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재개편 물밑협상 막후

2016.02.01 09:48:08 호수 0호

국민은 안중에 없고 기득권만 눈독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야권의 이합집산이 가속화되고 있다.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과 연대하기로 했고, 천정배 의원이 이끄는 국민회의는 국민의당과의 합당을 발표했다. 난립했던 야권 정당들은 더민주와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양분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런데 이 같은 야권의 이합집산 뒤편에선 온갖 계파싸움과 지분 챙기기가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재개편 물밑협상의 막후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야권의 이합집산이 가속화되고 있다. 난립했던 야권 정당들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과 국민의당(안철수 신당)을 중심으로 양분되고 있는 양상이다. 정의당은 더민주와 연대하기로 했고, 천정배 의원이 이끄는 국민회의는 국민의당과의 합당을 발표 했다.

또 신당추진을 추진하던 박주선 의원도 국민의당에 합류하기로 결정했으며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이끄는 신민당과 김민석 전 의원이 속해있는 민주당도 국민의당과 통합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같은 야권의 이합집산 뒤편에선 온갖 계파싸움과 지분 챙기기가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새정치를 기대했던 유권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야권 재개편 물밑 협상의 막후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물밑협상?
물밑담합?

국민의당 내부의 계파싸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은 지난 22일의 ‘김관영 문자 사건’이었다. 이날 김한길계로 분류되는 김관영 의원은 이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장면이 한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고문은 문자에서 ‘한상진 꺾고 안철수계 조용히 있으라 하고 소통공감위원장 받고 정리 쫘악 해 주고, 비례 받고’라고 했다. 김 의원은 ‘답 나왔네… 그걸로 쭉’이라고 화답했다.

이 고문은 노무현정부 때 청와대 국정기록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냈으며 김한길 의원 측이 여성 1호 영입 대상으로 추천했던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자가 공개된 후 정치권에선 창당 작업에 나선지 한 달도 안된 국민의당이 벌써부터 총선 공천권을 두고 계파싸움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안철수계와 김한길계의 암투가 드러난 문자파동 이후 안철수 의원과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일각에선 최근 더민주를 탈당한 최재천 의원이 국민의당에 합류하지 않기로 한 것도 안철수계와 김한길계의 갈등 탓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 의원은 김한길 의원의 측근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 의원과 가까운 최 의원이 국민의당에 합류해 선거기획단장을 맡을 경우 김 의원의 공천 영향력이 너무 커질 것을 우려해 안 의원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계와 김한길계의 불화설은 이미 정치권에선 파다하다. 김한길 의원은 지난 21일 광주와 전남 보성에서 열린 국민의당 시당 창당대회에 불참하기도 했다. 김 의원 측은 “중요한 인사를 갑자기 만나기로 했다”고 해명했지만 정작 주변에는 “(당원들에게) 할 말이 없어져서 갈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전날 밤까지도 연설문을 다듬는 등 참석 준비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여러 인사를 영입하려고 했지만 일부 안 의원 측근들의 반대로 진행이 안 되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김 의원은 광주와 전남 창당대회에 이어 지난 26일 부산광역시당 창당대회에도 불참했다.

더민주? 국민의당? 야권 패권은 어디로?
지분 요구설 등 끊임없는 잡음으로 시끌

갈등 전선은 또 다른 곳에서도 형성되고 있다. 천정배 의원이 이끄는 국민회의가 국민의당과 합당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공천룰 문제, 호남 의원 물갈이, 당 대표 선출, 당 정체성 설정 등 풀어야할 난제가 수두룩하다.  창당 이후 공천룰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면 결국 양측의 갈등이 폭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통합정당의 대표직도 논란거리 중 하나다.

한상진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이 전날 공개 회의석상에서 안철수 대표론을 제기했으나, 당내에선 안철수 사당화를 우려해 천정배 의원이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당의 정체성 설정도 문제다.

안 의원은 더민주의 좌편향적 정책 노선을 비판하며 중도노선을 지향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천 의원이 이끄는 국민회의는 더민주보다 좌편향 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양당이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총선 야권 연대를 둘러싼 입장차도 갈등의 불씨다.

특히 천 의원이 국민의당과 통합하기로 하자 더민주는 “천 의원이 더민주와 합당의 대가로 구체적 조건까지 제시하며 지금까지 협상을 했었다”고 폭로했다.

