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호남을 말한다

2016.01.19 08:46:40 호수 0호

나는 서울 토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에서든 나의 제2의 고향은 호남이라 강변한다. 호남에서 태어나고 성장하지는 않았지만, 그곳에 대한 아련한 추억, 그리고 친구들이 있어 지금도 수시로 문상 등의 사유로 찾는다.



나와 호남과의 인연은 군 복무 시절부터 시작된다.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근 31개월에 달하는 기간 동안 호남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복무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고, 그 과정에 과분할 정도의 인정을 실감하게 된다.

인정뿐만 아니라 그 원인 역시 발견하게 된다. 가도 가도 끝이 닿지 않는 드넓고 기름진 땅, 그리고 사시사철 먹거리를 제공해주는 풍요한 바다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즉 풍요로운 환경이 호남의 인정을 만들어냈다고 말이다.

이 대목에서 우스갯소리 한번 하자. 강진에 유배되어 16년이란 짧지 않은 기간을 보냈던 정약용에 대해서다. 만약 그가 호남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그 기간 유배생활을 했다면 생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천만에다. 우리 역사를 살피면 호남이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쉽사리 알게 된다.

여하튼 난 제대 후 복학하여 대학을 졸업하고 정당사무처 조직 파트에 배치되자 호남 출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원하여 호남 지역을 담당한다. 이후 수시로 출장을 핑계되어 호남을 찾으면서 일찍이 느끼고 있던 감정을 구체화하게 된다.

목포에서 세발낙지를, 광주에서 보신탕을, 군산에서 싱싱한 회와 매운탕을, 부안에서 주꾸미와 피조개를, 김제의 심포항에서 숭어로 술 한잔 걸치고 망해사에서 깊은 명상에 잠겨보며……. 손가락으로 셀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당시 호남에 대한 나의 감정과는 달리 주위에서, 즉 수도권과 서울에서 호남인들에 대한 인식이 각박했다. 반면에 영남 출신 인사들에 대한 평은 상대적으로 후했다. 참으로 아연한 생각에 왜 그런지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영남에서 상경한 사람들은 속칭 '가오'를 잡기 위해서, 즉 먹고 사는데 불편함이 없는 사람들이 자기를 과시하기 위해 상경한 경우가 많았다.

그에 반해 호남에서 상경한 사람들은 그 반대의 경우, 즉 현지에서 먹고 살기 힘들어서 먹고 살기 위해 상경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이유 때문에 서울과 수도권에서 호남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저평가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각설하고, 지금 호남이 분열 위기에 봉착해 있다. 그것도 다른 요인이 아닌 정치꾼들에 의해서 말이다. 참으로 안타깝다. 아전인수의 독보적 존재들인 정치꾼들의 시선에 국민이란 존재는 오로지 개인의 입신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데, 그들의 농간에 휘둘리는 모습은 안타까움을 떠나 서글픈 느낌마저 일게 한다.

필자를 더욱 안타깝게 하는 일은 또 다시 부산 사람에게 당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다. 이미 호남은 부산 출신인 노무현정권으로부터 상처를 받은 바 있다. 또한 그를 이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로부터 철저하게 소외감을 맛보았다.

이 대목에서 왜 호남이 전폭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두 사람으로부터 일종에 팽을 당했는지 살펴보자. 필자는 그 사유를 간략하게 도출해낸다. 호남인의 시각으로, 즉 넉넉하기 이를 데 없는 인정으로 상대를 바라보았기 때문이라고.

외람되게도 호남인이 내어주는 따스한 인정은 호남 사람이 아닌 그 사람들에게는 달리 비친다. 자신이 잘나서 그런다고. 그러니 자신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자신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대처한다. 즉 호남인의 정서를 제 멋대로 해석하였기에 그런 결과가 도출되었던 게다.

비록 태어난 곳은 호남이 아니지만, 그래서 더욱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강점을 지닌 문학인의 입장에서 냉정하게 당부한다. 혹여 일부로부터 지역감정 조장이라는 비난을 받을지 모르겠으나 호남인의 정서는 호남인이 대변해야 한다고. 그래야 호남의 미래가 그려진다고.

그 예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들자. DJ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데에는 호남의 무한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DJ는 그 확고한 신뢰를 바탕으로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었고, 비록 유쾌한 방식은 아니었으나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우군으로 만들어 결국 한 시대를 담당할 수 있었던 게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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