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선 산악인

2010.10.19 09:15:00 호수 0호

“나는 목숨 걸고 정상에 올랐다”


산악인 오은선(44)은 ‘세계 여성 최초 히말라야 14좌 완등’이라는 새 역사를 쓴 인물이다. 하지만 지난해 5월, 10번째로 오른 칸첸중가(8586m) 등정에 대한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여기에 TV 프로그램까지 이 의혹을 다루면서 오씨의 ‘14좌 완등’은 더욱 의심받는 상황이 됐다.

그동안 ‘칸첸중가 등정 의혹’에 대해 말을 아꼈던 오씨가 최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허심탄회하게 입장을 밝혔다.

‘칸첸중가 미스터리’는 오씨가 분실했다고 말했던 모교(수원대) 깃발이 정상보다 훨씬 아래쪽에 돌로 눌려진 채 바위 위에 펼쳐져 있었다는 것과 오씨의 사진에 정상이라고 볼 만한 지형이 없다는 것, 정상에 너무 빨리 도착했다는 것 등이 핵심이다.

이와 관련 오씨는 “나는 목숨을 걸고 정상에 올랐고, 최악의 상황에서 살아 돌아오는 데 집중했다. 그게 내가 아는 ‘진실’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눈으로만 덮여 있는 다른 정상 사진과 달리 오씨의 칸첸중가 정상 사진 배경에 바위가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산악인으로서 회의 느끼지만 산 떠날 수 없어
12일 후 발견된 깃발 흠집도 없고 너무 멀쩡

오씨는 “그곳에 가기 전에는 나도 눈 덮인 정상 사진만을 봤다. 그런데 정상 5m 정도부터 아래쪽으로 바위가 노출돼 있었고, 일부러 배경에 바위가 나오도록 자리를 잡았다”면서 “내가 거기까지 가지 않았으면 바위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겠나. 의식적으로 숨기려 했다면 바위가 없는 곳에서 찍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사진을 찍는 셰르파에게 바위 배경과 몸의 전신이 다 나오게 찍으라고 ‘풀샷, ‘풀샷’이라고 외쳤다. 내 양심은 그 ‘풀샷’에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오씨는 깃발에 대한 의혹에 관해 “내가 더 의혹을 제기하고 싶은 부분”이라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곳 바람은 상상을 초월한다. 텐트도 바람에 찢어져 날아가는 곳에 돌멩이 네 개로 눌러놓은 깃발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12일은커녕 12분도 못 버틴다”면서 “깃발은 흠집도 없고 색깔이 너무 선명하다. 바람이 아니라 햇빛에 노출된 것만으로도 색이 변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씨는 이번 일을 격으면서 깊은 회의와 슬픔을 느꼈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너무 충격이 커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마지막으로 그는 “그래도 내가 산을 떠날 수는 없다. 하지만 산악계는 떠나고 싶은 마음이다. 지금은 담담하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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