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기호품 예술로 승화하는 조각가 조성묵

2016.01.25 10:44:54 호수 0호

그렇게 회고전은 유작전이 됐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멋의 맛’ 전을 개최 중인 원로 조각가 조성묵(1940∼2016)씨가 지난 18일 별세했다. 회고전이 열리고 있는 와중에 직업병이라 할 폐기종으로 눈을 감으면서 오는 6월6일까지 이어질 전시는 유작전이 됐다.



고 조성묵 작가는 의자 형상의 메신저 연작, 음식물을 연상시키는 연작 등으로 한국현대미술사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조 작가는 또 종이, 담배 같이 산업생산된 기성품을 재료로 도입해 일상 속의 사물을 미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이는 일상성에 대한 관심을 잘 드러내고 있을 뿐 아니라 추상조각을 추구하던 초기작부터 음식이나 기호품을 예술로 승화시킨 후기작까지 일관되게 추구한 문제의식이기도 했다.

의자의 가능성 발견

조 작가는 1980년대 후반 이후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의자 형상에서 비롯한 메신저 연작의 제작에 주력했다. 이 메신저 연작은 작가 조성묵의 대표적 이미지로 자리매김 했다. 고인은 어느 날 우연히 버려진 의자를 보고 그 조형적 가능성을 발견했다.

의자는 선과 선이 연결되는 기본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덩어리를 빚거나 깎아내는 전통적 조각의 관습에서 벗어나 비어있는 공간과 선적 구조가 빚어내는 설치의 효과를 드러내면서 더욱 현대적인 조각의 양식을 만들어내도록 했다. 이는 1990년대 중반 들어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 키엘 미술관, 이탈리아 무디마 현대미술관 등 국제무대에서도 왕성한 활약을 펼치는 발판이 됐다.
 

1990년대 후반 이후엔 국수라는 매우 독특한 재료를 사용해 ‘커뮤니케이션’ 연작을 내놨다. 말년엔 합성수지를 재료로 해 마치 빵과 같은 인상을 줌으로써 의외의 반전을 주는 작품세계를 보여준 바 있다. 


메신저 연작 통해 독자적 조형양식 구축
“자기 혁신 거듭해온 실험적 작가” 평가

작가는 국수에서 서정적이고 자연에 가까우며 온화하고 평화로운 재료의 가능성을 꿰뚫어 봤다. 약하고 쉽게 부스러지는 재료이지만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제목 아래 제작한 설치작품들은 우리가 생활하는 일상의 공간과 집기들이 뽀얀 빛의 국수로 뒤덮인 모습을 보여준다.

요리로 가공돼 음식물로 변하기 전의 국수는 하얀 빛깔을 띠고 가느다란 선의 모습을 갖고 있다. 이런 희뿌연 빛의 가느다란 선이 반복되고 쌓아올려져 만들어내는 공간은 또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공간처럼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산업용 발포 우레탄으로 제작한 연작들의 형상도 역시 음식물을 떠올리게 한다. 이 작품들은 표면을 그을림으로써 마치 갓 구운 곰보빵을 연상시키는 외양을 하고 있다. 이 역시 각종 일상용품과 사람들의 모습을 형상화 해 환상적인 모습으로 변환된 일상의 풍경을 보여준다.
 

그의 조형물들이 상기시키는 국수나 빵 등은 가장 기본적인 요리재료들이다. 고인은 “세상은 공양이고 공양은 세상이다”라는 생전의 표현을 통해 묵묵히 자신의 예술공양을 행했다. 그는 이러한 재료들을 통해 부드럽고 안정적인 생태계 순환에 관한 사유를 드러내고자 했다.

순수한 자태 부각

조 작가는 “존재하는 모든 것이 표현의 순수한 자태를 지니고 있으며 작품은 이를 탐구해 시각적 감동을 전달하는 자유”라고 말했다. 고인은 사소해 보이는 일상의 면면에서 예술의 가능성을 발견해 일상적인 사소함을 바라보는 세심한 감각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 이번 ‘멋의 맛’ 전은 초기 드로잉 작품, 중량감 있는 의자 형상과 합성수지가 연상시키는 빵의 형상, 자기혁신을 거듭해온 후기작까지 약 90편의 대형 조각을 한 자리에서 모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shin@ilyosisa.co.kr>

 

[조성묵 작가는?]

1940년 충남 대전에서 출생해 홍익대학교 미술학부 조소과에서 수학했다. 대학 재학 중이던 1960년 제9회 국전에서 특선을 수상하면서 데뷔했다. 1980년 동아미술제에서 대상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주목받았다. 메시지 연작, 의자 형상으로 유명한 메신저 연작, 국수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 연작 등이 유명하다. 지난 18일 폐기종으로 별세했다.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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