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흥 ‘누드 산림욕장’ 개장 찬반 논란

2010.08.24 11:07:21 호수 0호

국내 최초 알몸 ‘산림욕·풍욕’ 가능할까?

국내 최초로 알몸으로 산림욕을 즐기고 풍욕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전남 장흥군은 오는 9월, 알몸 산림욕장을 개장하고 산림욕장 내에 풍욕이 가능한 움막과 토굴, 평상 등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9월 개장을 시작한 뒤 12월까지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소식에 네티즌들의 반응도 뜨겁다. 우리사회의 통념상 공공장소에서 알몸으로 산책을 한다는 게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과거 제주도 등에서 추진했다가 무산된 ‘누드 비치’는 네티즌들의 이 같은 우려에 무게를 싣고 있다.

알몸 편백나무 산림욕·풍욕 9월 중순 무료 개장 예정
“누드 비치도 무산됐는데…” 기대 반, 걱정 반 ‘논란’


최근 도시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의 자연친화적인 생활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있다. 갑갑한 도시를 벗어나 공기 좋은 농어촌, 산속으로 들어가 사는 사람들도 있고, 도시와 가까운 전원으로 이사해 평일과 주말을 분리, 전원생활을 즐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조차 여의치 않으면 주말이나 휴가를 이용해 산과 들에서 자연을 즐기기도 하는데 이와 관련 최근 수년간 바람을 일으킨 것이 산림욕이다. 때문에 전국 방방곡곡에 민영 혹은 공영 휴양림과 산림욕장이 급증하고 있지만 알몸으로 산림욕을 즐길 수 있는 산림욕장 추진은 전남 장흥이 유일하다.



알몸으로 숲길을 걸어요

전남 장흥군은 올해 초부터 국비·군비 45억원을 투입, ‘치유의 숲’을 조성중이다. 장흥읍 우산리에 있는 개인 소유 편백나무 숲 20ha를 사들여 조성중인 ‘치유의 숲’ 중앙에는 산림욕장이 들어설 예정이며, 2ha(약 2000평)의 편백나무 숲 사이에 들어서는 이곳에서는 이용객들이 몸에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채 산림욕과 풍욕, 명상 등을 즐길 수 있도록 계획했다.

실제 수목이 울창한 산 속 길을 걸으면 상쾌한 기분이 든다. 이는 단지 기분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무에서 발산되는 피톤치드라는 방향성 물질이 인체에 영향을 미쳐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만드는 것.
피톤치드는 나무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방출하는 것으로 미생물에게는 유독하지만 사람에게는 유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알레르기성 질환 치료에 특효가 있다는 주장이 있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당초 장흥군은 이곳에 ‘누드 산림욕촌’ ‘누드 에코토피아’ 등의 이름을 붙여줬지만 일부 종교인들의 반대로 이름에서 ‘누드’라는 단어를 뺐다. 대신 ‘생생한’ ‘활기찬’이라는 의미의 ‘비비드(vivid)’라는 단어를 사용해 ‘비비드 에코토피아’로 이름을 바꿨다.
대신 2ha 안에서 알몸으로 산림욕을 하도록 한 계획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와 관련 장흥군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알몸을 드러내는 게 부담스러운 이용객을 위해 대나무로 둘러친 6.6㎡(2평) 규모의 움막 6곳과 토굴 2곳, 평상 3곳 등을 마련해 풍욕을 즐기도록 했다.

산림욕보다는 덜 알려졌지만 ‘풍욕’ 역시 최근 사람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자연 치유 방법이다. 피부를 건강하게 하고 호흡과 배출능력을 극대화시키는 데 효과가 있지만 옷을 벗은 채로 신선한 공기에 신체를 노출해야 하기 때문에 공개적인 장소보다는 집안에서 창문을 열어놓고 실행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장흥군은 이 같은 풍욕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편백나무가 울창한 산림에 풍욕장을 만들고 가족이나 친구 단위로 이를 즐길 수 있게 했다.
특히, 9월 중순께 완공 예정인 비비드 에코토피아는 12월 말 시범 운영 기간 동안 무료로 운영될 예정이어서 평소 ‘풍욕’을 즐기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기대 반, 걱정 반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남성들만 우글거릴 것 같지만 그래도 어쩐지 가보고 싶다”며 새로운 시도에 호기심을 보이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우리나라 정서에는 맞지 않는다” “산림욕의 효과가 나체일 때 더 큰 것이냐” “움막 안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지도 모른다”는 등의 부정적인 의견도 제기됐다.

네티즌의 이 같은 의견에 장흥군 관계자는 “산림 치유의 개념에서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자연 상태에서 산림욕과 풍욕, 명상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면서 “서로 모르는 남녀가 알몸으로 섞여 노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일정한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는 형식을 취할 것이기 때문에 미풍양속에 어긋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제주도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야심차게 추진했던 ‘누드 비치’도 논란만 일으킨 채 잠정 중단 됐고, 이에 앞선 2005년에는 강원도 고성군에서 여성전용 누드비치를 만들려다 주민의 반대에 밀려 백지화하는 등 ‘누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까지 좋지 않은 점 등은 ‘비비드 에코토피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의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비비드 에코토피아의 아이디어를 낸 이명흠 장흥군수는 잔뜩 고무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보다 반응이 나쁘지 않고, 비비드 에코토피아가 전국의 화젯거리로 등장한 이유에서다.

이 군수는 ‘누드 비치’와 비비드 에코토피아가 비교되는 것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는 “이곳은 치유의 공간이다. 항간에서 걱정하는 미풍약속을 해친다거나 성문란 풍조 조장은 말이 안 되는 얘기다. 편백나무의 피톤치드 발산으로 정신이 맑고 경건해지기 때문에 바다보다 숲에서의 불미스런 사고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군수에 따르면 풍욕장은 옷을 입고 출입할 수 없다. 입장 시 신체 중요부분을 가리고 최대한 자연과 가까운 모습으로 풍욕을 즐길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복장을 나눠주는데 이를 입고 풍욕을 즐기면 된다는 설명이다.

걱정 반, 기대 반…결과는?

이어 이 군수는 “비비드 에코토피아 조성 목적은 아토피 등 환경성 질환자들의 치유와 현대인들에게 휴식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지 단순 눈요기나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시설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이 군수의 강단에도 불구하고 사실 아직까지 비비드 에코토피아를 생각하면 ‘누드’와 ‘나체’ ‘알몸’ 등이 먼저 떠오른다. 전남 장흥군에서 뜻하는 바와 같은 방향으로 에코토피아가 운영 되려면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인식의 전환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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