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미래에셋 성공신화 대해부

2016.01.04 11:12:43 호수 0호

대한민국 금융 좌지우지 “적수가 없다”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국내 금융투자시장은 미래에셋의 등장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축의 시대를 투자의 시대로 바꾼 미래에셋은 최근 대우증권마저 손에 넣으며 자본금 8조원대의 압도적인 1등 증권사로 우뚝 섰다. 설립 18년 만에 금융투자업계의 판도를 좌지우지하는 큰 손이 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샐러리맨 성공신화를 써내려간 박현주 회장이 중심에 서 있다.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 증권가의 맏형이자 버팀목 역할을 담당했던 대우증권의 새 주인으로 미래에셋증권이 낙점됐다. 대우증권의 풍부한 투자은행(IB) 경험과 미래에셋증권의 해외 네트워크가 맞물려 글로벌 대형 IB 탄생의 초석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역동성이 떨어진 금융투자시장에 신선한 충격으로 작용할지 기대가 높다.

대우증권 인수
시너지 기대

지난 12월24일 대우증권 최대주주이자 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미래에셋컨소시엄(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선정했다. 산은 금융전문가로 구성된 금융자회사 매각추진위원회는 매각가치의 극대화와 조속한 매각, 국내 자본시장 발전 기여라는 3대 기본원칙과 국가계약법상 최고가 원칙에 따라 매각을 결정했다.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는 업계 판도를 재편성하는 계기나 마찬가지다. 미래에셋증권의 2015년 3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은 업계 4위인 3조4620억원. 여기에 대우증권(4조3967억원)을 더하면 7조8587억원의 자기자본을 보유한 초대형 증권사로 탈바꿈한다. 통합 후 총 고객수는 300만명에 육박한다. 기존 1위였던 NH투자증권(4조6044억원)은 현격한 격차가 실감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이로써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생명 등을 포함한 미래에셋그룹의 자기자본은 10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미래에셋은 대주주 변경과 금융위원회 출자 승인 신청에 이어 계약금 납부와 확인 실사 등 모든 인수 절차를 순차적으로 마무리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대우증권이 지닌 상징적 가치를 얻은 것만으로도 미래에셋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분위기다. 1970년 이래 대한민국 증권가의 산 증인으로 자리매김했던 대우증권은 그간 수많은 위기와 풍파 속에서도 증권가를 지켜왔다.

‘증권가 맏형’ 대우증권 새 주인 낙점
자기자본 8조원 초대형 증권사 탄생

대우증권은 1997년 외환위기로 촉발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와 1999년 대우그룹의 부도로 계열 분리되는 아픔을 겪었다. 자금난에 허덕이던 대우증권은 결국 1999년 워크아웃을 선언했고, 2000년 새 주인으로 나선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2013년에는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미국의 양적완화 후폭풍이 증시 침체로 이어지면서 매매수수료 수입 급감과 채권 투자 손실이 커진 탓이다.

고된 풍파 속에서도 대우증권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자산관리·해외투자에 강한 미래에셋증권과 투자은행(IB)·리테일 부문에 강점이 있는 대우증권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IB분야에서 대우증권은 명실공히 업계 최고로 손꼽힌다. 국내 102곳의 점포를 기반으로 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역시 대우증권의 강점이다.

IPO시장에서 대어급들의 상장을 주도하는 것은 물론 DCM(채권발행시장)에서도 수위권이다. 대우증권은 2014년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였던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상장을 단독으로 대표 주관한 데 이어 호텔롯데의 대표 주관을 맡는 등 IB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발휘해왔다.
 

미래에셋그룹은 2003년 국내 최초의 해외 운용법인인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을 출범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에 주력해 왔다. 여기에 해외 법인 실적 1위인 대우증권의 네트워크가 융합된다면 해외 진출 계획이 한층 탄력 받을 것이라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IB 분야에서는 업무 중복이 거의 없고 서로 다른 분야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우수 인력을 활용해 해외IB영역 및 해외자본 투자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샐러리맨 신화
박현주의 18년

미래에셋의 대우증권 인수는 평범한 샐러리맨이 일군 작은 회사가 45년 전통의 명문 증권사를 품에 안았다는 점에서 여타 M&A와 의미를 달리한다.

광주광역시 시골 마을에서 자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업계에서 손꼽히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980년대에 동양증권에 신입 영업사원으로 입사했던 박 회장은 32세에 국내 증권사 최연소 지점장 기록을 갈아치우며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다.


지점장으로 부임한 지 2년 만에 해당 지점을 전국 1등으로 만드는 등 엄청난 수익률로 단박에 시선을 휘어잡았다. 은행 적금이 서민들의 유일한 재테크 수단이었던 시기에 돈 있는 사람을 주식시장으로 끌어 모아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절정의 명성을 구가하던 1997년, 박 회장은 돌연 사표를 내고 자신의 회사를 차렸다. 오늘날 미래에셋의 시작이다. 미래에셋캐피탈 설립과 함께 밑그림을 그린 박 회장은 이듬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만들어 국내에 간접투자라는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펀드라는 개념이 알려진 게 이 무렵이다.

