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안 패권주의 막전막후

2016.02.15 11:20:27 호수 0호

문재인 욕하더니 그대로 따라하기?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자신의 측근들을 당직에 전진 배치하면서 친안(친 안철수) 패권주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국민의당은 친노(친 노무현)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을 탈당한 인사들이 주축이 돼 만든 당이라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친안 패권주의의 실체는 무엇일까?



친노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을 탈당한 인사들이 주축이 돼 만든 국민의당에서 친안 패권주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국민의당이 최근 당직 인선에서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측근들을 대거 핵심요직에 배치했기 때문이다.

우선 당의 조직과 인사, 자금과 공천 실무를 관장하는 핵심 당직인 사무총장에는 박선숙 전 의원이 임명됐다. 박 신임 사무총장은 지난 2012년 대선 때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안철수 후보의 ‘진심캠프’에 합류한 뒤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안 대표의 최측근이다. 또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박인복 전 공보특보를, 전략홍보본부장에 이태규 전 창당실무준비단장을 임명했다. 모두 안 대표의 최측근들이다.

김한길은 지금…
입원중? 농성중?

공천 심사의 실무를 맡게 될 전윤철 공직후보자격심사위원장의 경우도 박 신임 사무총장과 김대중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하며 호흡을 맞췄다는 점에서 역시 친안계 인사로 분류된다.

때문에 이번 인선 과정에서 잡음도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창당 후 이번 인선까지 사흘이나 걸린 것은 당내 의견조율이 쉽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사무총장 인선을 놓고 국민의당에서는 마라톤 회의가 이어졌다. 특히 김한길 선대위원장 측은 안 대표의 최측근인 박 전 의원이 사무총장을 맡을 경우 측근 그룹이 당을 사당화할 수 있다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문병호 의원, 김한길계인 최재천 의원 등이 사무총장 후보군에 올랐으나, 안 대표 측에서는 창당 작업을 주도한 박 전 의원이 계속 당무를 맡아 창당 작업을 실질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회의 막판에는 김한길 위원장 측 주승용 의원까지 참석해 중재를 시도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됐다.

친노 인사들 행태 비판하더니 판박이
주변 우려에도 측근들 전진배치 강행

결국 안 대표가 직접 나서 “내가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며 박선숙 사무총장 카드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내에서는 “더민주에서 친노 패권을 비판하며 신당을 창당한 안 대표가 오히려 새로운 패권을 휘두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안 의원 측은 “사무총장 자리는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자리지 패권을 휘두르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친안 패권주의 논란에 대해 일축했지만, 비노 진영 인사들은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가 자신의 측근인 최재성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하려 할 때 격렬하게 반대했었다. 어찌됐든 정치권에서는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박 사무총장 임명이 관철되자 안 대표의 당 장악력이 크게 강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당내 비난을 의식한 듯 국민의당은 계파 안배를 위해 김정현 전 더불어민주당 수석부대변인, 김재두 전 국민회의 공보팀장, 김희경 전 더민주당 부대변인 등 3명을 대변인에 추가 임명했다. 국민의당 측은 “총선을 앞둔 시점을 감안해 증원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들은 각각 구 민주계, 천정배 공동대표, 김한길 위원장과 가까운 인사들이다.
 

실제로 이들 중 일부는 부대변인으로 임명될 예정이었지만 특정 계파에서 반발하자 모두 대변인으로 임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국민의당 내부의 계파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현역 국회의원이 17명인데 대변인은 6명이나 된다는 것은 보기 드문 경우”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인선에서 눈에 띄는 것은 천정배계 인사들의 약진이다.

천정배 공동대표가 당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을 맡았고 천 대표 측 박주현 최고위원이 당규제정 TF팀장을 맡았다.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와 천 대표가 손을 잡고 김한길계 인사들을 비롯해 현역 의원들을 물갈이 하려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파다하다.

당 장악력 강화
새정치는 퇴보

천 대표는 호남 개혁 공천을 주장하며 최근 시민사회 인사들을 공천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안 의원 측 역시 혁신 이미지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현역 의원들이 일정부분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탈당파 의원들의 중심축 역할을 해온 김 위원장은 두 공동대표와 대립하게 되는 모양새가 됐다.


일례로 20대 총선을 고작 50여 일 남겨 둔 시점에서 국민의당은 ‘숙의선거인단’ 제도를 놓고 당 지도부와 현역 의원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숙의선거인단 제도는 선거인단을 구성해 자격심사위를 통과한 후보 간 토론회를 연 뒤 최종 후보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숙의선거인단 제도는 여론조사 방식에 비해 인지도가 미치는 영향력이 덜해 현역 의원 프리미엄을 기대하기 힘들다.
 

