들고 들어가서 짜고 앉아 있다”고 모욕적인 발언도 했다. 회사 관례를 들어 A씨를 회유하기도 했다. 회사는 A씨를 결혼 직전 판촉팀으로 발령을 냈지만, 결혼 후에는 갑자기 원부서로 복귀시키기도 했다.

기획팀장은 “여태까지 창사 이래 50년 넘도록 결혼한 여사원 생산직 외에는 내근직이 계속 다닌 적은 없는데 회사가 용납하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에 A씨가 반발하자 회사는 A씨를 업무에서 배제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밥도 같이 먹지 말고, 대화도 나누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금복주의 인사제도 중 승진연한 및 승급시기를 살펴보면 사원 3년, 주임 3년, 대리3년, 과장 3년, 차장 3년의 절차를 두고 있다.

이번에 A씨가 창사 이래 주임으로 승진한 유일한 여직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복주가 회사내부에서 얼마나 여성을 차별적으로 대했는지 알 수 있다. 결혼을 이유로 금복주에서 퇴직을 강요당한 직원은 비단 A씨뿐만이 아니였다. 금복주 퇴사 여직원은 “굳이 말해 놓은 것은 아닌데 결혼하면 다 사직서를 내고 나가야 된다”고 말했다.

“결혼하면 나가” 여직원 퇴사 강요
뒤늦은 사과…갑질 비난 더 거세져

금복주는 창사 이래 58년 동안 여성 직원이 승진한 경우는 A씨 주임이 유일하고 지난 5년간 7명의 금복주 여직원이 결혼과 관련된 문제로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같은 일련의 상황에 대해 금복주 관계자는 15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대구서부고용지청에서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며 “계속 다니라고 열심히 이야기했지만 언론플레이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우리가 나가라고 한 적도 없고 본인이 사직서를 던지고 나갔다”고 말했다.
 

공식적인 발표에 대해서는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금복주는 모델 마케팅을 잘하는 곳으로 유명하고, ‘참소주’를 알리는 데 여성 모델들이 큰 역할을 했다”면서 “이처럼 대외적으로는 여성 모델을 활용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하면서, 내부적으론 심각한 여성 차별 정책을 펼치는 이중적인 경영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금복주’에 대해 지역여성단체는 단단히 뿔이 나있는 상태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지난 16일 금복주 본사 앞에서 결혼 퇴직을 강요한 사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여성단체 측은 “금복주가 구시대적인 결혼 퇴직제를 관례적으로 강요해 왔다”며 “이는 금복주의 성차별적인 기업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60여년 동안 금복주에서 결혼한 여직원이 근무한 선례가 없었다”며 “현재 금복주에 근무하는 여직원 10명 중 대부분이 미혼 여성”이라고 비판했다.

여성단체는 여직원에 대한 공식 사과와 함께 부당해고에 대한 법적 책임을 요구했다. 16일 규탄 기자회견이 끝난 뒤 금복주 박홍구 대표이사는 여상단체와의 면담에서 “관련 언론보도 등과 관련해 대구경북여성단체 회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퇴직강요 논란에 대해서는 “관계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며 “결과를 겸허히 수용해 바람직한 노무관리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여성 근로자의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등 모범적인 성 평등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박홍구 대표이사의 발언에 여성단체 측은 “해당 여직원에 대한 사과는 빠져 있고 여직원 근무여건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도 언급되지 않았다. 이는 형식적인 면피용 사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구시대적 퇴직제

이번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대구서부고용지청 근로개선지도2과는 “피고소인과 피해자를 조사중에 있다”며 “관계자들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씨의 복직가능성에 대해서는 “그 분은 사직서를 낸 것”이라며 “부당해고라면 복직이 될 것이지만 개인 사직은 저희가 판단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성단체는 “노동청 역시 수십 년간 금복주 업체가 자행한 성차별을 인지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성단체 측은 대구서부고용지청을 항의 방문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금복주 ‘수돗물 소주’ 논란

금복주는 지난 2010년 허위광고로 소비자를 속인 점이 밝혀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금복주가 소주제조에 쓰인 물의 정보를 허위 표시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2009년 3월부터 금복주가 자사제품 참소주팩과 200㎖페트 제품 겉면에 ‘100% 천연 암반수’라고 표기해 거짓 정보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암반수에 수돗물을 혼합했음에도 ‘100% 천연 암반수’라고 표기했다는 것.

금복주는 10년 넘게 162m 지하 천연암반수로 소주를 만들어 왔으나 지난 2009년 2월부터 암반수 반입을 줄이고 수돗물과 섞어 소주를 만들어왔다. 특히 4월부터는 암반수 공급을 전면 중단하고 수돗물만 사용해 소주를 제조해 시판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금복주 대표는 최근 수돗물 참소주 논란에 대해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고객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정중히 사과 드린다”며 “앞으로 천연암반수(대림생수) 재사용과 함께 적극적인 지하수 개발로 더 좋은 품질의 소주를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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