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빈소 정치’ 엿보기

2015.11.30 09:26:34 호수 0호

상도동 막내가 YS 후계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거산(巨山)이 떠났다. 대한민국 정치사의 큰 산과 같던 ‘그’다. 빈소는 그의 차남과 정치적 아들이 지켰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상주를 자처, 직접 조문객을 맞았다. ‘무대(무성대장)’에게 여러모로 중요한 한주였다.



대한민국 민주화의 거목,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26일 영결식을 마치고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서거한 지 꼭 4일만이다. 갑작스런 소식에 전국으로 추모 열기가 확산됐다. 마지막 정기국회가 진행 중이던 여의도 또한 잠시 정쟁에서 벗어나 추모 분위기에 동참했다. 그 중 한 사람, ‘상도동계’ 막내이자 부산·경남(PK)이 출발점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YS의 정치적 아들’임을 선언하고 조문 기간 내내 빈소를 지켰다.

정치적 쇼맨십?

‘무대’는 YS의 유산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인가. ‘정치적 아들’ 발언은 후폭풍을 낳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은 ‘불효’를 지적했고, 상도동계 원로들은 ‘치매’라고 쏘아붙였다. 사회 각계에서 ‘YS 재평가’ 바람이 부는 가운데 이에 편승하려는 것 아니냐는 질타였다.

김 대표를 향한 화살은 박근혜 대통령과 연결돼 있다. 김 전 대통령은 박 대통령을 ‘칠푼이’ ‘유신 2인자’ ‘독재자의 딸’이라고 평가한데 반해, 김 대표는 그런 박 대통령에게 쩔쩔매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YS와 박 대통령 사이에서 ‘좌고우면’했다며 “(김 대표는) 정치적 아들이 될 수 없다”고 평가한다.

전문가 생각은 어떨까. 진시원 부산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때 아닌 아들 논란에 “(김 대표는) 정치적 아들이 절대 될 수 없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어떤 갈래든 YS라는 뿌리를 자양분으로 가지를 뻗었기 때문이다.


YS의 정치적 성향은 보수적 자유주의라고 진단한 진 교수는 “보수적 자유주의의 대표적 성향은 반공”이라며 “YS의 반북·반공 라인을 타고 성장한 것이 김 대표”라고 진단했다. 즉 지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포함해 국론이 분열되는 사태가 벌어지면 어김없이 색깔론을 들고 나오는 김 대표의 모습은 그런 뿌리를 통해 해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정가에 도전했으나 두 차례 고배를 마셨던 YS의 차남 김현철씨는 어떨까. 진 교수는 “(김씨는) 아버지의 민주적 생각을 가지고 접근하기 때문에 북한에 대해 그렇게(김 대표처럼) 접근하지 않는다”라고 분석했다.

단적인 예로 김씨는 지난달 8일 자신의 개인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북한을 미화하는 검정교과서의 수정이 아닌 친일과 독재를 일방적으로 미화하는 국정화 시도 뿐 아니라 우리 국민의 절반을 졸지에 공산주의자로 만드는 수구세력들이 판치는 현 정권이야말로 얼마나 반민주적이고 수구 독재적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고 국정화 사태를 비판한 바 있다.
 

YS에서 뻗은 두 가지, 정치적 아들과 진짜 아들은 함께 빈소를 지켰다. 그런 모습이 YS 재평가 바람을 타고 두 사람의 정치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치적 아들 상주 자처…빈소 지켜
차남 김현철 행보 주목 ‘출마할까?’

김 대표의 PK 영향력이 확대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YS가 가지고 있던 PK 맹주 타이틀을 가져옴으로써 대권 도전도 한결 쉬워졌다는 분석이다. 당장 눈앞의 문제에 대해서도 김 대표가 득을 봤다는 의견이 많다. 자신도 누누이 밝혀왔듯 내년 4월에 있을 제20대 총선에서 부산 영도구 출마가 확실시된다. 영향력의 확대는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는 뜻이다.

빈소 정치가 ‘국민공천제’에 연료가 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최근 친박계와의 공천 룰 전쟁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던 비박계로서는 수장의 각성을 기대하고 있다. YS의 ‘통합·화합’ 메시지를 바탕으로 국민공천제에 대한 여론전을 펼친다면, 비박계가 기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상도동계-비박계’ 결집도 가능하다. 최근 부침을 겪던 비박계가 YS 서거를 계기로 흩어졌던 상도동계 인사들을 모아 친박계와 힘 싸움에 들어갈 수 있다는 설이다. 지난 26일 YS의 영결식이 있던 날, 상도동계는 물론 동교동계 인사들까지 모여 오찬을 가진 바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당분간 평화 분위기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세 결집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차남 김씨의 정치적 신변에도 변화가 예고된다. 지난 26일 발인 예배 자리에서 김씨는 “지금 현재 민주화가 다시 불타는 조짐을 보이는 이 시점에 아버님을 통해서 주님께서는 이 땅에 진정한 통합과 화합이라는 메시지를 주셨다”고 말해 정가 복귀가 점쳐진다.

3당 합당 이전의 민주개혁 세력 복원이라는 구체적인 지향점도 나온다. 지금 정치판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을 끌어 모을 가능성이 있다. 아버지에 의해 3당 합당이 이루어졌고, 이는 결과적으로 민주화 세력의 분열을 가져왔다는 측면에서 아들의 ‘회귀론’은 합당한 명분이 될 수 있다.


만약 복귀를 꿈꾼다면 행선지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에서 이미 두 차례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야권 일각에서 ‘PK 영입론’이 대두됐다는 점도 가능성을 높인다. “무엇보다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정가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앞으로 달라지나

YS와 DJ. 정치사의 거목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이제 새로운 사람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들이 말하듯 ‘양김 시대’는 한국 정치의 황금기였다. 분열하다가도 결정적일 땐 화합을 도모했다. 김 대표 또한 이 부분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26일 영결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회가 중단 없는 국정 운영이 되도록 항상 협상과 타협을 통해 좋은 결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과연 김 대표의 말처럼 화합의 국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인지, 유산을 받은 김 대표의 다음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베일속 YS 장남 '누구?'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있던 날, 대중에게 잘 알려진 차남 김현철씨 뿐만 아니라 베일에 쌓여있던 장남 김은철씨의 모습까지 공개돼 대중의 눈길을 끌었다. 현장에서 은철씨는 중절모를 쓰고 까만 선글라스를 쓴 채 동생의 옆에 앉아 시종일관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눈물을 짓는 현철씨와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또한 거동이 불편한지 가족의 부축을 받고 이동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 YS정권 당시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낸 이상휘 위덕대 부총장은 지난 23일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은철씨가) 몸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많이 아프다”고 말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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