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집전화, 이중고 겪는 내막

2010.09.28 09:58:42 호수 0호

가입은 ‘내 맘대로’ 해지는 ‘나 몰라라’


몰아치는 환급금 요구에 KT가 골머리를 썩고 있다. 골치 아프기는 사용자도 마찬가지다. 해지한 지 6개월 이상인 사용자는 환급금 받는 데 제약이 따르는 이유에서다. 요금제 부당 전환으로 주머니에서 돈이 샌 것도 억울한데 해지한지 6개월이 넘었을 경우, 전화사용 내역 등의 정보가 소멸돼 이를 증명할 고지서가 없으면 환급금을 받을 수 없다.

뒤늦게 환급금 소식을 전해들은 사용자들이 환급금 찾기에 발 벗고 나섰지만 결과는 불투명해 보인다. 그런가 하면 KT 집전화로 인터넷 전화에 전화를 걸면 집전화간 통화를 하는 것보다 3분당 10원이 더 부과되는 것에 대한 이용자의 불만이 제기됐다. 환급금 수습만으로도 벅찬 KT에게 이용자들을 이해시켜야 할 과제가 하나 더 추가된 모양새다.  


환급금 지급 논란…해지 6개월 이상이면 환급금 ‘글쎄’
집전화 ⇒ 인터넷 전화 걸어 통화하면 3분당 10원 ‘비싸’


KT가 집전화 사용 고객에게 환급금을 준다는 사실이 대대적으로 알려지면서 지난 10일, KT 사이트의 환급금 조회 서비스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KT 측은 오는 10월까지 서비스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추석 전에 환급금을 받지 못하면 영원히 받을 수 없다’는 루머가 돌면서 고객들의 문의가 더욱 쇄도했다. 서버 다운은 물론이고, 전화 상담사와 통화를 하려면 하루 종일 전화기를 붙들고 있어야 하는 정도였다.

환급금 논란의 시작은 KT의 정액요금 가입자 모집 과정에 있다. 2002년 당시 KT는 직원과 텔레마케터를 동원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는데, 소비자들에게 가입 의사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가입시켰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또 가입 의사를 물었더라도 이를 증명할 자료가 남아있지 않은 사례가 많다.

“내 환급금 내놔~”



이와 관련 KT 직원은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액제 가입 당시 6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할당이 떨어졌고, 매일매일 체크를 했다”면서 “영업부서 직원들은 500건 정도 할당이 떨어졌고 비 영업부서 근무자는 최하 100건 정도를 처리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입자한테 상품의 취지를 설명하고, 동의 받고, 서명 받고, 신분증 복사해서 받는 정상적인 판매행위로 500~600건을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사실 100건도 정상적인 절차로 하면 힘들다”고 덧붙였다. 사실 KT의 집전화 환급금 문제는 최근 반짝 불거진 일이 아니다. 예전부터 꾸준히 제기됐었으나 전파를 타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최근 봇물 터지듯 터져버린 것. 감독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피해자를 파악하고 있으며 그 숫자는 실로 엄청나다고 한다. 이와 관련, 방통위 관계자는 “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간다”면서 “정확한 내용은 2~3개월 뒤에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KT는 “피해를 입는 고객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사태를 마무리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고객들은 만족하지 못하는 입장이다. 해지한 지 6개월 이상인 사용자의 경우 환급금을 받는데 제약이 따르는 이유에서다. KT 환급금 소식을 듣고 확인전화를 해본 이모(27·여)씨는 ‘가슴이 답답해 죽을 지경’이라고 전했다. 이씨가 대학 1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2년 정액요금에 가입됐고 2007년 1월까지 이용했지만 가입과 해지 모두 본인 스스로 했기 때문에 환급 대상이 아니라는 것.