더민주 측 주장에 따르면 천 의원이 물밑 통합 협상 과정에서 공동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 5대5 배분, 광주 공천에 대한 전권 부여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다가 협상결렬 선언도 없이 국민의당과 통합을 발표해버렸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천 의원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더민주가 전혀 없는 사실을 지어내 폭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최소한 더민주와 천 의원 측이 통합을 전제로 그동안 논의를 해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만약 더민주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민의당은 천 의원과 통합하기 위해 천 의원 측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향후 공천 과정에서 갈등의 씨앗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물론 국민의당 측은 천 의원이 통합하는 과정에서 어떤 요구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방적 지분 요구
국민은 관심 없나?

동교동계와 호남 현역 의원들과의 완전한 결합도 시급한 문제다. 안 의원 측에서는 동교동계 원로나 호남 현역 의원들의 불출마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측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안 의원 측은 혁신 이미지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일정부분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또 국민의당 내에서는 벌써부터 안철수 의원 주변에 문고리 권력이 있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안 의원의 핵심 측근인 이태규 창당실무지원단장이 “탈당파 현역 의원들의 공천을 보장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동교동계 측에서 이 단장이 사실상 문고리 권력 행세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물론 안 의원 측은 “이 단장이 무슨 문고리 권력이냐”며 황당해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26일 국민의당 부산시당 창당대회에서는 시당위원장 선출을 놓고 당원들끼리 몸싸움을 벌이는 등 소동이 일어났는데 배후에 한상진 위원장이 있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소란은 임시의장이 구두 추천을 받아 김현옥 부산시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을 부산시당위원장으로 선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행사장 곳곳에서 당원들이 이의를 제기하며 무대 쪽으로 달려 나왔다. 당원 수십 명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게 민주주의냐” “절차도 없이 추대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고함을 쳤다.

고성과 욕설이 오가고 일부 당원들 사이에는 멱살잡이도 벌어졌다. 당원 20여 명은 무대 위로 올라가 사회자의 마이크를 빼앗기도 했다. 이날 항의를 한 당원들은 시당위원장으로 김병원 경성대 교수를 지지하며 “단독 추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오늘 동지가 내일의 적”
피눈물도 없는 볼모정치

김 교수도 직접 의사진행 발언에 나서 “새정치를 하겠다고 시작한 첫날부터 편법과 구태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며 “중앙당과 밀착된 기득권자들에 의해 (시당위원장이) 합의 추대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배후에 한상진 위원장이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속개된 대회에서 국민의당은 김 교수를 공동시당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아직 김민석 의원이 속해있는 민주당, 박준영 전 전남지사, 정동영 전 의원 등 통합해야 할 세력이 많이 남아 있는데 벌써부터 삐걱거리는 국민의당이 이들을 포용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더민주의 세력 확장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더민주는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홍걸씨를 영입했다. 더민주가 홍걸씨의 입당을 계기로 자신들이 DJ 정신의 계승자라고 주장하자 이미 탈당한 동교동계에선 ‘볼모정치가 아니냐’며 반발하는 등 신경전이 가열됐다.

일각에선 홍걸씨의 과거 구속 전력까지 다시 거론하며 그에 대한 인신성 공격까지 시작했다. 야권에서는 더민주가 홍걸씨를 영입하면서 비례대표를 약속했다느니, 박지원 의원의 지역구인 목포 공천을 약속했다는 등의 루머가 퍼졌다. 그러자 이희호 여사는 직접 문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홍걸씨를 정치에 끌어들이지 말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더민주를 탈당한 정대철 전 상임고문의 아들인 정호준 의원에게 비서실장을 제안해 볼모정치 논란을 다시 일으키기도 했다. 안철수 의원의 측근이었던 금태섭 변호사가 더민주 소속으로 신기남 의원의 지역구에 출마하는 것을 두고는 더민주가 금 변호사의 공천을 이미 약속한 것 아니냐는 뒷말도 무성하다.

정치의 비정함
볼모정치 등장

신 의원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시험에 탈락한 아들을 구제하기 위해 해당 학교를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아왔으며, 지난 25일 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당원자격정지 3개월이라는 중징계 조치를 받아 총선 출마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물론 더민주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여권보다 도덕적으로 더 우위에 있어야 할 야권이 통합과정에서 온갖 암투를 벌이고 있다”며 “통합과정에서부터 국민들에게 감동을 줘야만 선거에서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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