오히려 다른 후보자들이 토론회 과정에서 현역 의원을 집중적으로 공격할 가능성도 커 현역 의원들에게는 불리한 제도로 평가된다. 당 지도부가 굳이 숙의선거인단 제도를 꺼내든 것은 결국 김한길계를 비롯한 현역 의원들을 쳐내기 위함이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친안계와 김한길 측 인사들의 갈등이 이처럼 본격화된 것은 지난 1월22일 벌어졌던 이른바 ‘김관영 문자 사건’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김한길계로 분류되는 김관영 의원은 이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장면이 한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당지도부 분열
나 혼자 간다?

이 고문은 문자에서 ‘한상진 꺾고 안철수계 조용히 있으라 하고 소통공감위원장 받고 정리 쫘악 해 주고, 비례 받고’라고 했다. 김 의원은 ‘답 나왔네…그걸로 쭉’이라고 화답했다. 이 고문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국정기록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냈으며 김한길 위원장 측이 여성 1호 영입 대상으로 추천했던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안 대표 측에서 김 위원장 측 인사들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안 대표와 김 위원장의 갈등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 안 대표와 김 위원장의 불화설은 오래전부터 정치권에 파다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21일 광주와 전남 보성에서 열린 국민의당 시당 창당대회에 불참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 측은 “중요한 인사를 갑자기 만나기로 했다”고 해명했지만 정작 주변에는 “(당원들에게) 할 말이 없어져서 갈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전날 밤까지도 연설문을 다듬는 등 참석 준비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 측 관계자는 “여러 인사를 영입하려고 했지만 일부 안 대표 측근들의 반대로 진행이 안 되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광주와 전남 창당대회에 이어 지난 1월26일 부산광역시당 창당대회에도 불참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일부터는 설 연휴 기간 아예 서울 시내의 한 병원에 입원해 1주일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도 했다. 김 위원장 측은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에 병원에 입원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한 시기인 설 연휴에 당 지도부의 한 사람인 김 위원장이 자취를 감춘 것은 그 의미가 작지 않다.


뿌리부터 흔들리는 당 정체성
“우린 들러리?” 계파갈등 고조

정치권에서는 김 위원장이 사실상 안 대표를 겨냥해 농성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가 지난 9일 김 위원장 지역구인 서울 광진구에 소재한 서울도시철도 대공원승무사업소를 방문했을 때도 참석하지 않고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인터넷 논객으로 유명한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하면서 김한길을 비롯한 탈당 의원들의 입지가 흔들리는 모양”이라며 “창당 공신이었다가 졸지에 개혁을 위해 퇴출돼야 할 존재들로 전락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공천 전쟁 1라운드는 김한길 대 안철수-천정배 연합군의 대결이 될 것”이라며 “1라운드에선 안철수-천정배 연합군이 승기를 잡은 듯”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안 대표 주변에선 지난 대선부터 문고리 권력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문고리 권력 논란은 결국 특정계파 패권주의 논란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어 심각한 문제다.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선거캠프의 상황실장을 맡았던 금태섭 변호사는 지난 해 8월 대선 과정의 뒷이야기를 풀어 낸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라는 책을 통해 안 대표의 비선 전횡을 폭로했다. 당시 공식 선거조직에 들어와 있지도 않았던 박경철 안동신세계병원 원장 등 몇몇이 참여하는 모임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국민의당 부산시당 창당대회에서도 문고리 권력 논란이 벌어졌다. 당시 창당대회에서 시당위원장 선출을 놓고 당원들끼리 몸싸움을 벌이는 등 소동이 일어났는데 배후에 한상진 위원장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소란은 임시의장이 구두 추천을 받아 김현옥 부산시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을 부산시당위원장으로 선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당원 수십 명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게 민주주의냐” “절차도 없이 추대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고함을 쳤다. 고성과 욕설이 오가고 일부 당원 사이에 멱살잡이도 벌어졌다. 이날 항의했던 당원들은 시당위원장으로 김병원 경성대 교수를 지지하며 “단독 추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비선논란 재현?
정체성 모호

김 교수도 직접 의사진행 발언에 나서 “새정치를 하겠다고 시작한 첫날부터 편법과 구태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며 배후에 한상진 위원장이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속개된 대회에서 국민의당은 김 교수를 공동시당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친노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신당 창당에 나선 안 대표가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구태정치를 답습하고 있다”며 “왜 신당 창당에 나섰는지 정체성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