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우롱하는 치킨 무료 쿠폰의 비밀

2010.08.31 11:01:09 호수 0호

“사용하려면 속 터져”

치킨은 이가 나기 시작하는 3세부터 80세 노인까지 즐겨먹는 대표 육류다. 수요가 많은 만큼 매장도 많다. 그러다 보니 경쟁이 치열한 건 당연지사. 무료 쿠폰 이벤트가 나온 배경이다. 10~12개의 쿠폰을 모으면 치킨 한 마리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이 대부분. 그런데 이 같은 치킨 무료 쿠폰이 소비자를 우롱하는 이벤트로 전락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주문한 치킨이 속병을 일으키고 있다. 이유는 쿠폰으로 주문했다는 한가지다.

고객 유혹 상술, 쿠폰 주문 시 양·서비스 등 부실 
프랜차이즈 본사 “가맹점에서 알아서 할 일이지…”


페리카나 치킨을 좋아하던 최모양. 친구와 집에서 대화 중 치킨이 먹고 싶었고, 생각난 것이 쿠폰이었다. 그동안 페리카나를 즐겨 이용했기 때문에 쿠폰이 많았다. 쿠폰 10장이면 프라이드 치킨 한 마리가 공짜. 즐거운 마음에 전화를 하고 사전에 쿠폰 주문이라는 것을 알렸다. 그런데 상대방은 친절하게도 “어떤 것으로 가져다 드릴까요?”라고 물어왔다. 기분이 좋아진 최양. 그러나 이 기분은 오래가지 못했다. 바로 “프라이드는 1000원, 반반은 2000원 추가에요”라는 답변 때문이다.



쿠폰 거절 핑계 유형

쿠폰 10장이면 무료라고 했는데, 왜 돈을 내야 하는지를 묻자, 지난해부터 주인이 바뀌고 나서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쿠폰은 달라진 것이 없다. 색만 조금 연할 뿐이지, 글자와 내용은 동일하다. 최양은 “2000원이 비싼 것은 아니지만,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아 불쾌하다”고 말했다. 매장에서 쿠폰을 발행하는 이유는 고정 고객을 잡기 위해서다. 일종의 마일리지(포인트) 적립인 셈이다.

10회 이상 이용 시 1회 무료 이용이 가능한 경우로 이해하면 쉽다. 고정 고객 확보로 안정적인 매출을 꾀하는 전략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공짜다. 10회 이상 이용 시 한번의 공짜는 만족을 높인다. 그러나 이러한 쿠폰을 막상 사용하려 할 경우 소비자가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대구에 사는 박모 씨는 얼마 전 쿠폰 10장으로 무료 치킨을 주문하면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쿠폰 10장 시 치킨 한 마리’의 공지와는 다른 치킨이 배달된 것이다. 조각조각난 치킨은 한 마리가 아니라 먹다 남은 잔반 형태였다. 전화를 걸어 따지는 박모씨에게 매장 측은 “통닭 한 마리를 조각낸 것”이라고 답변했다. 박씨는 “10번 넘게 즐겨 주문하던 통닭집인데 배신감이 밀려왔다”며 “오히려 이렇게 많이 시켜 먹어 줘서 감사한 마음에 더 잘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박씨는 오븐구이 치킨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A브랜드의 치킨을 다시는 이용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쿠폰으로 무료 메뉴를 주문할 경우 매장들의 핑계거리는 여러 유형이다. 대표적인 것이 주인이 바뀌어서 기존의 쿠폰 사용이 안된다는 것. 두 번째는 유효기간이다. 치킨가게에서 임의로 정하기도 하고 쿠폰에 겨우 알아 볼 수 있을 정도의 작은 글씨로 넣어지기도 한다.

세 번째는 주말 기피다. 상대적으로 주말에는 주문량이 평일보다 많다. 이를 놓치지 않겠다는 뜻이다. 또 평일의 무료치킨은 재고 정리에도 도움이 된다. 쿠폰 사용뿐만 아니라 제공에도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경북 포항에 거주하는 C씨는 B치킨을 주문하면서 쿠폰으로 인해 이용하는 치킨 가게를 바꿨다. C씨는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고 해 주문했다. 그런데 배달된 치킨에는 쿠폰이 없었다.
 
의아한 C씨는 전화를 걸어 쿠폰이 없음을 밝혔다. 들려온 대답은 카드로 결제 시 쿠폰 제공이 불가하다는 것. C씨는 “카드로 결제 시 쿠폰을 주지 않는 곳은 B치킨이 처음”이라며 “처음부터 쿠폰을 안 준다고 말했다면 당연히 주문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카드로 결제하면 카드 수수료를 내야 하니까 쿠폰 가지고 장난을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가맹점의 이 같은 쿠폰 문제에 대해 프랜차이즈 본사는 “대안이 없다”는 반응이다. 본사 차원의 쿠폰 이벤트가 아니고 개별 매장에서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본사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지훈 가맹거래사는 “쿠폰을 잘 활용하면 매출에도 큰 도움이 되지만, 고객과의 갈등이 발생하면 브랜드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따라서 본사도 뒷짐만 지고 있을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의 경우 매장에서 사용하는 쿠폰과 관련한 지원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쿠폰 디자인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제작비는 개개 매장이 별도 부담해야 한다. 또한 쿠폰 사용에 따른 무료 치킨도 매장의 몫이다.

일반적으로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가 매장에 공급하는 닭의 가격은 4000원~5000원 사이다. 프라이드와 오븐구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9호와 10호 크기 기준이다. 따라서 매장에서 쿠폰을 사용하면 닭의 공급가와 포장비 등 6000~7000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매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손해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가맹본사 “가맹점 일, 몰라”

그러나 이 같은 불친절은 브랜드의 이미지에 상당한 먹칠을 할 수 있다는 경고다. 쿠폰으로 갈등이 발생한 고객의 경우 대부분 이용하는 치킨 브랜드를 변경했다. 또 주위에도 입소문을 통해 불만을 전파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불만 사항은 급속히 전파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치킨 브랜드인 BBQ, 굽네, 네네 등도 쿠폰 사용에 따른 불만이 나오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 대표는 “가맹점주마다 생각의 차이가 있어 조율하기가 쉽지 않다”며 “적극적인 매장의 경우 지원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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