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10대 강력 범죄 실태 [집중점검]

2010.09.14 09:50:00 호수 0호

한 해 10만 건 ‘훌쩍’ “우리 아이들 어이할꼬…”


최근들어 청소년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부모들의 부재로 이들을 보호, 감독할 사람이 부족한 까닭에 청소년들이 범죄의 유혹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것.

특히, 날이 갈수록 청소년들이 저지르는 범죄가 잔혹해지고 흉포화 되면서 청소년의 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 강력 범죄는 매년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07년부터 올 6월까지 매년 10만건 이상의 청소년 범죄가 발생했고, 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의 강력 범죄는 해마다 20~30%의 증가폭을 보였다. 고삐 풀린 10대 청소년 범죄에 대해 취재했다.


살인·강도 등 5대 강력범죄 매해 늘어 ‘심각’
삐뚤어진 분노표출 방법으로 잔혹 범죄 저질러


올해 들어 유난히 10대 청소년 범죄 소식이 연일 언론을 강타했다. 강도, 절취, 폭행은 물론 강간, 살인 등의 강력범죄, 지능형 사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청소년 범죄 소식은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실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경찰청으로부터 제공받아 공개한 ‘미성년자가 피의자인 5대 강력범죄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올 6월까지 매년 10만 건 이상의 청소년 범죄가 발생했다.

잔인무도 집단화 뚜렷



2006년 9만628건이던 청소년 범죄는 2007년 11만5661건으로 불어난 이후, 2008년 12만3044건으로 증가했다. 2009년 11만8058건으로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2007년 이후 여전히 연간 10만 건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것. 특히 살인·강도·강간·방화 등의 강력범죄는 더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6년 1826건이었던 것이 2007년 2113건, 2008년 2322건, 2009년 2786건 등으로 해마다 20~30%에 달할 정도로 증가폭이 크게 나타났다.

2009년의 경우 청소년이 범인인 살인사건이 23건 발생했고, 강도사건은 전년 대비 500건 가량 급증한 2100건에 달했다. 강간과 방화는 각각 454건, 209건을 기록했다. 최근 발생한 청소년 범죄 가운데 가장 간담을 서늘하게 한 사건은 지난 6월 발생한 10대 청소년들의 친구 살해 후 시체 훼손 한강 유기 사건이다. 15세 또래 친구 5명은 가출을 통해 알게 된 김모(15·여)양을 불러내 함께 술을 마시고 놀던 중 ‘행실이 나쁘고 험담을 했다’는 이유로 폭행을 가했다.

이틀 간 계속된 폭행에 김양은 결국 숨지고 말았고, 김양의 사망에 잠시 당황하는 듯 했지만 이들은 이내 냉정을 되찾았다. 김양의 시체를 처리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한 이들은 시신을 한강에 버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무게가 만만치 않음을 느낀 이들은 숨진 김양의 시신에서 혈액을 빼내 무게를 줄이기로 결정하고 시신의 목과 발목을 훼손, 혈액을 제거한 뒤 담요 안에 벽돌과 콘크리트 덩어리와 함께 김양의 시신을 넣었다.

또 이들은 숨진 김양의 영혼이 후일 자신들에게 해코지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시신의 옷 호주머니에 노잣돈 형식의 동전을 넣고 이쑤시개에 불을 붙이는 등 ‘간이 분향’을 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끊이지 않는 아동성폭력 사건으로 나라 전체가 흉흉한 가운데 가해자가 청소년인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특히 성폭력 가해자의 경우 재범률이 높기 때문에 청소년 가해자의 경우 특단의 조치가 더욱 필요하다.

지난 6월 울산에서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 두 명이 장애 여학생을 성폭행한 사실이 밝혀졌다. 게다가 이 초등생 두 명은 학교 빈 교실과 옥상에서 버젓이 성폭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울산 모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A(13)군과 B(13)군은 지난 6월15일 5교시 쉬는 시간에 정신지체장애를 앓고 있는 동급생 C(13·여)양을 교내 빈 교실로 데려가 성폭행했다.

이에 앞서 이들은 같은 날 점심시간에도 C양을 학교 옥상으로 데려가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사흘 뒤인 18일 학교에서 또 다시 C양을 성폭행하려다 같은 반 친구들이 담임교사에게 사실을 알리면서 제지당했다. 또 인터넷을 이용한 지능사기범들도 잇따라 증가하고 있다. 중고 거래 카페 등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물품을 판다고 속인 뒤 피해자에게 돈을 입금받고 잠적하는 것은 기본, 조직적으로 메신저 피싱을 한 10대들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청주 상당경찰서는 지난 9일, 인터넷에서 물건을 시가보다 싸게 판다고 속여 피해자들로부터 돈만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이모(19)군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군은 지난 3월18일부터 22일까지 닷새간 인터넷 유명 중고사이트에 PMP, 카메라, MP3 등을 시가보다 20~30%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광고를 올렸다. 물론 “입금 즉시 물건을 보내주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군은 황모(29)씨 등 9명으로부터 200여 만원의 대금만 송금 받은 뒤 해당 사이트 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경찰에서 이군은 “친구들이 비슷한 사기를 저지르는 것을 보고 나도 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조사 결과 이군은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위반죄로 한 소년원에 재원하던 중 이와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에서는 10대 청소년들이 인터넷 메신저를 창구로 이용, 자신들보다 약한 초등학생을 협박해 부모의 개인정보를 빼낸 뒤, 소액결제 하는 수법으로 수천 만원을 가로챘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지난 6일,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650차례에 걸쳐 250명의 초등학생을 상대로 2600만원을 챙긴 장모(16)군 등 2명을 구속하고 노모(17)군을 불구속 입건했다.

가출한 뒤 게임방을 전전하며 지내던 이들은 돈이 떨어지자 범행을 계획했다. 먼저 장 군 일당은 인터넷 메신저에 가입, 프로필 등을 확인한 뒤 초등학생들을 무작위로 친구추가 했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의 ‘친구 맺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피해 초등학생들은 별 의심 없이 ‘친구 승낙’을 했고, 장 군 일당은 이때를 기다렸다.

무작위로 초등학생을 선정, 욕설을 퍼부으며 다짜고짜 부모님의 주민번호와 휴대폰번호를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럴 때마다 피해 초등학생들은 대화방을 나가려고 했지만, “다니는 학교를 알고 있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집단 폭행과 따돌림을 시키겠다”고 협박했다. 특히 이들은 초등학생들에게 “너 때문에 부모님이 다치는 모습을 보고 싶냐”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겁을 줬다.

초등학생들은 부모님 얘기에 겁에 질려 개인정보를 알려줬고, 장 군 일당은 이 개인정보를 이용, 사이버 문화상품권을 구입해 게임머니를 다시 구입하고 돈으로 환전하는 방법으로 돈을 굴렸다.

강도·강간·지능범 늘어

한편, 지역별 10대 청소년 범죄를 살펴보면, 서울에서 2만4086건, 부산 1만603건이 발생했다. 청소년범죄 발생건수가 가장 적은 곳은 제주로 1518건이었고, 이어 울산과 대전이 각각 2703건, 3220건을 기록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10대 청소년들의 범죄가 갈수록 잔혹해지는 것은 그들만이 잘못이 아니다”라면서 “아이들이 분노를 표출하고 조절할 수 없는 환경에서 어른들과 사회가 아이들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고, 단절된 가정과 사회의 무관심이 아이들을 그렇게 만들어 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들이 저지른 범죄의 현상이 아니라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게 된 이유, 그리고 이후 아이들의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