펀드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당시에 박 회장은 지점 근무 당시 떨친 유명세를 십분 활용해 본인의 이름을 딴 국내 첫 펀드인 ‘박현주 1호’를 선보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펀드의 성공은 저축에서 투자로 자금을 이동시키는데 일조했다. 뒤이어 국내 첫 부동산펀드 및 PEF 등을 내놓으며 미래에셋은 금융투자 역사를 새로 써갔다.

그사이 샐러리맨에서 금융그룹 창업자로 성공신화를 써내려 간 박 회장은 신선한 아이디어와 돋보이는 실행력으로 국내 최고 투자전문가 자리에 올랐다. 박 회장과 함께 성장을 거듭한 미래에셋 역시 불과 18년 만에 국내 최대 금융그룹사로 발돋움했다.

“금융투자 패러다임 바꾼다”
‘미다스의 손’ 박현주 뚝심

미래에셋그룹은 이미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생명, 미래에셋캐피탈, 부동산114 등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갖춘 투자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전체 직원 4800명, 운용자산(AUM) 186조4515억원이다. 미국, 영국, 홍콩, 중국 등 글로벌 12개국에 총 20여개 법인·사무소를 운영할 만큼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탄탄대로만 있던 것은 아니다. 2007년 설정한 ‘인사이트펀드’는 박 회장의 커리어에 커다란 오점을 남겼다. 미래에셋의 인기 덕에 국민펀드로도 불리던 인사이트펀드는 국가, 주식, 채권 등 특정 지역 및 자산에 얽매이지 않는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를 표방했지만 처참히 실패했다. 박 회장도 인사이트펀드의 실패를 굉장히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평가받던 미래에셋의 파격적인 시도들은 “너무 앞서간다”는 비난으로 돌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며 향후 행보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마저 더해졌다.
그렇지만 미래에셋은 속도를 멈추지 않았다. 글로벌 빌딩, 호텔 등 대체투자로 돌파구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결정된 대우증권 인수는 글로벌 금융투자회사를 지향하는 미래에셋의 의지를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박 회장은 “대우증권 인수는 규모의 경영을 이루고 한국경제 투자활성화의 절실함에서 출발했다”며 “투자금융을 통해 해외 진출을 선두해온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이 합쳐진 만큼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 투자기회를 찾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지각변동 예고
창창한 앞날

미래에셋의 활발한 행보는 어느덧 금융투자시장 전반의 분위기마저 바꿨고 대우증권 인수는 또 다른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초대형 증권사로 발돋움한 미래에셋-대우증권 체제에 대항하기 위한 국내 증권사 간 M&A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대형증권사들은 해외 IB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라도 몸집불리기가 필요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현재 종합금융투자사로 지정된 곳은 NH투자증권, KDB대우증권(4조2581억원), 삼성증권(3조5705억원), 한국투자증권(3조2580억원), 현대증권(3조2100억원) 등 5곳이다. 일본 노무라증권과 중국 중신증권의 자기자본이 각각 28조원, 10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차이는 더욱 극명해진다.

결국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증권사 간 인수합병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통상 자기자본을 늘리는 방법으로는 인수합병이나 증자를 선택할 수 있는데 증자로 덩치를 키우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다.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를 증권가 빅뱅의 신호탄쯤으로 해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올해는 리딩투자증권, LIG투자증권 등의 매각이 예정돼 있어 증권업계의 지형이 새롭게 짜일 것으로 보인다. LIG투자증권의 경우 대주주인 KB손해보험이 지난 12월22일 우선협상대상자인 케이프인베스트먼트와 지분 매각 계약을 체결해 내년 상반기 안에 매각 절차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잠재 매물도 대기 중이다. 현대증권은 지난 10월 인수를 추진하던 오릭스 프라이빗에쿼티코리아의 지분 계약 해제 통보로 현재는 매각이 무산된 상태다. 

물론 불안요소도 있다. 미래에셋이 당초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은 2조4500억원 가량을 써낸 사실이 알려지자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형 증권사의 인수를 반대해 온 대우증권 노조와의 협상 여부도 관심거리다. 노조측은 본 실사 원천 봉쇄 방침을 내세운 데다 최악의 경우 총파업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합병 과정에서 적지 않은 잡음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1위 포부
박현주의 열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에셋의 앞날은 어느 때보다 창창하다. 일단 여타 회사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회사를 키우고자 하는 박 회장의 열의가 돋보인다. 이미 박 회장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그룹 실질 자기자본을 3년 안에 10조원 수준으로 확충할 것임을 천명한 상황이다. 창립 18년만에 자산규모는 7000배, 조직규모는 1200배 커진 미래에셋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자서전을 통해 밝혔듯이 박 회장은 미래에셋을 모건스탠리나 골드만삭스와 견줄만한 회사로 키울 생각”이라며 “미래에셋의 행보에 업계의 시선이 몰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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