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덮친 ‘광고 상납’ 파문

2016.03.14 11:03:00 호수 0호

기업 홍보비 돌려준 광고계 큰 손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광고홍보업체 J사가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KT&G 직원에게 일부 전달한 사실이 드러났다. KT&G와 광고대행사 간 비리가 수면위로 떠오른 가운데 앞으로 검찰의 수사가 재계 전체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회사 자금을 빼돌려 3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외국계 광고대행사 J사 김모 대표와 전 대표 박모씨 등 3명을 구속했다. 이밖에 국내 광고대행사 A사 대표 권 모씨를 같은 혐의로 구속했고 J사에서 1억원대의 금품 향응을 제공받은 KT&G 브랜드실 팀장 김모씨도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사실의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전날 5명의 구속영장을 모두 발부했다.

위장계열사 동원

J사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기업으로 대형 광고주를 보유해 국내 광고업계 큰손으로 불린다. 구속된 김모 대표는 1994년 광고업계로 뛰어들어 2004년 J사에 입사했다. 2013년 J사 코리아 메니징 디렉터로 선임된 김 대표는 이번에 함께 구속된 박 전 대표의 후임으로 J사 코리아를 이끌었다.

J사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김 대표는 한국인삼공사, KT&G, 신한은행, 신한증권과 같은 대형 광고주를 주로 관리해왔다. 검찰은 KT&G와 KGC인삼공사 및 대형 광고주가 J사에 지불한 총 100억원대의 광고홍보비 가운데 30억원 가량이 수차례 위장 계열사로 입금된 뒤 대부분 현금으로 인출된 사실을 확인해 혐의 입증에 가속도를 붙였다.

이번 KT&G 파문이 일면서 다른 광고주들도 검찰의 불똥이 튈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검찰은 30억원과 관련해 거래를 알선한 수수료 명목의 돈을 실질적으로 A사 권모 대표가 KT&G 고위 관계자에게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J사 전 대표 등에게서 확보했다.


김 대표는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해외 자동차 회사인 F사를 속이고 광고비를 부풀려 청구해 10여억원을 타낸 사기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뒷돈을 받고 이런 사실을 눈감아준 정황을 포착하기 위해 F사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업체 선정과정에서 J사의 갑질이 드러나기도 했다. 김 대표와 광고홍보업체 L사의 A대표는 온라인 미디어렙 업체로 선정되는 데 힘써 주는 대가로 광고용역 하청업체로부터 수억 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6일 광고기획사가 KT&G와 계약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잡고 관련 업체를 압수수색 했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이 된 곳은 광고기획사 J사를 비롯해 10여 곳으로 알려진다. J사와 KT&G의 관계는 2011년부터 J사가 KT&G의 포괄적 개념의 마케팅 용역사업을 따내면서 시작된다. KT&G는 통합 광고솔루션부터 기획안 개발, 미디어 홍보, 소매 제품 디자인 등을 포함한 수십억 원에 달하는 계약을 J사와 체결했고 100억원에 달하는 광고비가 오고갔다.

비자금 조성해 의뢰사 직원에 전달
다른 대형광고주로 불똥 튈라 촉각

일각에서는 이번 검찰의 칼끝이 KT&G를 향하고 있다는 평가다. 검찰은 지난해 7월부터 5개월간 KT&G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민영진 전 KT&G사장과 전·현직 임직원과 협력업체 대표 등 18명을 재판에 넘겼다. 민 전 사장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협력업체와 회사 내부 관계자, 해외 담배 유통상 등으로부터 총 1억7900여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1월 구속 기소됐다.

민 전 사장의 변호인은 지난달 25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인사청탁이나 사장 취임 축하금 명목으로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뇌물을 공여했다는 부분도 역시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계를 받은 것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민 전 사장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부끄럽게 살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해왔다”며 “너무나 억울한 심경”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민 전 사장을 기소하면서 약 5개월간 진행된 KT&G 비리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 했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검찰이 지난달 16일 KT&G와 관련된 광고기획사를 압수수색하면서 다시 KT&G 관련 비리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당시 검찰이 KT&G 본사 소속 마케팅 브랜드실 김모 팀장의 사무실을 수색하고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김 팀장이 소환되면서 J사와 2011년부터 거래를 할 당시 현 KT&G 백복인 사장이 마케팅 부서 총괄 책임자인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직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백 사장의 연루설부터 시작해 최측근설까지 불거졌다.

백 사장은 지난해 9월 부사장시절 KT&G의 남대문 부지 개발사업 용업 업체에 과도한 용역비를 지급했는지 여부에 대해 검찰에 조사를 받았다. 또 검찰은 백 사장이 2013년 5월 경찰청의 KT&G 비리 수사 당시 핵심 증인이었던 B용역업체 강모 사장을 해외로 도피시킨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했다.
 

아울러 2010년 KT&G가 청주시에 연초 제조창 부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리 사건에 백 사장이 연루돼 있는지 확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KT&G 관계자는 “백 사장은 청주 부지 매각에 전혀 관여한 바 없고 범인도피 혐의도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안”이라며 “사장 후보 선임 과정에서 자질과 도덕성을 충분히 검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백 사장은 지난해 10월 취임해 국민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3대 경영비전을 제시 했다. 지난달에는 윤리 경영 및 사회공헌 확대와 해외사업 강화에 중점을 둔 조직개편을 단행해 분위기 쇄신에 나서는 광폭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반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각종 의혹으로 KT&G 직원들의 비리의혹이 불거지면서 어려움을 맞이한 상황이다. 검찰은 백 사장에 대한 혐의 입증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 전 사장 구속기소 당시 백 사장도 비리 의혹에 휘말렸지만 검찰이 관련 단서를 잡지 못하면서 소환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백 사장에 대한 소환여부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는 입장을 밝혔다. KT&G는 이번 사태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KT&G 관계자는 “이번에 불거진 의혹은 백복인 사장과 전혀 연관이 없다”며 “마케팅본부 브랜드실에 있던 김모씨가 광고대행사와의 계약 체결 시 백 사장은 같은 브랜드실이 아닌 마케팅 본부 내 마케팅실에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대기업으로 확대?

검찰은 일단 J사에서 벌어진 횡령 액수와 비자금 파악에 주력하고 있지만 이들 업체에 대한 금품 상납 가능성에 대한 수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J사에 과거 대기업 오너2세 4명이 지분을 투자한 점. 그리고 지분 처분 이후 최근까지 일부 오너 2세가 이 회사 임원으로 이름이 올라 있던 점을 이유로 다른 대기업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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