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전기톱 난동 사건 전말

2010.08.24 10:52:52 호수 0호

공사 반대하니 발목을 ‘드르륵’

쌍용건설 하청업체 직원이 만취한 상태에서 전기톱 난동을 벌였다. 이 일로 공사에 반대하는 주민의 아킬레스건 일부가 심하게 손상됐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지자 세인들의 눈길은 온통 쌍용건설에 꽂혔다. 이에 쌍용건설이 적극 해명하고 나섰지만 주민들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며 혀를 차고 있다. 이전부터 주민들과의 물리적 마찰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사 반대 주민에 전기톱 휘둘러 아킬레스건 손상
농성 천막 강제 철거하려다 주민 부상…잇단 사고


‘홍익 초·중·고 성미산 이전 공사’를 맡은 쌍용건설의 하청업체 직원이 공사에 반대하는 주민에게 전기톱을 휘둘러 부상을 입히는 사고가 벌어졌다.

“예견된 사고였다”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5일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 공사 현장에서 쌍용건설 하청업체 직원 송모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혼자 벌목을 하다가 이를 말리는 주민의 발목 뒤쪽(아킬레스건)을 전기톱으로 손상시켰다. 경찰은 일부러 가해를 하려 한 의도는 없는 것으로 보고 과실치상 혐의로 송씨를 체포했다.
경찰과 주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새벽 0시20분쯤 송모씨가 만취한 상태로 “공사를 강행하겠다”며 혼자 성미산 공사 현장에 올라와 전기톱으로 벌목을 시작했다.

굉음을 들은 주민들이 ‘성미산 생태보존과 생태공원화를 위한 주민대책위(이하 대책위)’쪽에 긴급히 연락을 했고, 때마침 근처에 있던 대책위 주민들이 서둘러 현장으로 갔다.

이 가운데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주민 안모씨가 송씨의 벌목을 제지하려다 송씨가 휘두른 전기톱에 왼쪽 발목 아킬레스건을 다쳤다. 아킬레스건 일부가 심하게 손상된 안씨는 인근 병원으로 긴급후송 돼 2시간여에 걸쳐 수술을 받았다.

성미산은 천연기념물 붉은배새매와 서울시가 보호종으로 지정한 새들이 살고 있는 절대 보존지역이지만 홍익재단이 홍익부속 초·중·고 이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성미산 주민들은 2003년 성미산배수지 건설 반대투쟁 이후 또다시 개발에 직면한 성미산의 생태 보존과 자녀들의 학습권 보장 등을 이유로 두 달 넘게 천막 농성 등을 벌이며 반대 운동을 진행해오고 있다.

문치웅 대책위원장은 “이는 말 그대로 ‘살인행위’”라며 “교육을 목적으로 학교를 짓겠다는 사람들이 2010년 서울시내에서 이런 만행을 저질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지자 쌍용건설의 허술한 하청업체 관리·감독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이에 쌍용건설 측 관계자는 “우리는 모든 하청 업체에 대해 ‘주민과의 마찰을 절대 금한다’는 지침을 항상 교육시키고 있다”며 “이 사건은 근무시간 외에 일어난 하청 업체 측의 독단적인 행동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어찌 됐든 시공사로서 도의적 책임이 있다는 것을 통감하며 재발 방지 및 사후 조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책위는 이미 예견된 사고였다는 입장이다. 하청업체 직원들과 물리적 마찰을 빚은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오전 10시쯤 시행사인 쌍용건설과 토목 공사 업체인 삼은개발 직원들은 현장에서 벌목을 시작했다. 주민들이 이를 저지하자 발길을 돌려 천막 강제철거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사람이 밟고 서 있는 천막을 잡아당기는 바람에 주민 양모씨가 쓰러져 응급실로 이송됐다.

하루 전인 11일에는 쌍용건설 안전 관리자 등이 천막을 찾아와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목을 조르는 등 심각한 수준의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지난 달 29일 새벽에도 시공사와 하청업체 직원들이 나와 주민들의 농성천막 주변 나무를 전기톱으로 잘라내, 이를 막으려 주변에 서 있던 한 주민이 나무에 맞아 다치는 사고도 일어났다.

쌍용건설이 압박?

이와 함께 대책위는 “이 같은 사건들이 하청 업체만의 독단적인 행동이라고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쌍용건설의 압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쌍용건설 측 관계자는 “오히려 압박은 발주처와 주민들 사이에 끼어있는 우리가 받고 있다”며 “어째서 우리가 민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행동을 묵인 하겠느냐”고 해명했다. 하지만 송씨가 경찰조사에서 “공사 강행 압박이 너무 힘들어 술을 마시고 벌목을 하러 올라갔다”고 진술한 것은 뭔가 석연찮은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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