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시즌 눈치보는 대기업 속사정

2016.03.07 11:12:25 호수 0호

살 떨리는 주총장 ‘예전 같지 않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지난달 17일 넥센타이어를 시작으로 상장사 정기 주주총회가 막을 올렸다. 배당금 증액 등 주주친화 정책이 현안으로 부각된 만큼 주가부양을 위한 액면분할이나 자사주 매입 등이 안건으로 상정될 전망이다. 기존 경영진에 대한 재선임 안건이 어떻게 결정될지 지켜보는 일도 나름의 관전 포인트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3월에 주주총회 일정을 공시한 상장사는 모두 826곳. 이 가운데 77.96%에 해당하는 644곳이 11일, 18일, 25일에 주총을 실시한다. 모두 금요일이다. 특히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367곳은 오는 25일 주총을 열겠다고 신고했다. ‘주총데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매주 금요일
슈퍼주총 예고

날짜별로 살펴보면 11일에는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주총이 몰려있다.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들과 포스코의 주총도 이날 열린다. 18일에는 SK그룹 계열사와 LG그룹 계열사들이 일제히 주총을 실시한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도 이날 주총을 실시한다.

25일에는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주총을 갖는다. 이밖에 KB금융, 대림산업, 대한전선, 엔씨소프트, 팬오션, 현대홈쇼핑, NHN엔터테인먼트, LS, 코오롱, 웅진에너지, E1, 남양유업 등의 주총이 예정돼 있다.
주총의 최대 화두는 배당 확대로 귀결된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주주들의 요구대로 배당을 늘리는 것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주당 1000원이던 배당액을 2500원으로 크게 늘렸다. 2014년 3509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1조6111억원으로 359%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라홀딩스는 배당액을 500원에서 1200원으로 늘렸고 S&T중공업도 배당금을 전년도 100원에서 200원으로 2배 증액했다고 공시했다. 이외에 SK하이닉스, 삼성정밀화학, 동아타이어, LG유플러스, 등도 배당액을 60% 이상 늘렸다.


분기배당을 고려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연 1회 중간배당이 가능하도록 규정된 정관을 변경해 매 분기배당이 가능하도록 한 안건을 11일 주총에 상정한다. 포스코와 한온시스템도 분기배당을 도입한다고 공시했다.

더욱이 ‘증권가 큰손’ 국민연금은 배당성향이 낮은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중점 관리하기로 하면서 기업들은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처지다. 기금운용본부가 저배당 기업을 몰아세우는 표면적 이유는 배당확대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내부 기준을 이미 마련하고 전담팀까지 꾸렸다. 저배당 기업을 선정해 압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리는 아니다. 다만 표적대상 기업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배당 관련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거나 배당 성향이 낮은 기업 중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 해당 목록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고 예고될 뿐이다.
 

현재 국민연금이 지분율 5% 이상 가진 기업은 대략 250곳에 이른다. 기금운용본부는 주총시즌이 끝나는 3월 말 이후 배당성향을 분석해 예측 가능한 배당정책을 마련하지 않은 기업들을 가려낼 계획이다. 우선 구체적으로 배당정책이 있는지를 따져보고 시장 상황과 산업의 특성, 개별기업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대상기업을 선정할 방침이다.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은 “투자자가 공감할 수 있는 배당정책을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수립하도록 유도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상장사 정기 주주총회 막 올라…관전 포인트는?
배당 확대로 주주 달래기 “국민연금 신경쓰이네”

국민연금의 배당확대 요구 움직임에 대해 기업들은 긴장과 함께 내심 경영권 간섭으로까지 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는 ‘연금 사회주의’라는 용어까지 써가며 국민연금 주권행사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유통주식 수를 늘리기 위한 액면분할도 주총을 관통하는 핵심 안건으로 꼽힌다.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액면분할을 통해 주가를 상승시켰던 전례를 참고삼아 주주들이 주가 부양을 위해 액면분할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양상이다.

통상 액면분할은 거래량 증가를 수반하며 이를 통한 주가 상승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액면분할을 결정 공시한 기업은 모두 26곳으로,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종목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나타냈다. 시총 1000억원 이상 기업들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6개 기업 가운데 3개는 주가가 상승했고, 나머지 절반인 3개는 주가가 하락했다.

흥미로운 점은 액면분할 이후 대부분의 종목에서 일일 평균 거래대금이 상승했다는 사실이다. 거래대금 상승은 개인투자자들이 적극 가세했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올해는 주당 액면분할이 한층 적극적으로 상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첫 테이프는 크라운제과가 끊었다. 크라운제과는 지난달 24일 공시를 통해 주당 5000원인 주식을 500원으로 분할하는 액면분할을 발표하고 오는 25일 예정인 정기 주총에 안건으로 상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크라운제과 이외에도 KNN, 넥센, 성보화학, 엠에스씨, 케이티롤, 동양물산, 극동유화 등이 액면분할을 예고한 상황이다.

