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씻고 펜 든' 전직 조폭 서원호

2016.02.25 18:35:03 호수 0호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제한된 공간 속에/ 쌓여가고 버려지는 시간은/ 영혼 잃은 존재감으로/ 버티어 본다/…/살아도 산 것 아니고/ 무너져 밟힌 처절한 육신은/ 그저 빈 껍데기 허물 벗어/ 모으고 있다.’ (푸른 소나무)



조직폭력배 출신이 시인으로 등단한다. 주인공은 경북 안동 출신의 서원호(49)씨로, 오는 3월 대한문인협회가 발간하는 계간지 <대한문학세계>의 시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서씨는 경북 안동의 폭력조직인 대명회 행동대장 출신으로 각종 폭력사건으로 여러 차례 교도소를 드나들었다.

서씨는 지난 2008년 또다시 강력범죄에 연루돼 6년형을 선고받고 청송교도소에서 복역했다. 이 때 교도소 안에서 용접과 보일러기술, 공조냉동기능사 등 자격증 9개를 취득했다. 뿐만 아니라 꾸준한 독서를 하면서 문학인의 꿈을 갖게 됐다.

안동 폭력조직 행동대장 출신
담당 경찰 권유로 시인 데뷔

서씨를 문학세계로 이끈 사람은 그를 2번이나 구속시켰던 경북 청송경찰서 소속 권태인(51) 경위다. 권 경위 역시 지난해 10월 같은 계간지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 바 있다. 당시 조폭 잡는 무술 10단 경찰의 시인 데뷔로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은 20년 전 지명수배자와 경찰로 처음 만났다. 권 경위가 서씨를 구속시켰지만 2014년 서씨가 출소 후 서로 연락하며 호형호제하는 가까운 사이로 발전했다.

서씨는 인테리어 사무실을 운영하며 마음이 답답할 때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렸다. 이것을 본 권 경위가 시를 써볼 것을 권유했다. 권 경위 역시 그의 시를 본 기성시인이 적극적으로 권유해 시 공모에 응모한 것을 계기로 등단했다.

서 씨는 “아무 생각 없이 시를 써내려갔는데 기분이 매우 좋았다”며 “시를 쓸 때는 내 인생을 회고하는 것 같았고 그 안에서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신인문학상을 받는다는 연락이 온 날 정말 많이 울었다. 권 형사와 약속한 것처럼 앞으로 좋은 시를 많이 쓰면서 봉사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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