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빅매치' 오세훈 VS 표창원 가상대결

2016.01.04 11:17:30 호수 0호

‘박빙 예고’ 젊은 표심 어디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오세훈과 표창원의 대결. 분명한 것은 정치권에 등 돌린 젊은 유권자의 흥미를 돋울 만한 대진이다. 표창원에게선 지금은 홀연히 떠났지만, 3년 전 새정치 신드롬으로 젊은이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었던 ‘그’가 떠오른다. 오세훈은 ‘젊음’과 ‘청렴’이라는, 여권에선 찾아보기 힘든 무기를 지녔다.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으로 바꾸기 전인 지난 12월27일, 문재인 대표는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를 영입한다고 발표했다. 안팎에서 겪던 부침을 한 번에 꺾을 만한 승부수였다. 그러나 더 놀라운 소식은 뒤에 있었다. 문 대표는 표 전 교수를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맞붙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표 전 교수 또한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과도 붙을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대리전 양상

표 전 교수의 영입 소식이 전해진 날 <중앙일보>는 문 대표 핵심 측근의 말을 인용해 ‘표 전 교수를 오 전 시장의 출마지에 투입해 맞대결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서 ‘오 전 시장이 종로를 고집하지 않고 서울의 다른 지역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서 두 사람의 대결이 총선의 핵심 격전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측근의 말처럼 오 전 시장은 최근 새누리당 지도부의 압박에 종로 출마를 고집하던 기존 입장을 재고했다. 물론 종로 출마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것은 변함없지만, 당에서 말하는 소위 ‘험지’에 출마할 뜻이 있다고 전했다. ‘오세훈 대 표창원’의 대결이 서울 모처에서 벌어질 수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적어도 ‘대중성’의 측면으로 보면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두 사람이 붙는 곳이 총선의 핵심 격전지가 될 것이란 측근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오 전 시장은 지난 4·29 재보궐 선거를 통해 정가에 복귀한 후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지난 2011년 무상급식을 두고 서울시장직에서 불명예 사퇴를 하던 시절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당내 입지는 천양지차다. 재보선 당시 오신환 의원과 함께 ‘오 브라더스’를 결성, 야성이 강한 관악을 지역 승리를 이끌었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 또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낙마할 당시 차기 후보로 거론되던 중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큰일 하실 분에게 총리는 맞지 않다”라는 평을 들었을 만큼 인정받는 모습이다.

긍정적 지표는 곳곳에서 확인 가능하다. 다소간 길어졌던 정치 공백을 뒤로하고 어느 순간 대선주자 여권 2위까지 올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정례조사 결과를 쭉 살펴보면 오 전 시장은 김무성·문재인·안철수·박원순 등 잠룡들과 쟁쟁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라이벌’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015년 11월 3주차 이후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반면, 오 전 시장은 12월 2주차 이후 계속 상승하고 있어 둘 사이의 격차는 이제 2.5%포인트까지 좁혀진 상황이다(박 시장 9.1%, 오 전 시장 6.6%).

경찰대학 행정학 학사를 졸업, 영국 엑서터대학교 대학원에서 범죄학 박사학위를 받은 표 전 교수는 지난 2012년까지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를 역임한 이력이 있다. 또한 대한민국 최초의 프로파일러로 활동하며 강호순, 발바리 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을 해결한 경험이 있다. 방송을 통해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한 모습이 유권자들 뇌리에 각인된 상태다. 이제 막 정가에 발을 들인 입장이지만, 웬만한 정치인 이상의 인지도를 지녔다.

더민주 입장에서는 특화된 분야를 맡을 수 있는 전문가의 영입이라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다. 특히 총선에 앞서 중도 보수를 끌어안을 수 있는 안보 이슈가 진보 측에게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표 전 교수가 그 부분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이기도 한 그는 지난 12월27일 자신의 SNS를 통해 밝혔듯 경찰 현안과 지난 국정원 댓글 사건에 있어선 누구보다 전문가다.

[오] 여권 내 20대 선호도 1위 부상
[표] 대중성·전문성 지닌 히든카드

오 전 시장과 표 전 교수가 붙는다면, 핵심 타겟층이 겹칠 것으로 분석된다. 표 전 교수가 입당한 더민주의 20∼30대 선호도가 새누리당에 비해 높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오 전 시장 또한 여권 인사임에도 전국 19∼29세까지 유권자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 향후 대결까지 갔을 때 결과가 주목된다.

지난 12월 4주차 리얼미터 정례조사를 기준으로 보면 19∼29세 유권자 중 전체 7.4%가 오 전 시장을 지지, 전체 12명의 후보 중 20.9%의 안철수, 20.6%의 박원순, 15.0%의 문재인 다음으로 4위를 차지했다. 여권 내로 좁히면 단연 1위. 잘 생긴 외모, 젊은 정치인이란 이미지, ‘오세훈법’을 통해 얻은 청렴함이란 수식어가 젊은 층에게 통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통분모는 비단 지지층만이 아니다. SBS의 대표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두 사람이 선보인 모습은 지금과 같은 높은 인지도의 자양분이 됐다. 오 전 시장은 지난 1996년 10월14일부터 1997년 9월29일까지 약 11개월 동안 진행을 맡아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표 전 교수의 대표 프로그램 또한 <그것이 알고싶다>다.

그러나 실제 맞대결로 갈지는 미지수다. 최근 새누리당 내에서는 오 전 시장을 자신이 살던 광진구에 출마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광진구갑은 김한길 의원, 광진구을은 추미애 의원이 각각 현역으로 있는 지역구다. 만약 오 전 시장이 광진에 출마하고 표 전 교수가 따라간다면 당내 경선이 불가피하다. 혹여 김 의원이 무소속으로 광진구갑에 다시 출마한다 해도 오세훈·표창원·김한길 3자 구도가 돼 야권의 표가 분산될 우려가 있다. 서울에 두 사람이 대결할 지역이 많지 않다는 게 정가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또한 표 전 교수를 과연 여권 잠룡과 붙이는 게 맞느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있다. 지난 12월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표 전 교수는 “(오 전 시장과의 대결이든) 무엇이든지 받아들이겠다”며 “오 전 시장이 아니라 박 대통령하고 붙어라 해도 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힌 적 있는데, 이에 대해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순간적으로 영웅 심리에 빠져 있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성사는 미지수

일각에서는 표 전 교수의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입당하기 전 복수의 언론은 그간 표 전 교수에 대해 온건한 보수주의자로 규정해왔다. <보수의 품격>이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선 긍정하는 발언을 자주했었다(물론 독재에 대해선 비판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중도 혹은 진보진영으로부터 비판받는 가장 큰 이유다.

표 전 장관의 SNS를 보면 “‘신사의 품격’과 ‘전사의 용맹함’을 보여 드리겠다”는 문장이 눈에 띈다. 과연 중도 보수를 표방하던 그가 진보진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오 전 시장과의 대결이 성사될 수 있을지 여부에 젊은 유권자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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