하지만 액면분할이 모든 기업들에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다. 오뚜기, 오리온 등 이른바 식품업종 황제주들은 거듭된 액면분할 요구를 무작정 수용하지 않아도 되는 입장이다.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이들은 액면분할이 아니더라도 엄청난 배당금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주 눈치껏
배당 늘리나

실제로 오리온은 보통주 1주당 60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한 상황이다. 최대 주주인 이화경 부회장(86만5204주)은 약 50억원, 이 부회장의 남편인 2대 주주 담철곤 회장(77만626주)은 45억원을 챙기게 된다.
오뚜기는 보통주 1주당 5200원을 현금으로 배당한다. 주식 57만543주(16.59%)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함태호 명예회장은 약 30억원, 함 명예회장의 장남인 함영준 회장은 약 28억원을 각각 배당금으로 받는다. 
 

롯데제과, 롯데칠성은 아직 배당금을 확정하지 않았다. 롯데 계열사의 배당성향(이익대비 배당총액)은 낮은 편이지만 개인투자자 비중이 낮아 배당금 수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예년 수준의 배당을 결정하더라도 사실상 ‘그들만의 배당 잔치’는 큰 변동이 없는 셈이다. 

이처럼 기업별 이해관계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오너 일가에 배당수혜가 집중되는 황제주를 액면분할해 투자 진입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거래소 역시 우량 대형주를 대상으로 액면분할 여부을 저울질하고 있다.

김원대 한국거래소 유가시장본부 부이사장은 “지난해 황제주였던 아모레퍼시픽의 액면분할 사례를 통해 주가 상승과 거래량 증가 등의 효과가 확인됐다”며 “많은 기업이 액면분할에 동참할 수 있도록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제주 피해
액면분할 효과

오너 일가의 등기이사 선임 여부도 관심이다. 주요 그룹들의 사업 재편과 대규모 투자가 예정된 가운데 등기이사 선임은 오너들의 책임경영 확대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사안이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가시화된 모습이다. 최 회장은 SK·SK C&C·SK이노베이션·SK하이닉스 등 4개 회사 등기이사를 맡아왔으나 지난 2014년 횡령 혐의로 수감되면서 모든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사면 이후 그룹 대규모 투자를 주도하는 등 그룹 전반의 현안을 직접 챙기고 있다.

LG그룹에서는 신성장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구본준 부회장의 LG화학 등기이사 선임을 추진한다. LG화학은 18일 주총에서 구본준 부회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안을 상정해 의결할 예정이다. 구 부회장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으로, LG전자 CEO를 역임하다 올해부터 지주사로 자리를 옮겨 신성장사업추진단장을 맡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11일 예정된 현대모비스 주총에서 지난달 임기가 종료된 정몽구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처리한다. 정 회장은 현재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등기이사직을 맡고 있으며 지난 2014년 현대제철 등기임원에서는 물러난 바 있다.
 

정의선 부회장 역시 같은 날 열리는 현대차 주총에서 등기이사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오토에버 등 주요 계열사의 등기임원을 맡고 있다.

오너 일가의 등기이사 등재는 오너가 그에 대해 법적인 영역의 책임까지 진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그룹 오너들이 권한만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말뿐이 아닌 책임경영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액면분할 확대…황제주 ‘글쎄’
이사회 재선임 ‘갈등의 화약고’

재계 관계자는 “오너들의 등기이사 선임은 단순히 감투 하나를 쓰는 의미가 아니라 경영에 대한 책임감을 높인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오너의 책임경영 확대는 성장 정체 속에 그룹의 새로운 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등기이사 재선임 이전에 경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본적인 장치를 함께 도입하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소액주주들이 추천하는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불법행위를 저질러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일정 기간 등기임원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정관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기존 이사회 구성원의 재선임을 원하는 회사와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주주들 간 갈등이 곳곳에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감지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조5000억원에 이르는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면서 주가는 3년 전에 비해 70% 떨어졌지만 박대영 대표이사 재선임이 주총 안건에 올라와 있다. 수주산업 특성상 프로젝트가 장기간에 걸쳐 마무리되기 때문에 업무 연속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논란은 불가피하다.

효성 주주총회에서 조석래 회장의 재선임 여부도 관심사다. 조 회장에게  지난달 15일 법원은 총 1358억원의 탈세 혐의를 적용한 바 있다.

갈등의 내막
이사 재선임

GS건설, 베이직하우스, 세아제강 등도 실적이 바닥을 치면서 3년 전에 비해 주가는 반 토막이 난 상태지만 사내외이사와 감사의 재선임을 안건에 올렸다. 

IB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적자가 났는데도 경영진을 교체하지 않는다면 책임경영을 담보할 수 없다”며 “주총은 경영진 재선임에 대해 주주들 의견을 묻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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