하지만 당시 이씨는 지방대학 근처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집으로 걸려오는 요금제 전환 여부를 묻는 전화를 당연히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을 설명하자 KT 상담원은 황당한 소리를 내뱉었다. “당시에는 본인이 아니어도 가입이 가능했기 때문에 가족 중 누군가가 가입했을 수 있다”는 것. 개인 확인 절차가 복잡해진 것은 2009년 이후의 일이고 이전에는 가능했으니 가족 중 누군가 가입했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녹취록이나 이를 증명할 만한 자료를 요구하자 그런 자료는 5년간 보관하고 폐기처분 한단다. 이씨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다. 최근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환급금 관련 글을 살펴보면 정액요금을 해지한 사람은 환급금을 받을 수 없느냐는 게 대부분이다. 이와 관련 KT 홍보실 요금제 담당자는 “해지한 지 6개월 이상 지났다고 해서 무조건 환급금을 받을 수 없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담당자에 따르면 환급금은 정액요금에서 실제 사용한 요금을 차감한 나머지 금액을 말하는데 법률적으로 고객의 전화이용 내역은 6개월 이상 보관할 수 없게 되어있다. 때문에 6개월 된 고객의 정보는 처분되고 그렇게 되면 실제 이용금액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정액요금에서 제외한 차액을 알 수 없다는 것. 이어 담당자는 “이 같은 경우 매달 청구내역이 담긴 고지서가 있는 분들은 환급금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KT의 이 같은 반응에 네티즌은 더욱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영수증을 모으는 사람도 점점 줄어드는 판국에 누가 고지서를 따로 모아두느냐는 것. 결국 KT는 초반에는 환급금을 잘 주다가 민원이 겹치고 피해자가 늘어나자 이런저런 구실을 붙여 환급금을 주지 않으려한다는 소리까지 듣게 됐다. 이와 관련, KT는 “일부러 고객들을 외면하려는 것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환급금에 대해 고지했고, 해지한 고객에 대한 부분도 꾸준히 같은 기준으로 적용되어 왔다”고 해명했지만 돌아선 고객의 마음을 잡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한편, KT 집전화 사용자의 또 다른 불만사항이 제기됐다. 최근 인터넷 전화 사용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과 관련, KT가 인터넷 전화 사용자에게만 좋은 요금제 운영으로 인터넷 전화사용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

제보자에 따르면 KT 집전화 요금제는 집전화간 통화는 3분에 39원인 반면 집전화가 인터넷 전화로 전화를 걸면 3분에 49원이다. 즉, 집전화간 통화를 할 때보다 10원이 더 부과되는 것. 제보자가 의문을 제기한 것은 인터넷 전화가 집전화로 전화했을 경우에는 3분에 39원인데 집전화가 인터넷 전화로 전화를 걸면 왜 3분당 10원이 더 부과되느냐는 데 있다.

이와 관련 KT 홍보실 관계자는 “집전화의 경우 시내와 시외로 전화했을 때 요금이 다르다. 인터넷 전화는 시내·시외의 구분이 없어 그런 요금 책정은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시외나 휴대폰에 전화했을 경우처럼 비싼 요금을 책정할 수 없어 시내전화보다는 약간 비싸고 시외전화보다는 저렴한 요금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통신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KT를 비롯해 다른 통신사 모두 사업자들이 직접 요금을 책정해 방통위에 제출한다. 심사기준은 따로 없고, 업계의 특성과 경쟁상황에 맞춰 제출하기 때문에 알아서 비슷하게 조율이 되는 편이다”고 말했다. 

“고지서 가져와”

방통위 관계자 역시 집전화가 인터넷 전화로 전화했을 때 요금이 비싼 이유에 대해 “일반 집전화는 시내, 시외,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때 요금이 다르다. 인터넷 전화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KT와 같은 설명을 했다.

시내와 시외 전화 요금이 다르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집전화와 인터넷 전화를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하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 같은 설명 없이는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어쨌든 두 가지 고객 불만을 동시에 떠안게 된 KT의 현명한 대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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