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당대회 삼중고

2010.08.31 13:24:02 호수 0호

“엎친 데 덮친 격이라더니…”


정동영 의원의 한숨이 깊다. 민주당에 10월 전쟁이 임박했지만 차기 당권을 잡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칩거’했던 손학규 전 대표가 정계 복귀를 선언하고 정세균 전 대표가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 하면서 전당대회는 ‘민주당 빅3’의 정면대결로 흐르고 있다.

여기에 차기 당지도부 ‘구상’을 두고 손 전 대표와 정 전 대표가 손을 맞잡은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또한 갑작스레 튀어나온 금도장 로비 의혹도 정 의원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정세균-손학규 연합군, ‘정동영 당권 막아라’
금도장 로비 의혹 ‘당혹’, ‘담대한 진보’ 승부


정동영 의원이 ‘담대한 진보’를 들고 10월 전당대회를 겨냥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앞에 놓인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정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의 대권주자였다. 하지만 잇따른 대선과 총선 패배 후 유학길에 오르며 정치와는 거리를 벌렸다. 재보선 출마를 위해 돌아왔지만 그의 ‘고생담’은 끝나지 않았다. 민주당을 탈당해 재보선을 치러야 했던 것. 재보선에서 살아 돌아왔지만 복당을 하기까지, 그리고 복당을 하고서도 그는 한껏 자세를 낮춰야 했다.

정·손 연합군 진격 중

정 의원은 지난 6월 “이제부터 (출마를) 고민해볼 것”이라는 말로 전당대회 출마를 시사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선진화의 길을 가고자 한다면 민주당은 복지화의 길을 가야 한다”면서 한나라당과의 차별화 될 수 있는 ‘담대한 진보’를 민주당의 ‘새로운 길’로 들고 나왔다. 이번 전당대회는 ‘놓칠 수 없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로 선출되면 총선과 대선이 있는 2012년까지 제1야당의 수장을 맡게 된다. 제1야당의 당대표는 대선구도가 본격화되는 내년 초까지 가장 주목받을 수 있는 자리이며 대선 전 치러질 총선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8월17일 발표한 민주당 대의원들을 상대로 한 차기 당대표의 임기와 역할에 대한 조사는 이러한 인식을 뒷받침한다.

이 여론조사에서 대의원들은 차기 지도부의 임기를 ‘2012년 총선을 새 지도부의 책임 하에 치르는 것이 낫다’(71.4%)고 답했다. ‘새 지도부의 임기를 내년 연말까지 제한한 뒤, 새로운 관리형 대표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것이 낫다’는 응답은 23.7%에 불과했다. 당 대표의 역할은 ‘총선과 대선 준비’(56.5%)가 ‘대선 후보’(39.9%)를 선택한 이들보다 높았다. 대체로 당권·대권 분리에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총선 공천권을 가진다는 것은 곧 당내 세 확장과 더불어 대권 보증수표가 된다는 것이어서 당내 ‘빅3’로 분류되는 이들이 모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강원도에 칩거하고 있던 손학규 전 대표는 “다시 한 번의 용기를 내겠다”는 말로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7월 재보선 패배 후 당대표직에서 물러났던 정세균 전 대표도 지난 8월22일 “거대한 보수 세력에 맞서 이기기 위해 당은 ‘큰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그 선두에 정세균이 서겠다”고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문제는 ‘만만치 않은’ 손학규·정세균 전 대표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는 연대의 기운이다. 이미 민주당 대의원들을 상대로 한 차기 당대표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박빙의 선두다툼을 벌이는 있는 두 사람이 차기 지도체제를 놓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 정 의원이 대표와 최고위원 선거를 한번에 치르는 ‘집단지도체제’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정 전 대표와 손 전 대표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에 공감을 표하고 있다.

정 전 대표와 손 전 대표는 친노·486 지지층이 겹치는 데다 ‘정동영만은 안된다’는 상황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연대가 가능하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 같은 구상이 현실로 이뤄질 경우 정 의원의 차기 당권 도전은 난관에 부딪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별개로 그의 당권행보에는 ‘금도장 로비 의혹’이라는 장애물이 놓여있다.

제4대 국새 제작단장인 민홍규씨가 지난 2007년 국새 제작을 위해 구입한 금 가운데 일부를 빼돌렸으며, 이 금으로 만든 합금도장을 정·관계 인사들에게 제공했다는 의혹에 정 의원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것. 정 의원은 도장을 받은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금붙이도 아니고 놋쇠 도장에 불과하다”며 “대선 당시 누군가 들고 온 것을 뿌리치지 못해 받아둔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 2007년 국새 제작단원이었던 이창수씨는 이 도장이 당시 가치로 200여 만원 정도였지만 일반인에게는 1500만원∼2500만원에 판매된 고가품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행정안전부가 이 사건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여서 정 의원도 수사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경우 수사 상황에 따라 ‘금도장 로비 의혹’은 정 의원의 전당대회 도전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담대한 진보’ 뚜벅뚜벅

정 의원은 그러나 ‘담대한 진보’를 구체화하는 데 여념이 없다. 그는 지난 8월8일 ‘저는 많이 부족한 대통령 후보였습니다’라는 반성문을 통해 “‘담대한 진보’의 길을 뚜벅뚜벅 걷겠다. 지금까지 정치 역정을 차근차근 되새김질한 결과 찾아낸 결론이다.

이것은 제2의 정치인생을 시작하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이라며 “오직 이 길만이 그동안 부족한 저에게 보내준 국민의 뜨거운 사랑에 보답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당과 당원들과 함께 ‘진보적 민주당’의 길을 가겠다. 다시 태어나고 다시 헌신하려 한다”고 밝힌 후 이를 구체적인 정책으로 끌어내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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