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니 부리는 김무성, 왜?

2016.01.29 15:47:37 호수 0호

“인재 넘치는데 뭐하러 데려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인재영입’에 대한 온도차가 크다. 새로운 먹잇감을 발견한 친박-비박은 이리떼처럼 서로 물어뜯는 중이다. 야권처럼 본격적으로 영입전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를 ‘무대’(무성대장)는 일축한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인재영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친박계는 “이러다 야당에 밀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서울 수복을 위해서는 인재영입이 필수적이라는 것. 김무성 대표가 ‘상향식 공천’만 고집한 결과 야당한테 뒤처지고 있다는 논리다. 과연 김 대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친박계 반발

김무성식 인재영입은 반발만 거셀 뿐 효과는 미미했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젊은 전문가 그룹 6인에 대한 입당 기자회견이 있었지만, 오히려 그들의 과거 발언 등이 부각돼 논란만 가중시켰다. 더군다나 김 대표는 인재영입이 아닌 자발적 입당이라는, 뜻이 모호한 발언을 해 친박계의 반발을 불러왔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도 아니고 영입을 왜 영입이라 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향방은 용어전쟁으로 이어졌다. 김 대표를 중심으로 비박계 핵심 인사들은 영입이란 단어를 꺼려하는 대신 ‘등용’이란 단어를 쓰고 있다. 지난 21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김 대표는 “‘영입’이란 표현 대신 ‘등용’이나 ‘충원’이라고 쓰는 게 좋다”고 말했다.

행위주체에게 보다 적극성을 부여하는 영입이란 단어보다 희석된 표현을 쓰자는 뜻이다. 이는 공천권자가 영입된 인재에게 본선진출권을 부여하는 전략공천에 대한 김 대표의 거부반응으로 해석된다. 결국 용어전쟁은 김 대표가 아직 청와대와 친박계에 대한 경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데서 표출된 단면이다.


때 아닌 용어전쟁에 친박계는 반발한다. 표면적으로는 지도부가 사소한 것에 신경 쓴다는 불만이지만, 결국 전략공천이 필요하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신박으로 불리는 원유철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용어 사용은 의원 개개인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며 “인재 영입을 영입이라고 안 하면 뭐라 하느냐”고 비판했다.

친박계 핵심 홍문종 의원은 25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며 “지금 김 대표가 주장하는 당의 시스템으로 봐서는 인재를 영입할 수 있는 구조가 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지난 23일 대통령 특사로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참석을 마치고 귀국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야당은 지금 경쟁적으로 인재영입을 하고 있는데 우리 여당은 인재영입 노력이 조금 부족하지 않냐는 지적이 있다”고 곁들였다.

27일에는 안대희 최고위원이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인재 영입이) 굉장히 필요한 것 아니냐”며 “당에서 처음부터 인재양성을 못했다. 그러면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서 각자의 분야에서 쌓은 지식을 국정에 반영하면 국정에 큰 발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야권 인재영입에 불안감 고조
“절대불가” 일축 모호한 입장

김 대표의 기조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상향식 공천이라는 제도에 김 대표가 매몰되고 있다고 꼬집는다. 비박계 내에서도 인재 영입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됨에도 자신의 신념 때문에 귀를 닫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경 더불어민주당이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를 영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새누리당의 몇몇 인사들이 김 대표를 찾아가 인재영입에 대해 건의했으나 “우리아들 중에도 인재가 수두룩 빽빽하다”고 반박했다는 전언이다. 종합해보면 전·현직 국회의원에 자발적으로 입당한 신인들로 판을 벌려놓고, 이 중 국민의 선택을 받는 사람이 본선으로 가는 그림을 구상하는 것으로 보인다.

상향식 공천에 대한 김 대표의 생각은 바뀌지 않고 있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인재영입은 비민주의 극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계에서 나오는 비판에 대해 “정말 만난(萬難)을 무릅쓸 의지가 있는 사람만이 선거에 출마해서 어려운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며 “의지를 가진 분들이 있어야지 억지로 설득하는 건 선거에 맞지 않는 주장이다”라고 전했다.
 

김 대표가 상향식 공천에 고집을 부리는 이유에 대해 정가에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어떤 이들은 과거 공천학살에 대한 기억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또 어떤 이들은 과거 사무처에서 시작해 당 대표까지 올라간 자신의 행적 때문에 상향식 공천을 고집한다고 본다.


어쨋든 당 내에서는 김 대표의 뜻과 반대로 물밑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신박’ 원 원내대표는 ‘바둑황제’ 조훈현 9단과 김규한 전 쌍용차 노조위원장의 영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김연아 선수에게 접촉했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는 말도 들린다. 조경태 의원도 친박계 윤상현 의원의 영입작으로 통한다. 반짝 해프닝에 그쳤지만,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의 새누리당 영입설도 정가에서 돌았었다.

공관위 난항

바통은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로 넘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위원장 인선을 두고 두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됐다. 포인트는 박 대통령의 ‘경제 과외교사’로 불렸으며, 20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한구 의원을 위원장으로 추대하려는 친박계와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임명하려는 비박계 간 이권 다툼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무성의 아웃정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현란한 스텝에 청와대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김 대표는 지난 26일과 27일 연거푸 대통령-친박계 책임론을 언급하며 반기를 들었다.

26일 김 대표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중장기 경제어젠다추진 전략회의’에 참석해 국회선진화법 개정 과정을 거론하며 “거의 많은 의원들이 반대했지만 당시 ‘권력자’가 찬성으로 돌아서자 반대하던 의원들도 찬성으로 돌아서 버렸다”고 언급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당을 이끌었다. 27일에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권력 주변의 수준 낮은 사람들은 완장을 차려 한다. 완장을 차고 권력자 이미지를 손상시킨다”고 친박계를 겨냥했다.

두 발언이 나온 뒤 기자들의 질문에 김 대표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반응으로 일관했다. 이에 친박계는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김 대표의 발언 논란에 대해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전했다. 청와대와 친박계는 현 상황과 관련해 확전을 원치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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